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한 감귤의 끝판왕
봄은 남으로부터 오고 미세먼지는 중국으로부터 옵니다. 제주의 봄 맛을 보러 간 출장이었지만 푸른 바다 저 멀리 밀려오는 미세먼지에 바다마저 회색으로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눈앞은 퍼렇고 조금만 멀리 보면 회색이었습니다. 애월에서 한림으로 그리고 서귀포로 가는 동안 봄이 가까워졌습니다. 제주도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에 온도 차가 있어 서귀포부터 봄이 옵니다.
꽃망울만 있던 제주시 벚나무가 서귀포로 넘어오니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3월 마지막 주부터 만개할 듯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는 겨울.
한림항에서는 한 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영등굿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등”은 바다가 아직 한겨울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은 공기보다 온도 변화가 느립니다. 육지보다 바다는 한 달 혹은 한 달 보름 정도 늦게 봄이 옵니다.
3월과 4월 사이 제주의 맛은 청견입니다. 청견은 제주를 대표하던 만감류 중 하나입니다. 한동안 제주 오렌지라 팔리던 품종이었지만 점차로 나무가 베어지고 있습니다. 껍질 벗기기 힘들고 달콤한 품종인 레드향이나 천혜향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청견은 단맛과 신맛 조화가 좋은 품종입니다. 12월 황금향, 이어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등을 수확하고 3월 중순부터 청견을 수확합니다. 청견은 1978년 일본에서 품종 등록했고, 다른 만감류 교배에 자주 쓰이는 품종입니다. 잘 알고 있는 천혜향, 한라봉도 청견에 다른 품종을 교배해서 만들었습니다.
청견은 다른 만감류보다 껍질 벗기기가 어렵습니다. 손은 귤 까듯 했다가는 성질 나서 던져버리기 딱 좋을 정도입니다. 청견은 칼로 4등분 하거나 아님 청견 밑 등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힘을 팍 주어 반으로 쪼개면 보다 쉽게 껍질 깔 수 있습니다. 귤보다 껍질까지 힘들지만 귤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 있습니다. 조상이 스위트오렌지 계통이거니와 살짝 도는 신맛이 단맛에 청량함을 줘 3월과 4월 미세먼지로 텁텁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해 줍니다.
진지향이라는 품종도 3월에 수확합니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찾을 수 있었는데 금년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해 사이 진지향 나무를 베어내고는 다른 품종을 심고 있습니다. 청견도 진지향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내년은 와도 금년처럼 청견을 쉽게 구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감귤류에서 유행하는 맛이 단맛인지라 새콤달콤한 품종이 사라집니다. 입맛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품종의 다양성이 보장되는데 유행이 먼저인 게 아쉽습니다.
새콤달콤한 3월 제주 청견,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