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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Dec 17. 2021

생고기, 육사시미, 뭉터기

같은 음식


생고기, 뭉티기, 육사시미는 모두 같은 음식을 말한다. 가끔 육회라고도 하면서 뭐가 맞는지 헷갈린다. 일단 여기서 갖은양념에 무쳐 먹는 육회가 어찌 보며 가장 근접한 말. 지금처럼 무쳐 먹는 방식은 ‘육회 무침’이라 하면 좋을 듯싶다. 일단 여기서는 날로 먹는 방식을 육회로 하련다. 내 맘이다. 

우선 육회에 쓰이는 부위는 어딜까? 기본적으로 지방, 심줄이 없는 부위가 주로 육회로 사용한다. 우선 엉덩이살과 앞다리살을 많이 쓴다. 따지고 보면 구워 먹기 힘든 부위를 주로 쓴다. 그렇다면 등심이나 안심, 뭐 이런 것은 육회가 안 될까? 정답은 “모든 부위를 육회로 먹을 수 있다.”다. 예전에 경험, 제천에 있는 도축장을 간 적이 있었다. 도축장은 MD 하면서 서너 번 들어갔었다. 도축장 견학을 끝내고 소분장으로 이동했다. 한창 등심 부위를 정형하고 있었다. 생산 이사님이 손짓으로 불렀다. 이유는 정형하고 있던 등심에서 새우살을 잘라서 내밀고 있었다.

 “그냥 먹어요?” “먹어봐요, 괜찮아요” 먹어 보니 고소한 맛이 꽤 괜찮았다. 새우살을 먹기 전, 십 년 전에는 차돌을 육회로 먹은 적이 있었다. 모든 부위를 육회로 먹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내 입맛에는 차돌이 일등이다. 이사님 말씀은 육회는 심줄이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다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가격 차이가 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사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육회는 어느 지역이 원조일까? 그런 곳은 없다. 전국에 우시장이 있다. 우시장 근처에는 도축장이 있다. 대구, 경주, 해남, 완주, 홍성 등등 소를 키우는 곳 어디든 있는 메뉴가 육회다. 

소를 도축하면 하루를 계류해야 한다. 미생물, 항생제 검사를 한다. 다음날 이상이 없으면 소분장으로 넘긴다. 소분장으로 넘기기 전, 육회로 사용하는 부위는 24시간 계류를 하지 않고 빼낼 수가 있다.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소를 잡지 않는 주말에 생고기를 먹을 수 없는 이유다. 소를 잡지도 않은 일요일에 생고기가 있다면 하루나 이틀 묵은 것이다. 대부분 주말에는 육회 대신 무침만 가능하다. 

맛있게 육회 먹은 곳 중 해남과 경주가 있다. 해남은 고기의 맛이 좋았다. 점심 무렵에 가서 소주 없이 먹었음에도 맛이 좋았다. 반찬이 좋으면 술을 부르듯 안주가 좋으면 밥을 부른다. 따신 밥 위에 양념장 듬뿍 찍은 육회 올려 먹으면 끝장이다. 또 맛나게 먹은 곳은 경주, 육회를 잘 삭힌 멸치액젓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육회에 여린 감칠맛에 액젓의 풍부한 감칠맛이 더해져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멸치액젓이 비리지 않을까 염려스러웠지만 잘 삭인 멸치액젓은 그런 걱정이 없었다. 내 기준에서는 경상도보다는 전라도의 육회가 더 맛나다. 음식 잘한다는 전라도라서 그런 건가 싶지만, 아니다. 경상도는 거세우 비중이 높다. 반면에 전라도는 암소 비중이 높다. 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경상도의 거세우는 암소와 비슷한 식감이지만 맛이 심심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세하고 나면 마블링 형성은 잘 되지만 맛은 심심해진다. 


생고기, 육사시미, 뭉터기 등등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같은 음식이다. 뭣이 중헌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름이나 지역보다는 암수 구별이 먼저다. 내 생각이 그렇다. 


아!

한 가지.

육회 관련 식당 소개를 보면 '당일 도축'을 원칙이라는 글귀가 많다.

육회 내는 모든 식당이 그렇다. 거기만 특별난 것이 아니다. 알고나 쓰자.


#생고기 #뭉티기 #육사시미 

#경주 #해남 

#오는날이장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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