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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08. 2023

딸기 품종도 중요하지만

재배 방식도 중요하다

#딸기


#품종 



인터넷 유통업에에서 재미난 행사를 했다. 다양한 딸기 품종을 팩에 담아 판매한 행사다. 꽤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과일(딸기는 채소지만 과일이라 생각한다)을 품종으로 구별하자고 주장했다. 이마트에서 첫 시도가 있었고 그 뒤로 딸기를 품종으로 유통하기 시작한 거로 알고 있다. 업체의 행사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났다.


첫 번째는 몇 년 전 갔던 일본의 딸기 하우스가 생각났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연유가 든 용기를 나눠줬다. 딸기 따서 담으라는 것까지는 이해가 됐지만 달곰한 연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유가 든 용기를 들고 허리 높이에 달린 딸기를 따기 위해 돌아다녔다. 갔던 농장은 스마트팜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물거름이 딸기 뿌리를 지나도록 해 흙이 없더라도 재배가 가능한 첨단 시설이었다. 첨단의 수경재배 단지다. 꼭지까지 잘 익은 딸기를 땄다. 잘 무르는 딸기인지라 대부분 단단할 때 따서 유통한다. 여기 아니면 보기 힘든 상태의 잘 익은 딸기다. 용기에 담기도 전에 익은 모양새를 보고는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이런! 모양만 딸기였다. 여린 단맛과 향이 겨우 딸기임을 말하고 있었다. 연유를 준 까닭이 있었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비슷한 경험이다. 홍콩의 슈퍼마켓에서 빨갛다 못해 새빨간 딸기를 샀다. 한국산, 미국산이 옆에 있어도 익은 상태를 보고는 보기에 좋은 뉴질랜드산을 선택했다. 숙소에서 맛을 보고는 바로 버렸다. 아무런 향도, 맛도 없이 부드럽기만 했다. 재배방식이나 농장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니 그저 뉴질랜드 딸기에 저런 것이 있나 하는 정도로 넘겼다.


세 번째는 3년 전인가 경상북도 고령으로 딸기 취재를 하러 간 간 적이 있다. 새벽녘에 도착해 딸기 따는 사진을 찍고는 생산자와 이야기를 했다. 앞서 이야기한 수경재배로 하는 딸기 베드(허리 높이의 딸기 재배 시설)는 생산성이나 작업 효율성은 좋다고 한다. 다만 수경재배할 경우 흙에서 하는 것보다 향이나 맛은 떨어지나 어쩔 수 없이 그리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의 최근 기사를 살펴보니 수경재배 면적이 딸기 생산량의 35, 5%를 차지한다는 기사가 있다. 열에 셋 이상은 수경재배를 한다는 이야기다. 농촌의 고령화로 인한 작업 인원이 부족하다. 그 결과 작업할 때 효율성이 맛보다는 우선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가지 덧붙이면 딸기를 수확할 때 먹기 좋은 때가 아니라 유통하기 좋은 때가 수확 시점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잘 익은 것을 따서 보내면 반품이 많다고 한다. 포장지와 맞닿은 부분이 조금이라도 물러지면 반품하는 소비자가 많아서 아예 단단할 때 내본다고 한다. 게다가 과일의 맛보다는 모양을 중시하는 경향 또한 반품에 한 몫 했다.


다시 유통업체 행사로 돌아가 보자. 팩에 담긴 딸기 종류는 금실, 설화, 설향, 알타킹, 킹스베리, 비타베리로 구성했다. 설명에는 딸기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써 놨다. 향, 단단함의 정도 등등 말이다. 적어 놓은 딸기 특성은 완벽하게 익었을 때의 특성이다. 특유의 향이라든지 질감은 먹기 좋을 때 수확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익으면 그럴꺼다’를 참고하라는 내용이다. 실제 수확하는 때와는 맞지 않는 내용이다. 맛있는 딸기는 흙에서 재배해서는 먹기 좋게 익었을 때 가장 맛있다. 팩에 담긴 딸기는 이런 내용 없이 딸기 이름만 나열되어 있다. 재배조건이나 수확 시점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만일 수경재배로 숙기 90%(익은 정도)에서 수확한 설향과 흙에서 재배한 숙기 85%의 금실이 같은 조건일까? 시도는 참으로 좋았으나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보인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6개 품종의 산지가 같은지도 궁금했다. 하우스 재배라도 일조량에 따라 당도가 좌지우지하기에 그렇다. 산청의 설향과 함안의 설향은 같은 품종이라도 다른 맛을 낸다. 해를 비추는 하느님의 마음 또한 딸기 맛에 큰 영향을 주는 조건이다. 재배방법, 산지, 숙기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에 12월에 죽향을 사고는 “맛없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1월 말에 산 죽향은 12월의 죽향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딸기 뭣이 중헌디 알면 숙기와 재배조건부터 살폈을 것이다. 품종의 선택은 분명 중요하지만 재배 방식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름이 같다고 다 같은 맛이 아니다.



#뭣이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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