버크셔, 듀록, 이베리코
종(種)이다. 돼지고기가 종으로 분화하고 있다.
맑은 돼지국밥을 내는 식당이 최근 두 곳이 열었다. 두 곳 다 남원의 버크셔 K가 재료다. 버크셔 K는 2000년도에 미국에서 도입한 버크셔 품종을 육종 했다.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하도록 육종을 했기에 그 끝에 K(Korea)를 붙였다. 알음알음 유통되던 것이 이제 조금씩 소비자들이 알고, 셰프들이 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수입 돼지고기도 칠레, 독일, 미국 등 산지 위주에서 품종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페인의 이름 난 돼지인 이베리코 돼지를 내는 곳이 성업 중이다. 듀록이란 맛있는 품종을 파는 곳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적당히 잘 크고, 적당히 맛있는, 적당히 새끼를 잘 낳는 삼원 교배종(듀록, 요크셔, 랜드렌이스 품종을 교배한)만 있던 단일 품종 시장이 맛으로 분화하고 있다. 품종을 세분화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종에 따라 같은 부위라도 다른 맛을 낸다. 어느 종이 더 뛰어난지를 구분 짓거나 질문하는 것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맛은 다른 것이지 1등, 2등 그런 거 없다.
이베리코 돼지는 아직까지 국내에 오롯이 방목한 흑돼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베리코 돼지 중 방목한 교잡종과 사료 먹인 것만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 가면 사방팔방 도토리 이야기와 방목하는 흑돼지 사진만 있다. 대관령이나 서산의 한우 방목 사진이 전국 소고기 식당에 있는 것처럼 세보(사료를 먹인 교잡종)를 팔면서 베요타(방목한 순종 흑돼지)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고만 좀 했으면 한다.
이는 제주돼지도 마찬가지다. 흑돼지 순종보다는 교잡종이 많고, 교잡종보다는 삼원 교배종이 더 많지만 대부분 흑돼지와 똥돼지 이미지를 차용한다. 파는 이야 내 상품이 최고라 하고 싶어 하는 본능으로 이야기한다 치더라도 요리를 하는 사람, 아니면 먹고 글 쓰는 사람은 파는 이보다는 냉정해야 한다. 올 4월에 처음으로 방목한 이베리코 흑돼지가 들어온다고 한다.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종이 분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창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듀록, 버크셔, 이베리코 돼지 사기는 여전히 어렵다. 대부분 온라인에서만 판다. 사실 살면서 고기를 라면처럼 미리 재워 놓고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봄의 시작이다. 봄이 시작한다는 것은 밖으로 나갈 일이 많아진다. 최근 초신선 돼지라는 것이 나왔다. 초신선은 종의 맛은 배제한 그저 말장난일 뿐. 맛은 품종이 우선이다. 돼지고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소비가 늘어난다. 특히 목살과 삼겹살은 여름철에 없어서 못 파는 부위다. 도축하고 24시간 계류(법적으로 규정한 시간이다) 한 후 다음 날이면 소비처로 간다. 여름철에 냉장 목살과 삼겹살을 구입해서 먹었다면 거의 다 초신선 돼지였을 것이다. 올 해부터 야외로 나갈 일이 있다면, 집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이라면 미리 준비를 하자. 우리 돼지 한돈 주세요도 좋겠지만, 아니다. 품종 구분을 해 먹어보자. 돼지고기 맛이 종에 따라 다양하다. 어떤 품종이 내 입맛에 맞는지 알아보자. 미식이라는 게 별 많은 식당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입맛을 찾아가는 모든 행위가 미식이다.
작년에 중앙일보에 기고한 버크셔 이야기다.
http://news.joins.com/article/18983846
#버크셔 #버크셔k #이베리코 #듀록 #돼지곰탕 #돼지국밥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지만
자주 올리는 곳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다. 여행자의 식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