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Dec 27. 2021

냉면_뭣이중헌디

냉면은 겨울에 먹던 음식이었다. ‘차가운 면’을 한자로 표현하면 냉면이다. 한동안 ‘냉면부심’이 자주 회자했다. 냉면 먹는 방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이들에 대한 비꼬는 말이다. 맛이라는 게 사실 그렇다. 기준은 ‘나’다. 나머지는 참고일 뿐이다. 엄마도, 아빠도 함께 투게더가 아니다. 두 양반 또한 내 입맛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참고 입맛이다. 가장 무식하고 폭력적인 것이 맛 강요다. 특히 아이들과 부모 사이에 자주 보인다. 맛이나 향에 대한 민감도는 다르다. 오이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싱그러운 오이는 없다. 필자의 아이는 생선을 못 먹는다. 비린내가 전혀 없는 초밥조차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억지로 맛을 보게 했다. 다만, 맛을 보고 먹기 싫으면 그대로 두었다. 세상에 먹을 거 많은데 뭐하러 싸워가면 먹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냉면도 마찬가지다. 식초를 넣든, 겨자를 넣든 개인 취향 것이 정답이다. 남이 어떻게 먹든 그건 그 사람 입맛이고 해봐서 괜찮으면 따라 하면 된다. 먹는데 법칙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참고’다.


냉면은 겨울에 먹는 음식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여름은 맛난 동치미도, 시원하게 해줄 얼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동빙고, 서빙고 이야기는 하지 마라. 지금처럼 편의점 가서 500원이면 얼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항구에 제빙기가 설치되면서 얼음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다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냉면이 여름 음식이 되기 시작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고기 삶고, 기름 걷어 내면서 맑게 낸 육수. 간장 넣어 갈색 품고 있는 것도 육수. 그 속에 삶은 면을 올린다. 이거저거 고명을 더하면 완성이다. 사서 먹은 냉면이 전부인 우리네는 그것이 냉면이라 생각한다. 오래된 신문이나 기사에서 한 줄 두 줄 나온 기사를 찾아보고는 냉면은 이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 게 우리네 모습. 고기 육수 제대로 내서 먹은 집이 있긴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있는 집 이야기. 대부분은 동치미나 김칫국물이 전부였다. 해가 지면 TV, 인터넷도 없던 겨울밤, 궁금한 속을 달래 줄 먹거리는 많지 않았다. 고구마, 무, 홍시 정도. 아주 가끔, 겨울에 이불 뒤집어 쓰고 먹던 김치말이 국수가 있었다. 차게 먹으니 냉면이었다. 평양에서 먹으면 평양냉면, 진주에서 해 먹으면 진주냉면인 것이다.

살기 퍽퍽한 시절을 보냈다. 사람들의 노력으로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나란히 섰다. 배불리 먹던 것이 소원이었다가 이제는 맛난 것을 찾는다. 그 사이에 냉면은 추억 속 음식에서 현실 속 음식이 되었다. 별별 말이 오갔다. 그중 하나가 앞서 이야기한 냉면부심이 그렇다. 오늘 동치미 막국수 한 그릇 했다. 배추와 무 송송 썰려 있고 고추지 하나 띄운 막국수였다. 막국수 국물 한 모금 마시니 며칠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여린 단맛 속에 있는 숨어 있는 신맛이 참으로 좋았던 동치미 국물과 면, 예전에 우리네가 먹었던 냉면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차갑게 먹으면 냉면이다. 육수를 무엇으로 내든, 면 재료를 무엇을 쓰든 차가우면 냉면이다. 식당을 선호하는 것은 인지상정. 평양, 진주, 황해, 함흥 구별도 괜찮다. 뭐가 좋다 나쁘다 그런 소리는 말자. 냉면, 맛있고 시원하게 먹으면 된다. 음식에서 정답 찾지 말라. 차가우니 냉면이고 뜨거우면 온면이다.


#차갑게

#뜨겁게

#냉면_온면

#평양냉면_막국수

#필동_갔었는데....

#동두천_갔었는데...

#함흥냉면_싫어하는티가확나네

#비빔면도


매거진의 이전글 생고기, 육사시미, 뭉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