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
한국교직원신문( http://www.ktcunews.com/sub09/article.jsp )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이다.
5월 주제는 나물이다.
찰나처럼 사라지는 봄의 맛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상추도 지금이 제철이다.
사시사철 나는 상추에 무슨 제철?
봄철이 상추가 자라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단맛이나 쌉싸름함도 지금이 최고다.
항상 곁에 있다고 똑같은 것은 아니다.
봄은 맛은 ‘찰나.’다. 하우스 농사로 겨우 내내, 사시사철 채소가 나오지만 봄에 잠시 즐길 수 있거니와 입안에 쌉싸름함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순” 나물 때문이다. 봄철에 순을 찾는 것은 본능이다. 계절의 변화는 항상 체력뿐만 아니라 입맛을 바닥으로 처박는다. 환절기의 온도 변화를 방어하기 위한 인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꺼끌꺼끌한 혀에 두릅의 쌉싸름한 맛은 생기를 준다. 살짝 데친 두릅을 새콤한 초장에 찍어 먹는 것만으로 백 리 밖으로 도망간 입맛이 단번에 돌아오는 마력이 있다.
순 나물 중 으뜸으로 치는 것은 두릅이다. 물론 두릅보다 맛난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인 옻순과 오가피순이다. 두릅보다 쌉싸름한 맛이 더하고 향이 좋아 두릅이 할배요 할 정도의 맛과 향이지만 구하기 힘든 게 함정. 봄나물의 으뜸인 두릅도 몇 가지가 있다. 하우스에서 키우는 것, 야산을 개간에서 키우는 것, 묵은 대 옆에서 나는 땅두릅, 그리고 두릅은 아니지만 개두릅이라 불리는 엄나무 순 등이 있다. 하우스 재배는 모양이 균일하면서 저렴하다. 노지에서 나는 것보다 봄이 오기 전부터 맛을 볼 수 있다. 다만 향과 맛은 편리함에 양보해야 한다. 땅두릅이나 노지재배 두릅은 향과 맛이 좋아 두릅의 진한 맛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엄나무 순은 두릅과 비슷한 시기에 나는 것 외에는 외관상으로 닮은 점이 없다. 두릅을 최고로 치는 풍토에서 자기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두릅에 “개”자가 붙어 개두릅으로 불린다. 막상 맛보면 개”좋은”두릅의 줄임 말이 아닐까 할 정도로 향과 맛이 뛰어나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속담처럼 좋은 두릅은 쌉싸름함이 강해야 한다. 쌉싸름함을 주는 것은 비싼 인삼이나 더덕에나 있다는 사포닌 때문이다. 사포닌은 피로 해소와 약성이 좋다 널리 알려져 있다. 거기에 더해 비타민 C까지 풍부해 봄철 노곤한 몸에 활력을 준다. 비타민 C가 많은 두릅을 조리할 때는 열기를 멀리하고 가능하면 살짝 데치는 정도로 조리해야 비타민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두릅은 데쳐서 초장에서 싸 먹는 것이 일반적인 조리법이다. 고기 구울 때 같이 구워 먹으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 준다. 다만 그렇게 먹다 보면 고기를 많이 먹게 돼, 살이 찌거나 지갑이 얇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유용한 팁 하나를 더 알려주자면, 두릅 데친 물을 버리면 안 된다. 두릅에 있는 성분 중 알려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스파라긴산이다. 아스파라긴산은 감칠맛과 시원한 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콩나물에 듬뿍 든 성분이다. 두릅 데친 물을 버리지 말고 라면을 끓여 보자. 라면 기름의 느끼한 맛은 사라지고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여기에 청양고추 숭숭 썰어 넣고 남은 두릅과 같이 먹는다면 평생 먹어 보지 못한 라면 맛을 볼 수 있다. 데친 두릅에는 막걸리가 제격, 시원한 두릅 라면이 있다면 해장이 따로 필요 없다. 유용한 팁이니, 두릅 먹는 자리에서 활용하면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두릅은 산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따라서 어디가 유명하고 뛰어난 것은 없다. 봄이 오는 순서대로 두릅은 따듯한 제주에서 먼저 나고 강원도에서 끝이 난다. 두릅이 끝나는 시점이 봄이 끝나는 시점과 같다. 두릅 순이 억세 지면 여름이 코앞에 와 있다. 피곤하다고 자양강장제를 마시는 것보다는 제철에 나는 식재료에 눈길을 돌려 보자. 오늘 당장 퇴근길에 두릅 한 봉지 들고 간다면 내일 아침이 달라질 것이다. 오늘은 귀찮으니 내일 해 먹지 미루면 봄은 훌쩍 떠난다. 오늘 당장 두릅 사러 시장에 들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