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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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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n 16. 2019

여름 채소, 오이

취청오이, 다다기오이, 가시오이

날이 더워지면 오이소박이를 가끔 담가 먹는다. 낙엽 이야기가 들릴 즈음 내년을 기약한다. 오이는 따듯해질수록 맛이 든다.



겨울철 하우스 재배용 오이 품종도 있지만, 제철 맛도 안 나거니와 가격도 비싸다. 더운 날씨 속에 잃어버렸던 입맛을 찾는 데는 오이소박이만한 게 없다. 잘 익어 아삭한 오이소박이, 그리고 신맛이 살짝 나는 부추는 여름 아니면 맛보기 힘든 맛이다.


 


오이소박이 담그는 건 의외로 쉽다. 오이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한 다음 이틀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정도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쉽다. 오이소박이 잘 담그는 요령의 첫 번째는 맛있는 오이를 고르기다.



오이는 다다기오이, 취청오이, 가시오이, 청풍오이 네 가지를 주로 재배한다. 일상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오이가 다다기오이다. 한여름 주로 먹는 오이소박이나 오이장아찌는 네 가지 오이 가운데 다다기오이로 한다. 



다른 것보다 무름 현상이 적어 장기 저장하기에 좋다. 같은 날, 같은 양념으로 오이소박이를 담그면 취청이나 가시오이가 먼저 무른다. 다다기오이는 저장성이 좋아 대량 급식에서 선호한다. 며칠 두고 요리해도 쉽게 물러지지 않고 다른 오이보다 물이 적게 생기기 때문이다. 

가시오이, 다다기오이

끝은 파랗고 몸통 대부분이 연초록 모양새의 다다기오이가 아삭하고 맛있어 보인다. 플라스틱 통에서 오이를 자라게 하면 공장에서 찍어낸 듯 일정한 크기로 생산해 칼질하기도 편한 것이 다다기오이지만, 생으로 먹는 것은 진한 녹색의 가시오이나 취청오이가 한 수 위다. 



오돌토돌한 돌기 때문에 억세게 보여도 껍질이 얇고 아삭하다. 얇은 껍질 덕에 저장성이 떨어지지만 막 해서 먹는 무침, 냉국에는 얇은 껍질 덕을 본다. 취청오이와 가시오이는 생김새가 비슷하다. 가시오이가 취청오이보다 좀 길고 오돌토돌한 돌기가 더 많다. 맛이 확연히 다르지 않으니 굳이 둘을 구별할 필요는 없다.



오이는 심고 나서 한 달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오이는 첫 수확 이후 길게는 석 달 후가지 수확한다고 하는데 석 달째부터는 품질이 좋지 않은 것들이 나온다. 오이가 가장 맛있는 크기는 어른 중지와 검지 두 개를 합친 너비 정도라고 한다. 

모양새와 크기 위주로 경매가가 결정되다 보니 맛있는 시기를 지난 것들이 시장에 나온다. 소비자들도 오이를 고를 때 반듯한 모양새와 크기를 보고 고르는데, 그게 꼭 맛있는 오이는 아니다. 반듯한 모양새와 크기는 보기에만 좋을 뿐 맛하고는 상관이 없다.



전라북도 익산의 무농약 오이 농가를 찾았다. 한창 학교 급식에 내는 오이를 수확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주로 다다기오이를 찾는데 가끔 취청오이도 찾는 학교도 있어 같이 재배한다고 한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너비의 오이가 가장 맛있다며 하나를 따서 건넨다. 손으로 대충 문지르고 오이를 씹어 봤다. 부드럽게 잘리고는 이내 아삭아삭 소리가 났다. 몸의 95%가 수분으로 이루진 오이답게 풍부한 즙이 입안을 적셨다. 슈퍼에서 서서 먹을 때보다 진한 향과 단맛이 있었다. 



오이도 채소인지라 밭에서 땄을 때가 가장 맛있는 시점이다. 채소는 수확한 이후에도 호흡을 하므로 포도당을 소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도, 아삭함도 떨어진다. 고기는 후숙하면 새로운 맛이 생기지만, 채소는 먹는 시간이 빠를수록 맛있다.

국내에서는 피클용 미니오이는 재배하지 않다가 최근 들어 재배하기 시작했다. 외국산 일색인 품종 시장에 국내에서 육성한 오이 품종으로 재배한다고 한다. 보통의 오이 절반 크기지만 몸통이 다소 두껍다. 절임용에 걸맞게 아삭아삭한 식감이 장점이라고 한다. 반으로 잘라 오이소박이 담가도 맛있을 듯 싶다. 



오이는 모양새가 달라도 맛은 거의 비슷하다. 다른 작물들처럼 품종에 따라 맛이 확연하게 차이 나지 않지만 용도 구분은 하는 게 좋다. 익산에서 만난 김명균 생산자의 바람이 있었다. 오이는 크기나 모양으로 경매가 이루어지기에 맛있는 시기를 놓치는 게 항상 아쉬웠기에, 맛있는 시기에 수확한 것을 크기와 상관없이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작물은 크다고, 모양이 좋다고 맛까지 좋은 건 아님에도 그런 것들이 비싸게 팔린다. 크기가 작다고 맛까지 작지는 않다. 모양이 삐뚤어졌다고 맛도 모나지 않는다. 



오이 먹기 딱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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