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Feb 15. 2022

동의보감 좀 놔둬라

돌팔이들이 많다

지난가을, 다래를 팔았다. 영월 농장을 다녀와서는 월간 식당에도 소개했었다. 여행자의 식탁 스토어팜에 올려 판매를 했다.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맛은 키위와 비슷한 녀석으로 한국 토종이었다. 중국의 재래종 다래가 뉴질랜드로 넘어가 개량한 것이 오는 날의 키위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어쩌다 나가던 것이 하루에 몇 개씩 다래가 갑자기 나가기 시작했다. 허접한 내 스토어팜까지 찾아 온다는 것은 방송 아니면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그랬다. 방송을 보고 산 사람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개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아이가 비염으로 고생인데 이거 먹고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보통은 이런 댓글에 이렇게 달 것이다. “아이가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저도 비염이지만, 비염 때문에 다래 먹지는 않습니다. 비염 때문에 군대를 방위로 다녀올 정도였지만 심해지면 병원 갑니다” 

음식 관련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경계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식품=약’으로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먹거리 글이나 기사를 보면 그런 것들이 많다. 뭐에는 뭐가 많다는 식으로 이것을 먹으면 뭐에 좋다고 한다. 언급하는 병들은 익히 아는 것들이고 매번 중복된다. 예를 들어 차가버섯에 항암물질이 다량 들어 있다는 이야기. 예를 들어 0.00001% 들어 있는 것에 0.00005% 들어 있으면 표현은 이렇게 한다. “뭣보다 5배” 많은 다당류 함유. 5배 많은 것은 팩트이지만 그것이 어떤 유의적 차이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저 많다고만 한다. 몇 배 많다고 하는 것들을 만날 때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어떤 강연에서 이렇게 했다. 차가버섯 비싸게 사 먹지 말고 표고나 천 원에 세 봉 팽이버섯 맛나게, 자주 먹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항암에 좋다는 다당류의 합유량이 금액 차이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비싼 차가버섯 챙겨 먹는 것보다 평소에 버섯을 일상에서 자주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는 홈쇼핑에서 사라진 베리류도 마찬가지다. 항산화 물질이 기존에 몇 배만 강조했다. 측정은 원물로 하고 파는 것은 가공품이었다. 동결건조라서 괜찮다? 가공하는 순간 그들이 방송에서 했던 수치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50원 건다. 식품에서 자주 언급하는 책이 있다. 몇 가지가 중에서 동의보감은 탑오브 탑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혹은 따르면으로 시작하는 것을 흔히 본다. 일단, 동의보감이 나왔던 환경을 보자. 임진왜란 끝난 다음,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환경이 위생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가끔 TV에 나오는 구호 받는 화면 속 사람들이 임진왜란 직후의 조선인이라 상상해도 무방할 것이다. 동양의학을 집대성했다는 것에 토 달 생각은 없다. 후세의 사람들의 남용에 대해 뭐라 하는 것이다. 병원도, 약도 없는, 심지어 먹거리도 부족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자연에서 답을 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지금은 아프며 병원 가면 된다. 

무엇을 먹으면 좋다? 그럼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하고, 얼마 동안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좋다는, 특정 성분이 많다는 이야기만 한다. 음식으로 병을 고친 사람이 있다고 한다. 가끔 복권을 산다. 꾸준히 산다고 딱히 맞는 것도 아니다. 음식으로 병을 고친 사람은 아마도 복권 1등 맞은 사람하고 비슷한 확률일 것이다. ‘어쩌다’ 말이다. 음식은 삶의 에너지 제공이 기본이다. 덤으로 향과 맛이 있을 뿐이다. 음식 글 쓰는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 먹어서 어디에 좋다고 쓰는 순간 돌팔이 약장수가 된다.. 제발 선무당 같은 소리는 그만 했으면 한다. 음식, 뭣이 중헌디 알면 그 소리 못한다. 한다면 당신 직업과 상관없이 돌팔이 인증이다. 


#뭣이중헌디

#돌팔이

매거진의 이전글 깨서 먹으라는 이유로 이름이 '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