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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l 02. 2017

물회의 계절

제주, 남해, 울진, 영덕

물회의 계절이다.

갖은 야채와 대상어종을 썰어 시원하게 한 그릇 먹는 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지역에서도 관광지인지 아닌지에 따라 담아내는 모양새가 다르다.  

어제 제주에 다녀왔다. 목적이야 하우스 감귤 취재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제주에 왔으니 물회 한 그릇 먹어야 일 보기 전 한 그릇 먼저 비웠다. 배가 불러야 일도 잘 풀린다.

제주에는 물회로 명성을 날리는 몇 집이 있다. 그런 곳은 잘 안 간다. 어디를 가든 비슷한 맛이라 굳이 시간을 버려가며 갈 일이 없다.

제주 한림항 톤대섬의 활 한치물회
제피 잎. 자리돔 물회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넣는다. 따로 청해서  먹는다. 개운한 맛에 즐긴다.

차를 빌린 후 한림항으로 간다. 2005년도 "씨름왕"이란 상호로 영업하던 곳이 지금은 한림항에서 "톤대섬"으로 상호를  바꿔서 영업하는 곳인데, 제주에서 맛 본 물회 중 필자의 입맛 취향과 잘 맞는다.

활 한치 물회                                                                                                         한치물회(선어)



물회라는 것이
채소에 회를 올려 시원한 육수에 밥이나 소면을 말아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물회는 회보다는 채소와, 슬러시 물회라는 엉뚱한 표현으로 사람을 끈다. 정작 회는 중심에서 살짝 비켜 있다. 톤대섬은 회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과하지 않은 육수가 회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옥돔물회와 한치 물회를 먹었다. 한 번 더 가면 활 한치 물회를 먹어야지 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먹지 못했다. 점심 전 도착해 활 한치회를 주문했다.

식당 앞 수조에서 유영하던 한치 두 마리를 썰어 물회를 준다.
따로 제피 잎을 주문한다. 자리 돔의 비린내를 없앤다. 한치물회에는 필요가 없지만 잎사귀를 씹을 때마다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줘 향과 맛을 즐긴다.

활과 선어는 씹는 맛에서 차이가 난다. 활 한치는 살이 투명하고, 선어는 흰색이다 활 한치 물회는 씹는 맛이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선어는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있다. 필자는 "활" 한치회가 더 입에 맞다. 차가운 육수에 탱글함 식감이 더 살아나기 때문이다.

톤대섬의 옥돔물회.. 옥돔물회냐 아님 활한치물회냐.. 항상 갈등이다.




제주 서귀포와 제주시에서 물회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취재가 아니라면 굳이 다시 갈 일 없다.

가운데 사진은 많아 보이지만 사실 큰 얼음 위에 회를 올렸다.



남해 지족리의 광어 물회. 육수를 얼려서 빙수처럼 갈아 낸다. 최근 이런 곳이 많아졌다.




울진의 물회. 갖은 해산물이 들어가지만 멍게의 향이 전체를 지배한다. 멍게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할 듯.


영덕 해안가의 물회다. 잡어가 가득 들어 있다. 고추장에 비벼 먹다가 차가운 물을 넣고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영덕이나 울진은 따로 육수를 주지 않는다.


영덕 해안가의 물회다. 잡어가 가득 들어 있다. 고추장에 비벼 먹다가 차가운 물을 넣고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영덕이나 울진은 따로 육수를 주지 않는다.





바닷가가 사람을 당기는 계절이다. 놀러 가서 줄 서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없다. 인증샷 때문에 시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제주든, 영덕이든 작은 포구에 들어서면 물회를 다 한다. 용기 내어 들어가 보자. 실패 또한 여행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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