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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ug 25. 2022

향신 채소 고수의 맛

다양한 맛에 대한 단상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에피소드 중에 ‘고수 모임’이 있다. 대충은 짐작했다. 세상에 이런저런 고수가 많기에 여전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달인을 다루기도 한다. 고수를 즐기는 이들의 모임 이름이 ‘고수 모임’ 잠깐의 에피소드였다. 생각해보면 우리네 음식에서 향신료는 제한적이다. 수많은 향신료의 교집합인 인도엔 카레가 있다. 중국도 각가지 향신료를 사용한다. 우리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만 사용한다. 마늘, 고추, 대파, 생강 정도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못해서 향신료가 적은 것은 아니다. 사계절이 분명하기에 이 땅에 나는 작물을 활용했을 뿐이다. 땅이 넓은 중국이나 인도와는 크기다. 다르기에 먹는 문화가 다르다. 당연하다. 당연했지만 이제는 세계화 시대. 각국의 음식 재료가 실시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에 맞게 우리 식재료 또한 변해야 하지 않을까?

고수는 천 년 전에 이 땅에 들어왔다. 일부는 베트남 쌀국수 전파와 맞물려 들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덕에 알려지긴 했다. 영어로는 코리앤더, 중국어로는 샹차이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을 통해서 고려시대에 전파됐다고 한다. 중국에서 들어왔다면 상챠이 비슷한 발음이어야 하는데 우리 말로 그냥 고수,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인 빈대풀이다. 지금 먹는 1900년 초반의 호배추나 1960년대 도입한 양배추 보다 훨씬 선배다. 성격 더러운 선배이기에 찾는 이만 찾는다. 고수를 찬찬히 살피면 미나리와 비슷하다. 재배 미나리가 아니라 작은 하천 주변에서 자라는 돌미나리와 흡사하다. 언뜻 보면 둘이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둘이 자라는 시기가 다르다. 돌미나리는 추울 때 자라 꽃피는 봄에 맛이 만개한다. 날이 더워지면 사그라진다. 반면에 고수는 땅이 녹고 풀이 자랄 때 씨앗을 뿌린다. 두 달 지나면서 수확한다. 꽃대를 올려 씨앗을 받기도 하는데 고수꽃 또한 귀한 식재료로 사용한다. 고급 레스토랑 장식의 대미를 맡기도 한다.

꽃이나 씨앗을 맛보면 향긋함이 풀과는 다른 향이 난다. 세프들이 욕심낼만한 재료다. 고수와 돌미나리는 미나릿과의 사촌지간이라 비슷한 모양새다. 고수는 쌀국수다. 쌀국수만 안다. 여러 곳에 사용해도 우리는 쌀국수만 생각한다. 아니다. 우리네 조상들도 다양한 곳에 사용했다. 김치를 같이 담가 놓으면 오랫동안 군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진안 출장길에 토종오이와 고수를 사서 김치를 담갔다. 때로는 나물로 무쳐서 먹기도 했다. 한여름, 쌀국수집에서는 잠깐 고수를 내주지 않는 예도 있다. 너무 더워 고수가 자라지 않기에 금값이 될 경우다. 예전에는 장터에서 고수 보기 어려웠다. 사려고 하면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갔다. 요새는 장터에서 흔히 보인다. 장터에서 산 고수는 무침 나물도 좋지만 파채 대신해도 별미다. 향긋한 향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파채보다는 고수다. 고깃집 메뉴에 고수가 있다면 좋을 듯싶지만 생각하는 이가 드물다. 겨울이 길었던 수천 년의 경험이 단 몇십 년의 새로운 경험이 밀어내기에는 힘에 부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메뉴 추가는 다른 것에 비해 어렵지 않다. 새로운 시설을 들이는 것도 아니고, 몇백 주고 배우는 것도 아니다. 추가했다가 빼기만 하면 된다. 업장을 유지하면서 메뉴 추가나 삭제는 일상처럼 일어난다.

서울 상암동에 가끔 가는 ‘차림’이라는 한식당이 있다. 다양한 메뉴가 있어도 시작은 방아전이다. 방아잎 가득 넣고 부치기에 향긋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식당에서 먹을 수 없어 집에서 가끔 하는 전이 제피전이다.

 방아전보다 한 수 위가 제피전이다. 작은 제피 잎으로 만드는 전으로 새콤함이 더한 맛이 방아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방아전은 시골에서 먹던 맛을 재현했다. 수많은 시도가 만든 결과물이다. 해보지 않으면 따라쟁이로 끝난다. 수백만 원 주고 배우는 것 또한 따라만 해서는 안 된다. 내 것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일상에서 부족한 것을 메꾸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시도는 해봐야 성공과 실패 여부를 알 수 있다. 향신료가 부족한 우리네 레시피, 뭣이 중헌디 알면 고수를 그렇게 대접하지 않는다. 고수답게 대접할 때 길이 보인다.


향신채 잘 쓰면 고수다.


금년 들어서 연재하고 있는 사장님 119 캐시노트. 다니면서 왜 그럴까에서 시작한 식재료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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