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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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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29. 2017

제주 5월의 맛 카라향

새콤달콤한 감귤

감귤류 도유행을 탄다. 한라봉이 한때는 최고였지만, 천혜향에 자리를 내줬다. 천혜향도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향과 레드향에 그 자리를 내줬다. 최근 유행하는 황금향, 레드향은 단맛이 다른 품종에 비해 도드라지는 것 들이다. 한라봉, 레드향 등이 시기에 따라 왕좌 싸움을 할 때 하우스 한편에서 조용히 맛을 채우는 품종이 있다. 이 품종은 황금향,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등이 시장에서 사라질 즈음 조용히 등장한다. 새콤달콤한 맛에 입안에서 향의 여운도 좋다. 맛과 향이 좋으면서 착하기까지 하다. 저온에 잘 견뎌 겨울철에 나오는 다른 감귤류와 다르게 석유 보일러 없이 잘 재배된다. 

감귤의 이름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카라향”이다. 카라향은 2008년도부터 국내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본격 출하했지만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카라향의 본명은 “남진해”. 일본에서 1977년‘카라만다린’과 ‘길포포칸’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카라만다린에서 ‘카라’를 따오고 향이 좋아서 끝에 ‘향’을 붙였다. 여기서 잠깐!. 국내에서 상용 재배하거나 시험재배하는 품종은 수 백 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 향이 좋은 것들만 이름 끝에 향을 붙인다.

잘 만든 탕수육은 맛있다. 바삭바삭한 튀김옷 안, 육즙 가득한 고기. 설탕과 식초의 양이 딱 맞아떨어진 새콤달콤한 소스는 잘 튀긴 탕수육 맛에 방점을 찍는다. 만일 탕수육 소스에 식초가 빠졌다 상상해 보자. 진득한 물성에 단맛 만가 득한, 흡사 묽은 조청과 같을 것이다. 맛은 단맛만 가득해 한두 개 집어 먹다가 이내 젓가락을 놓을 것이다. 단맛은 신맛이 있어야 도드라지고 쉬이 물리지 않는다. 반대로 레몬 탄산수에 시럽을 넣는 이유도 같다. 단맛과 신맛은 서로를 도드라지게 한다. 감귤 산지에서는 맛있는 감귤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당산비”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좋은 것이라 한다. 카라향은 당산비가 좋다. 

올해로 카라향이 육종 된 지 40년이다. 국내에서 재배한 지는 10년 정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품종이다. 4월에는 철을 앞당긴 참외며, 외국에서 제철을 맞이하는 오렌지 가시장에 많이 깔린다. 제주는 한 해의 감귤 수확이 청견으로 끝을 맺는데 이제는 카라향이 있다. 카라향은 새콤달콤하다. 과즙 풍부한 과육이 목너미할 때까지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힌다. 향기로운 감귤이다.

카라향이 끝나면 다디단 하우스 감귤이 나온다. 또 제주의 감귤이 한 해를 시작한다.  

과육에 씨앗이 있다. 먹을 때 조금 불편하지만. .다른 만감류에 비해 껍질 까기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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