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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r 20. 2022

4대 진미는 없다_이베리코

뭣이중헌디


#뭣이중헌디 #이베리코 #하몬

#4대진미? #누가? 


일본을 일 년에 두어 차례 출장 다닐 때였다. 일본 지자체 공무원이 순환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곳이 있다. 여러 일 가운데 팸투어도 했다. 그 덕에 2~3년 일본을 편하게 다녔다. 갈 때마다 지역은 달라지지만 내용은 비슷한 것이 반복됐다. 일본 3대 야경, 일본 3대 료칸, 100대 온천 등등 볼거리, 먹거리, 잘거리 등등 모든 것에 순서를 매겼다. 우리나라도 지지 않고 일반에서는 5대 짬뽕을 만들고는 가맹점 사업을 했다. 어느덧 일본처럼 우리 지자체마다 8경, 10미 등등 만들어졌다. 8경, 10미나 10경 8미나 속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저게 맞나???????” 물음표가 예닐곱 개가 머릿속 사방팔방에서 풍선처럼 둥둥 떠다닌다. 진짜라서 뽑은 것보다는 숫자 맞추기 위해 넣은 것이 대부분이다. 당장 아무 지역 군 홈페이지 들어가서 보면 이해가 바로 된다. 



흔히 트러플, 푸아그라, 캐비아를 3대 진미라고 알고 있다. 누가 꼽은 건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누가 뽑았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출처도 없는 말을 방송이나 신문에서 떠드니 진실인 양 알고 있다. 구글링은 해봤지만 정확한 출처는 없다. 그저 일본 3대 야경처럼 일본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글만 있었다. 지금껏 3대 진미라 쓴 기자 양반, 세프 양반 중에 필자가 찾아내지 못한 근거가 있으면 알려 주시길. 아무리 찾아도 일본 요리 만화 외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최근에 3대에 하나가 더 붙어 4대 진미라 한다. 이 또한 근거가 없다. 이베리코 베요타 하몬, “뭐 생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러겠네” 싶은 생각은 잠깐 들다가 사라진다. 문제는 개인이 4대를 뽑든, 10대를 뽑든 상관없다. 공신력 있는 매체라 여기는 것들이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것은 문제거니와 거기에 편승해 장사하는 이들이 많다는 거다. 이베리코 돼지는 맛있다. 몇 년 전 이베리코 베요타 생고기 시식회 하는 곳에서 맛을 봤었다. 맛있었다. 6개월 키우는 우리나라 돼지에는 없는 ‘시간의 맛’이 베요타에는 있었다. 정식 수입하면 꽤 인기 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여러 회사에서 이베리코를 수입했다. 마켓컬리, 쿠팡, 이마트 등 여러 곳에서 판매를 했다. 파는 곳, 파는 이베리코 돼지는 달라도 마케팅은 같았다. 이른바 ‘4대 진미’. 이베리코는 햄을 만들기 위해 키운다고 해도 말이 되는 돼지다. 뒷다리, 앞다리, 등심으로 햄을 만든다. 좋은 돼지고기에 소금을 뿌리고 시간을 두고 숙성한다. 그렇게 원하는 시간을 보내면 시간은 무미의 단백질을 절단해 맛이 있는 아미노산으로 만든다. 시간 동안 수분은 빠져나가 적당한 촉촉함이 있다. 짭조름하고 씹는 맛에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살살 녹는다. 따듯한 밥에 하몬을 올려도 맛나다. 치즈나 빵 위에 올려 먹는 것 못지않다. 이베리코에서 생산하는 하몬은 네 가지 라벨을 붙인다. 흑돼지인지, 사료를 무엇을 먹였는지, 방목했는지에 따라 흰색, 녹색, 빨간색, 검은색 라벨을 붙인다. 생고기가 아닌 하몬 등의 생햄에만 붙인다. 생고기는 그냥 동네 돼지고기다. 물론 다른 돼지고기보다 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도 4대 진미는 ‘무리데쓰’다. 제주에서 13개월 이상 키우는 토종 돼지와 생고기는 맛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제주 토종 돼지까지 포함해서 5대 진미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베리코 생햄은 맛있다. 4대 진미는 누군가 뽑았겠지만 그 사람의 생각일 뿐, 참고 사항이다. 그걸 재생산할 필요는 없다. 필요 없는 재생산은 소비자 기만에 사용하기 딱 좋을 뿐이다. 



이베리코 하몬은 라벨이 있다. 흰색, 녹색, 빨간색, 검은색 네 가지다. 이베리코 생고기는 그런 라벨을 붙이지 않는다. 불일 수도 없다. 왜냐고? 스페인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햄 생산 규정에 대한 최종 보증이 그 라벨이다. 그러니 아무 곳에 그런 설명을 붙여서는 안 된다. 4대 진미라고 뻥까지 하면서 말이다. 악어살, 황제살, 꽃삼겹 우리나라에도 없는 부위를 만들면서 그러지는 말자. 삼겹살 수입 못하는 이유를 알지 않나? 돼지를 오래 키우면 뱃살에 지방이 껴서 삼겹이 사라지기에 그렇다는 것을 말이다. 이베리코는 스페인 어느 동네의 흑돼지일 뿐이다. 흑돼지 뭣이 중헌디 알면 저리 못 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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