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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10. 2017

봄 주꾸미

주꾸미의 철은 가을이다.

남녘에서 벚꽃이 망울망울 터지면 서해의 작은 포구마다 주꾸미 알들이 접시 위에서 꽃처럼 터진다. 꽃바람 따라, 주꾸미 따라 사람들은 서해의 포구로 혹은 도심의 횟집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봄 별미의 대명사인 주꾸미 알을 먹기 위함이다. 야들야들한 다리를 초장에 찍어 먹고, 조금 늦게 익는 머리(사실 내장이 있는 몸통이지만)를 갈라 밥알처럼 생긴 알을 먹으며 엄지 척! 한다. 그러면서 어디서 들은, 역시 “가을 낙지, 봄 주꾸미야” 한 마디 보태며 미식을 즐긴다. 낙지와 주꾸미는 문어 속, 문어 과로 주꾸미는 Webfoot octopus, 낙지는 Longleg octopus로 영어 이름을 보면 확실하게 문어 문중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봄 주꾸미, 가을 낙지가 맞을까?. 왜 같은 문중의 낙지는 가을이 최고라 하는데 주꾸미는 봄이 최고라 할까?. 사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는 봄 도다리, 가을 낙지를 패러디한 것이 마치 정설인 양 굳어졌을 뿐이다.


 주꾸미는 1년을 산다. 봄에 태어나 먹이 활동을 하다가 가을이 되면 먼 바다로 나간다. 이듬해 봄이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개체 번식을 하고는 연어처럼 죽는다. 봄철에서는 먹이 활동보다는 종족 번식에 온 신경을 쓴다. 그래서 봄과 가을에 주꾸미 잡는 것도 방법이 다르다. 봄에는 산란할 장소를 찾는 주꾸미를 위해 빈소라 껍데기를 주낙에 달아 놓으면 소라 껍데기를 알 놓을 신방으로 생각해 자리를 잡는다. 봄에는 빈 소라 껍데기로 잡고 먹이 활동이 왕성한 가을철에서는 그물이나 통발로 잡는다. 봄철 주꾸미는 암컷이나 수컷이나 먹이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체내에 쌓아 둔 에너지로 산란할 때까지 근근이 버틴다. 그러다 보니 실상 살은 퍽퍽하다. 지금까지 봄에 먹어 봤는데 그렇지 않던데 갸우뚱할 수 있다. 가을 주꾸미랑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봄 주꾸미가 알에 맛이 집중되어 있다면 가을 주꾸미는 전체가 맛 덩어리다. 주꾸미의 먹이는 작은 어류나 사람도 먹기 힘든 자연산 대하다. 가을은 모든 어종이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몸에 차곡차곡 쌓는 시기다. 낙지는 자신이 머무는 뻘을 벗어나지 않는 방면에 주꾸미는 먼 바다로 나간다. 그만큼 몸에 낙지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쌓을 수밖에 없다. 주꾸미의 영양성분 중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이 바로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손쉽게 마시는 자양강장제, 즉 피로회복제의 주요 성분이다. 이 타우린이 낙지의 두 배, 오징어에 비해 다섯 배나 많다. 앞서 이야기한 가을 낙지가 아닌가을 주꾸미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고 오히려 고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꾸미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샤부샤부, 주꾸미 삼겹살 등이 있지만, 필자는 그중 젓갈을 가장 좋아한다. 낙지 젓갈의 맛이 1,000cc급 승용차라면 주꾸미 젓갈은 3,000cc 중형 세단이다. 그만큼 맛이 좋다는 이야기다. 주꾸미 젓갈을 담가도 된다. 주꾸미를 사다가 잘 씻고 물기를 뺀 다음 주꾸미 중량의 10% 정도 소금으로 염장하고는 냉장고에서 보름 이상 숙성한다. 숙성한 주꾸미를 쌀뜨물에서 염분을 뺀 다음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면 최고의 밥도둑이 된다. 가을이 되면 서해 항구 곳곳에서 주꾸미 낚시 배를 이용해 잡을 수도 있다. 예약하면 초보자도 손쉽게 잡을 수 있거니와 낚싯대도 대여해 주기 때문에 가족 나들이나, 직장 모임으로도 좋다. 

가을에 선상에서 먹는 주꾸미 라면은 봄철의 주꾸미로는 느낄 수 없는 보드라움이 있다.


봄철의 주꾸미는 비싸다. 특히 축제가 열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서해의 항구에서는 주꾸미가 “금값”이다. 사람이 몰리면 대접은 대접대로 못 받고 비용은 평소보다 더 들어간다. 더욱이 금년부터 정부에서 알밴 생선의 포획 및 유통이 금지한다고 한다. 



봄은 꽃구경과 함께 제철 바지락으로 대신하는 것은 어떨는지요?.


봄의 바지락은 가을의 더덕, 인삼만큼 영양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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