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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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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Oct 04. 2019

글을 씁니다.

45살에 안 재능

글을 매주 씁니다.

대상은 신문사, 잡지, 사외보 등입니다. 내용은 열이면 열, 음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식품 관련 일을 24년째 하고 있습니다. 식품 가공학 전공에 취사병까지 했으니 1990년 입학 이후로 삼십 년 가까이 식품 일만 하고 있습니다.


매주 글을 씁니다.


많이 쓸 때는 일주일에 각기 다른 매체 세 군데 글을 씁니다. 처음부터 글에 대한 재능이 있는지 묻는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쓰기 전까지 있는지 저도 몰랐습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는 것은 특별한 재능 있는 사람만 쓰는 지 알았습니다. 처음 신문사에서 원고 청탁이 왔을 때 두려움에 거절했습니다. “나 따위가!” 국내 최대 일간지에 글을 쓴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다른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식재료 관련한 글을 격주로 써달라는 청탁이었습니다. 하다가 잘리면 그만이다 싶어 수락하고 처음으로 신문에 글이라는 것을 썼습니다. 


A4 두 장 반, 원고지로 약 20매 조금 넘습니다. 처음 원고는 나흘 걸려 원고를 썼습니다. 원고에 대해 기자가 묻는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거니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건너뛰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책을 한 권 선물 받았습니다.

저자 강원국씨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글쓰기 열풍의 진원지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찬찬히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글을 쓸 때 적용했습니다. 글이 빨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기자의 전화가 현격히 줄었습니다. 문맥이 잘 흐른다는 의미입니다. 책에는 기억하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나와 맞는 내용은 머릿속에 쏙쏙 박힙니다. 안 박히는 것까지 외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만 글쓰기의 시작과 끝입니다.


1.     주제를 정해라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무엇을 쓸지 정하는 큰 줄기입니다. 이번에 새로 연재할 글이 ‘품종 독립’입니다. 일본 품종 대신 우리 품종 소개가 연재의 주제입니다.

2.     소재

주제의 의미를 바탕으로 소재를 해석합니다. 사과는 부사 대신 국내 육성 품종 소개를 잡습니다. 

3.     자료조사

소재가 정해지면 자료조사를 합니다. 수필이라면 생각을 정리합니다.

퇴고한 종이를 모아 놓고 다음 글의 단어를 씁니다. 볼펜보다는 연필이 쓰는 맛이 있습니다.

4.     단어의 나열

소재와 관련한 단어를 씁니다. 빈 여백에 하나든 둘이든 생각나는 것을 채웁니다.

5.     문장

단어를 중심으로 문장을 씁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문장으로 만듭니다.

단어와 문장을 연결합니다. 

6.     문단

누구나 아는 기승전결 등의 형식을 만듭니다. 방식은 상관없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하는 원칙은 같습니다.

7.     퇴고

처음 쓴 글은 원석입니다. 퇴고는 원석을 가다듬어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퇴고 과정이 세밀할수록 글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소리 내어 읽으며 내가 허튼소리하고 있지 않은지, 앞에 내용과 뒤 내용이 서로 연결이 되는지 말입니다. 말 하는 것도 길게 하다 보면 앞에 말을 까먹거나 처음 생각과 다른 말로 마무리를 하곤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보면 딴소리하고 있습니다. 처음 글이 30이라면 70의 노력을 들여 퇴고를 해야 합니다. 


매일 글을 씁니다.


글 쓴 지 4년이 조금 넣습니다. 쓰다 보니 책도 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책도 원고를 넘겼습니다. 같은 일을 수십 년 해왔던 것을 위의 순서대로 씁니다. 몇 년이 지나도 글 쓰는 속도는 같습니다. 다만 조금씩 완성도가 어제보다 괜찮을 뿐입니다. 글쓰기는 자전거 타는 거를 배우고, 한글을 깨우치고, 영어를 배우기 와 같습니다. 우리가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말 중에서 “내가 안 해서 그렇지!”를 가끔 합니다. 말만 하지 말고 내가 하는 일이나 주변의 일을 써보는 게 시작입니다. 처음은 A4 한 장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자전거 뒤를 누가 잡아주지 못하면 출발도 못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가 연습 시간이 쌓이면 혼자서도 잘 타고, 종국에는 두 손 놓고 탑니다. 저도 처음에는 A4 한 장 채우기가 버거웠습니다만 지금은 글감만 정해지면 시간이 문제지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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