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저자가 항상 달콤한 성공만 맛본 것은 아니다. 생산업체에 마진 조정을 강요하는 직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표를 내던지고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버크셔 돼지고기로 만두소를 만들면 대박이 날 것이란 기획은 평범한 상품이 되고, 숙성육이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상품화하지만 참담한 실패를 겪기도 한다. 희열 넘치는 성공담과 뼈아픈 실패담은 단짠단짠의 맛에 감칠맛을 더하며 식품 MD의 세계로 독자를 점점 끌어들인다.
입으로 들어갈 ‘식품’에도, 살아가야 할 ‘인생’에도 빠트리지 않아야 할 ‘본질’과 ‘가치’
온갖 먹거리와 돈 그리고 인생이 돌고 도는, 쓰고 달고 맵고 오묘한 식품ㆍ유통의 세계
저자가 30년 가까이, 현재도 꿋꿋하게 식품 MD의 감각을 유지하며 현장을 누비는 저력은 무엇일까? 그 원동력은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안목과 이익을 초월하여 ‘가치’를 추구하는 태도에 있다. 저자는 “모름지기 MD는 상품의 본질에 대해 궁금해야 한다. 궁금함이 모든 일의 시작이다(79쪽)”고 강조하고, “가격보다는 맛을 우선하는 순간 MD는 성장한다(185쪽)”고 단언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비단 식품 MD의 업무 분야뿐 아니라 직업인이자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은은한 음미를 선사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여운 가득한 메시지가 배어 있다.
저자는 책날개에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고들 하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기획도, 글도 매일매일의 발걸음으로 채워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문장처럼 이 책에 담긴 갖가지 에피소드와 인생에 대한 짧은 성찰은 매일매일 내딛는 발걸음처럼 생생하고 묵직하다. 온갖 먹거리와 돈이 돌고 도는 식품ㆍ유통업계 현장에서 저자는 인생 또한 돌고 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여운 깊은 필치로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