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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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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ug 13. 2019

말린 중하의 육수

수제비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말린 중하를 얻은 김에 국수며, 수제비를 만들어 봤다. 비슷한 반죽이나 칼국수는 싫어해도 수제비는 좋아한다. 가끔 수제비를 하는데 식당에서 사 먹는 식감이 안 나온다. 숙성을 몇 시간 해도 쫀득거림이 없었다. 괜스레 우리밀 품질 욕하면서 먹곤 했다. 글루텐 함량이 적고, 어쩌고저쩌고 말이다.

전에 반죽할 때처럼 반죽을 끝내고 숙성해야 하는데 밟아 보고 싶었다. 비닐봉지 석 장으로 반죽을 감싸고 사근사근 밟았다. 밟고 난 반죽을 한 시간 정도 숙성하는 사이 육수를 냈다.

중하 말린 것, 대하 중간 크기를 부를 때 대한 작은 것이지 중하가 아니다. 중하와 대화는 같은 보리새웃과의 새우는 맞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다.

바다 것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지방은 맛과 향의 성분을 만들어 낸다. 지방은 지방산과 에스테르가 결합하여 있는 상태, 열변성을 받은 다음 둘은 분리된다. 그 과정에서 향기 성분이 만들어진다. 

중하, 2년을 자라는 백령도 다시마(보통은 몇 개월), 간장, 설탕, 소금, 마늘 다진 것으로 육수를 냈다. 심심한 듯싶어 청양고추를 넣었다.

만든 육수에 수제비를 뜯었더니 예전의 뚝뚝 끊기는 질감이 아닌 찰지게 늘어졌다. 우리밀이라서 반죽이 안 된 것이 아니었다. 그냥 내 성의가 없었던 것이다.

중하 맛이 오롯이 배 있는 육수에 쫄깃한 수제비. 내가 끓였음에도 스스로 칭찬을 마구마구 한 수제비였다.

중하로 육수 낸 것하고 열무김치 국물하고 냉국수를 말아보고, 김치 국수를 빼고 온 국수도 해봤다. 중하는 육수용으로 최고다. 국물을 낸 중하는 그대로 먹어도 괜찮다. 고소한 맛이 있지만, 껍질이 입안에서 걸리적거린다. 껍질 까고 먹어도 좋은데 그러면 고소한 맛이 사라진다. 반은 그대로 먹고, 반은 머리 따고 껍질 까서 먹었다. 그렇게 스스로 타협했다.

몇 개의 중하가 내는 맛은 봉지에 든 조미료가 내는 감칠맛하고 다른 맛이다.

감칠맛이야 공장에서 만든 것이든, 자연의 것이든 감칠맛을 낸다는 것은 같다. 다만 향이 있냐 없냐의 차이다.

음식에서 향이 빠지면 음식의 맛도 빠진다.

향이 보이지 않는 탓에 모양새는 빠지지 않더라도 완성도는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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