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Oct 24. 2022

흰다리새우

대하와 다른 종

대하는 꼬리를 보면 알 수 있다.

10월에 서해로 가는 길, 들판이 노랗게 물들었다. 들판이 황량해질 즈음 산자락이 붉게 물들 것이다. 그사이 수확하는 모든 것에 단맛이 차곡차곡 쌓인다. 가을 중에서 초가을보다는 늦가을 나는 것이 맛있다. 바다는 육지보다 한 달 정도 늦게 계절이 시작한다. 즉, 단풍 질 때가 바다는 가을이라는 이야기다. 가을이 오면 찾는 수산물 중에서 새우와 꽃게가 인기다. 9월에 맛본 수게는 살은 꽉 차 있었지만, 단맛이 부족했다. 10월 초에 당진을 비롯해 서산, 태안, 함평까지 서해를 다니면서 대하나 흰다리새우를 살펴봤다. 다들 축제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하와 흰다리새우 또는 왕새우, 큰새우 축제가 열리는 시장마다 제각각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뭐가 맞을까? 우리가 가을에 흔히 접하는 새우를 알아보자.

국내에서는 2000년 초반까지 대하를 양식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마비시키듯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하를 괴롭히는 수준을 넘어 몰살시키는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흰점 바이러스’에 감염된 양식장은 초토화가 됐다. 양식장에 시름이 깊어지면서 중남미 원산지인 흰다리새우가 대세로 떠올랐다. 2000년 중반까지는 대하와 흰다리새우 두 가지를 양식했다. 그러다가 양식하기 편한 흰다리새우를 주로 양식하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대하 양식장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1990년대까지는 대하를, 2000년대 초반에는 둘 다를, 그 이후로는 흰다리새우만 양식했다. 그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어시장이나 산지 시장에 가면 흰다리새우를 표현하는 단어가 섞여 있다. 어느 시장을 가든 흔한 것이 대하다. 2010년 초중반에 칼럼니스트가 지적하자 대하보다는 흰다리새우라 이야기하는 곳이 많아졌다. 많아졌지만 여전히 혼용하고 있다. 몰라서 혹은 일부러 사용한다. 일부러는 자연산밖에 없는 대하의 인기를 얻어 볼까 하는 욕심에서 그리한다. 대하라 표시하지 않는 곳은 ‘왕새우’, ‘큰새우’ 등이라 한다. 축제가 열리는 곳을 가보면 그리 표시들 하고 있다. 오일장터에 보면 냉동 새우를 왕새우라 하면서 많이 판다. 가격이 저렴하다. 왕새우라 표시한 거를 잘 보면 원산지가 에콰도르산이 꽤 있다. 며칠 전 간 오일장에는 국내산 흰다리새우를 파는 곳 대부분이 대하 혹은 왕새우라 팔고 있었다. 유독 한 집만 제대로 흰다리새우라 표시하고는 판매하고 있었다. 최근에 자연산 대하 가격이 저렴했다. 심지어 양식보다 저렴하게 판매가 되었다. 1kg 기준 2만 원 이하였다. 양식이 보통 2만 5천 원~3만 원 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탓에 가격이 내려갔다. 그 소식을 듣고 산지에 갔다. 며칠 배가 못 떴다는 이야기는 산지에서 들었다. 가격이 지난번보다 두 배가 뛴 4만 원이었다. 대신 양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맛에 관점에서 보면 양식보다는 자연산이 낫다. 대신 원가 계산이 안 선다는 것이 자연산의 단점이다. 한 끼에 몇십만 원 하는 최고급식당이나 호텔이 아닌 이상 널뛰기 원가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일반 식당에서는 양식이 알맞다. 다만 자연산이 저렴할 때 이벤트로 진행하는 것은 손님께 재미를 주는 거로 활용하면 좋을 듯싶다.

식품을 하는 사람은 용어에 대해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가끔 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토마토나 치즈에 MSG가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겁을 한 적이 있다. 토마토는 MSG는 없고 비슷한 글루탐산이 들어 있다. MSG가 들어 있는 것은 미원을 비롯한 조미료 봉지에 들어 있다. 자연계는 글루탐산을 만들고 공장에서는 MSG를 만든다. 대하나 흰다리새우나 마찬가지 새우니 무슨 상관이냐 그럴 수 있다. 사 먹는 사람들은 그리 불러도 된다. 파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은 정확하게 불러야 하고 합당한 이름값을 받아야 한다. 이름, 뭣이 중헌디 알면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당신의 이름을 누가 함부로 부른다 생각하면 답이 있다. 


#사장님119 #캐시노트 연재중

#흰다리새우 #대하 


매거진의 이전글 향신 채소 고수의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