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Jan 01. 2022

뭣이 중헌디_숙성돼지고기


#뭣이중헌디


#숙성_돼지고기


오랜만에 옛 직장의 선배들을 만났다. 장소는 강남 모처의 돼지고깃집. 숙성한 돼지고기를 파는 곳으로 숙성 시간에 따라 메뉴를 정한 곳이다. 가령 504시간을 숙성했다면 504 삼겹살이 메뉴명이 된다. 800시간 한 것은 하루 나오는 양이 제한적이라 예약이 아니면 먹기 힘들다.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선배의 마음으로 식당을 정했다고 한다. 마음은 고마웠지만 삼 년 전 다녀오고는 지은 곳 중 하나다. 맛없는 곳은 아니다. 서비스도 괜찮다. 양천구에서 강남까지 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맛있다면 찾아가겠지만 한 시간 넘게 지하철 갈아타고 가서 먹을 맛을 아니라는 의미다.


이 식당 고기의 특성은 숙성에 있다. 숙성은 고기를 영하 온도 근처에서 고기를 진공 포장을 해서 보관하는 것이다. 별거 없다. 온도 유지만 잘 되고 고기를 진공 포장해서는 숙성의 시간을 보내면 된다. 삼겹살 504는 21일 숙성한 것이다. 숙성의 시간 동안 고기는 맛있어진다. 국회 도서관을 뒤졌지만, 숙성 기간 중 돼지고기 맛 성분에 관한 논문은 없었다. ‘그럴것이다’ 추정으로 쓴 글은 몇 편 있었다. 돼지고기 관련한 연구자료가 없는 관계로 소고기 데이터를 살짝 빌리면 숙성 기간에 따라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이 증가한다는 연구자료가 있다. 돼지고기 또한 숙성 시간이 증가할 것이다. 자료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 우리 돼지고기 한돈 먹자고 다양한 광고 활동을 한다. 그 금액에 일부만 돌려서라도 이런 연구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맨날 “우리 돼지 한돈 먹자”만 하지만 말고 말이다. 숙성은 맛을 좋게 한다. 숙성의 목적이다. 감칠맛이 나오고 조직이 ‘연해’진다. 조직이 연해진다는 것은 잘 구워 먹지 않는 부위인 앞다리나 뒷다리도 가능하게 한다. 씹는 것을 효소가 숙성 시간 동안 대신했기에 숙성하지 않은 것보다 부드럽게 씹힌다. 한돈 광고 중에 뒷다릿살이나 등심을 따로 광고한다. 처치 곤란한 수준으로 남아돌기 때문이다. 일전에 일본 가고시마에 간 적이 있었다. 흑돼지가 유명한 곳인지라 부러 찾아 먹으러 갔었다. 여러 부위가 나오는데 얇게 저민 등심도 있었다. 등심을 구워 먹나? 잠깐의 의구심을 가졌다. 얇게 저민 등심을 불판에 구웠다. 퍽퍽하겠거니 예상했다. 예상은 반만 맞았다. 살은 퍽퍽했지만 붙어 있는 지방의 맛이 퍽퍽함을 보완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도 등심을 먹긴 먹었다. 삼겹살인 줄 알고 먹었던 것 중에서 일부는 등심이다. 유독 삼겹살만 찾기에 도축하고 작업할 때 등심까지 연결해서 자른다. 삼겹살 봤을 때 살덩이가 유독 커 보인다면 등심 쪽이다. 

강남의 돼지고기 숙성 식당에서는 삼겹살과 목살을 숙성한다. 다른 것은 하지 않는다. 만약 이 집의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 등심을 숙성한 것을 판매하고. 있다면 자주 갔을 것이다. 삼겹살과 목살은 어찌 먹어도 맛나다. 거기에 맛을 더하면 맛이 넘친다. 나만 그럴수도 있겠지만 쉽게 질린다. 맛이 모자란 것을 숙성하면 모자란 맛을 채운다. 앞다리나 뒷다릿살을 숙성하면 꽤 괜찮은 맛이 나올 것이다. 숙성하지 않은 것도 얇게 저미면 먹을만 하다. 비선호 부위를 숙성하면 어떨까 싶다.  친구 중에 한돈 홍보 대사가 있다. 그 친구한테 전화할 때마다 한돈 홍보 멘트가 흘러 나온다. “우리 돼지 한돈 ~ 어쩌고저쩌고” 하는 내용이다. 먹어 달라 떠들지만 말고 먹게끔 연구도 했으면 한다. 하고 있겠지만 내 눈에는 안 보인다. 모자란 삼겹살 숙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뭣이 중허디 생각해보면 답이 있을 것이다. 안 보이면 어쩔 수 없다. 먹어 달라 계속 떠들 수 밖에. 


#삼겹살


#목살


#한돈

매거진의 이전글 냉면_뭣이중헌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