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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20. 2021

맛있는 곱창김

맛을 위한 생산 방법_월간식당

#월간식당_연재

축산에는 복지 개념이 도입되어 있다. 


축산물 앞에 ‘동물복지’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가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 바람 덕에 동물복지가 중요한 생산 요소가 됐다. 동물복지 축산물은 기존의 밀집 사육보다 적은 사육 두수, 기준이 높은 풀 사료 비중 등 최대 생산량보다는 최대의 안전과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사육 방법이다. 

동물복지 농장을 가든 아니면 유기 축산 농가를 다니면서 의문이 들었다. 꼭 축산만 그래야 하는가? 하는 의문 말이다. 

재작년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작은 면적이지만 벼농사에 동물복지와 비슷한 개념으로 농사를 지어 봤다. 필자가 직접 농사지은 것은 아니다. 양평에서 산부추 농사를 짓고 있는 최병갑 씨와 함께 의기투합해서 실험했다. 최병갑 씨와는 SBS 폼나게 먹자를 찍으면서 인연을 맺은 이다. 실험 목적은 단순했다. 단일 면적에서 최대 생산량이 아닌 ‘최고의 미질을 만들어 보자’였다. 모내기할 때 심는 간격을 넓히고, 심는 모의 숫자를 줄였다. 논의 중심은 조금 더 넓게 심었다. 바람이 제대로 통할 수 있게 말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그때를 맞추어 추수한다. 추수도 보통의 방법과 달리 90% 조금 넘게 익었을 때 콤바인이 아닌 바인더로 수확을 했다. 바인더는 추수하는 기계다. 콤바인처럼 탈곡까지 하지는 않고 베어낸 벼를 묶어서 배출한다. 베어낸 벼는 사람들이 일일이 논에 설치한 걸대에 걸어서 말렸다. 오로지 미질만 생각하고 한 일이었다. 서울 서촌의 온지음 맛공방에서 11월부터 12월까지 쌀로 밥을 지어 손님상에 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온지음을 찾은 고객뿐만 아니라 자연건조 쌀을 맛본 몇몇 세프들도 쌀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동물복지 개념을 논에 적용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더 좋게 나왔다. ‘효율성’은 나쁜 개념은 아니지만 유일한 목적이 될 때 맛이 크게 희생 된다. 효율성을 최우선 순위에서 밀어냈을 때 식재료는 생산량은 적어지지만 맛은 좋아진다. 이는 동물복지 축산물, 자연건조 쌀뿐만 아니라 김 생산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유식 김 양식. 생산성이 좋다

지난 11월 전라남도 무안으로 출장을 갔다. 1년에 한 번 생산하는 지주식 곱창김인지라 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곱창김의 정식 명칭은 잇바디돌김, 김이 자라는 모양새가 길고 곱창처럼 꾸불꾸불해 곱창김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부른다. 곱창김은 다른 김과 달리 생산성이 떨어진다. 김발에 곱창김을 이식해서 양식하면 한 번밖에 수확을 못 한다. 곱창김은 10월 말과 11월 사이에 잠시 났다가 추워지면 더는 생산이 안 된다. 다른 돌김은 11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 수확하는 것과는 다르다. 양식하는 방법도 곱창김은 지주식으로 해야 제맛이 난다. 지주식은 수심이 낮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지역에서 하는 김 양식법이다. 펄에 긴 기둥을 받고 그사이에 김발을 연결한 방식이다. 물이 빠지면 김은 성장을 멈춘다. 물이 들어와 다시 호흡하면서 성장을 이어간다. 지주식과 다른 부유식 김 양식보다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유식은 말 그대로 바다에 부유물을 띄우고 그사이에 김발을 연결에서 김을 양식한다.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양식하기에 조수 차가 크든, 썰물이 되든지 와는 상관없이 김발은 항상 물속에 있다. 부력이 큰 부유물이 항상 물 표면에 둥둥 떠 있기에 김발은 항상 물속에 있을 수가 있다. 부유식으로 양식한 김은 열흘 혹은 보름 단위로 수확한다. 생산성은 좋으나 지주식보다 김의 단맛이나 향은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항상 물속에 있기에 잡티를 제거하기 위해 유기산을 뿌리기도 한다. 

지주식 김 양식이다.

곱창김은 참 맛있는 김이다. 곱창김을 처음 맛본 게 2004년도 즈음이었다. 초록마을에 근무할 때였는데 맛있는 김을 찾다가 소개를 받았다. 사무실에서 생산자가 가져온 김을 맛보고는 바로 매입을 결정할 정도로 매력 가득하였다. 그때 곱창김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맛봤다. 곱창김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맛있는 곱창김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돌김에 곱창김을 섞고는 곱창김이라고 하는 데가 많아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곱창김은 1년에 한 번 수확하기에 양이 많지가 않다. 좋은 곱창김은 포장을 뜯을 때부터 티를 낸다. 밀봉한 김의 포장을 뜯는 순간 바다 내음이 풍긴다. 생김을 뜯어 맛보면 입천장에 살짝 붙었다가 이내 녹아내린다. 김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혀끝에 단맛이 감돌 즈음 김은 입안에서 사라진다. 김은 사라졌지만, 한동안 혀뿌리 근처에서 김 향이 남아 있다. 좋은 곱창김의 맛이다. 곱창김도 부유식으로 한 것보다는 지주식이 맛과 향이 좋다. 

언제? 즉, 제철이라는 개념은 식재료 선택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여기에 어떻게?를 접목하면 보다 맛있는 식재료를 찾을 수가 있다. ‘곱창김은 11월(언제)에 한 번 생산한 지주식(어떻게)김이 맛있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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