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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ug 06. 2022

토종닭은 구워야 맛이다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의 닭구이

토종닭은 구워야 맛이다. 이런 주장을 꽤 오랫동안 해왔다. 그렇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미쳤네’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안다.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떡하겠는가? 아무리 삶아 먹는 것이 맛있다고 해도 굽는 게 더 맛있는데. 허영만 선생은 식객에서 세상에 어머니 숫자만큼 다양한 맛이 있다고 했다. 삶든 굽든 각각의 맛이 있다. 난 그저 굽는 게 더 맛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신의 선택이 닭도리탕이든 백숙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의 선택을 존중한다.


한 달에 두 번 세상을 다닌다. 오일장 취재를 다니면서 팔도를 다녔다. 덕분에 토종닭 구워주는 곳을 예닐곱 군데 갔다. 사실 굽는 닭을 찾아다닌 것도 계기가 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먹었던 아마쿠사 다이호가 시작이었다. 귀국하고는 청리닭을 구워 먹고는 확실한 생각을 만들었다. ‘토종닭은 구워야 맛이다’를 말이다.

전국에 있는 토종닭 굽는 곳을 다 가보진 못했다. 따로 무엇이 좋다고 이야기하진 않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여수의 닭구이는 먹어 본 곳 중에서 최고라는 것을 말이다. 


1.     여수 약수 닭집

여수 서시장 오일장에 맞춰 내려갔다. 겨울 끄트머리와 봄의 경계. 시장에는 서대 찾는 이가 많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준치를 먹을 수 있음을. 점심으로 준치를 먹고는 저녁은 닭구이를 먹으러 갔다. 사진으로 본 닭집은 일전에 먹었던 토종닭 구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기대 가득 안고 닭집에 도착. 불판이 깔리고 이내 닭 한 마리가 나왔다. 발골을 예쁘게 한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 소 등심을 굽듯이, 돼지 삼겹살을 굽듯이 구울 수 있게 나왔다. 소주 한 잔 세팅하고 굽는다. 똥집도 좋고 안심, 가슴살도 좋다. 역시나 닭은 껍질이 있어야 제맛, 날개가 최고임은 먹어본 누구나 인정한다. 그다음이 다리다. 보통은 출장길에 다음날 일정이 있어 두어 병에서 소주를 마감하지만 이날은 그냥 달렸다. 나올 때 보니 얼추 6병 소주와 맥주 몇 병이 있었다. 토종닭은 여수에서 먹고 난 후와 전이 달라진다. 마무리는 국롤처럼 죽이다. 


2.     구례 당치산장 민박과 금계포란

순천에서 처음 맛을 본 곳이 금계포란이다. 구례를 다니다가 토종닭 생각이 났다. 검색하니 가장 가까운 곳이 금계포란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평일인지라 나만 있었다. 자릴 잡고 주문하니 세팅하고는 바로 뒤에서 구워준다. 덩어리 체 자른 닭을 잘 구워주는 시스템. 가장 맛난 것이 날개. 여기서 맛을 보고는 날개부터 찾는다.

 

구례 오일장 취재 때 가본 곳이 당치산장 민박. 구례와 하동의 중간 산자락에 있다. 하동 방향 국도를 타고 가다가 좌측으로 올라가다 보면 민박집이 나온다. 예약해야 하는 곳이다. 혼자 먹기 뭐해 가까운 곳에 있는 꿀 사장님을 불렀다.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닭이 익기를 기다렸다. 여기 또한 금계포란처럼 구워서 내주는 곳이다. 구워주기에 편하기 편한데 소든 닭이든 누가 구워주면 먹다가 남는 순간 맛이 확 떨어진다. 여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굽는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고깃집에서 2인분 주문하면 2인분 때려 넣고 굽는 곳은 다음부터는 안 간다. 처음은 좋아도 나중이 맛없기 때문이다. 당치산장과 금계포란의 차이는 닭은 없다. 차려지는 반찬이 다를 뿐이다. 접근성은 금계포란이, 김치는 당치산장이 맛있다. 

3.     강원도 홍천 나래밭쉼터, 춘천 계륵

전라도만 있나 싶어 검색에 검색하다가 찾은 곳이 홍천 나래밭쉼터. 장이 선 날은 쉬는 날이라 토요일 학원 안 가는 딸과 함께 토종닭 먹으러 다시 갔었다. 여기 장점은 반 마리도 가능하다는 점. 모든 곳이 한 마리를 주문 후 반 마리는 가능해도 처음부터는 불가능하다. 토종닭을 간장 양념해서 굽는다. 소금구이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공깃밥 주문도 되지만 대부분 막국수를 주문한다. 반 마리가 되는 곳이라서 좋다. 

춘천 계륵. 유일한 핸드폰 사진이다. 

화천 가는 길에 한 번 시험 삼아 검색했더니 뜨는 곳이 춘천의 계륵이다. 토종닭 구워주는 곳으로 쥔장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곳. 불판이 깔리고 구례처럼 구워주는 것이 아니라 구워 먹는 스타일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춘천을 다니면서 육계와 늘 굽던 것이 아쉬웠다. 어느 글에서 이제는 토종닭도 굽는 것이 좋지 않을까 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이 계륵이다. 춘천에서 맛있는 닭을 먹고 싶다면 여기다. 

4.     산청 거림 펜션 식당

산청 오일장 취재 길에 갔던 곳. 허영만 선생님과 봉주 선생님 모시고 갔다. 숙소에서 거리가 40km 조금 넘어 민망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선생님 두 분이 맛에는 만족한 것이다. 소금구이와 고추장 양념 두 가지가 있다. 둘 다 셀프로 굽는다. 전라도만 있을 듯싶었던 닭구이가 경상도에 있음을 확인했던 날. 다만, 이곳은 대리가 일찍 끝나기에 일행 중 하나는 술을 마시지 않거나 미리 대리를 불러야 한다. 대리를 부르면 산청이 아닌 진주에서 넘어온다. 산청에 간다면 한 번은 가겠지만 두 번은 골짜기까지 들어가지 않을 듯싶다. 


5.     영암의 모처

참으로 맛없던 영암

영암이라 하고 식당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이 동네와 이웃한 해남 또한 통닭이라는 이름으로 토종닭을 코스로 낸다. 불고기, 껍질 구이, 가슴살 회무침과 뼈로는 탕을 낸다. 영암에서 이름난 곳 중에서 한 곳을 골라서 갔다. 먹다가 먹다가 처음으로 중간에 그만두고 나온 최초의 토종닭 식당이었다. 닭의 맛이 열 냥이면 껍질이 아홉 냥이다. 잘 구워 탱글탱글 해야 하는 껍질이 기름 가득 품고 딱딱한 채로 나왔다.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었다. 닭가슴살 무침은 별맛도 없었다. 양념해서 볶는 닭 불고기 또한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한 병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다른 곳에서는 토종닭을 찾을지언정 영암만큼은 더는 찾지 않는다. 


6.     구마모토의 아마쿠사 다이호

일련의 토종닭 투어의 시작점이다. 일본이 토종닭을 잘 찾아 놓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맛본 소금구이의 진실한 맛은 나의 행로를 바꿔놨다. 전국을 다니다가 나중에는 일본에 3박 4일로 두 번 닭 투어를 떠났다. 나고야를 시작으로 규슈의 남쪽을 닭 먹으러 다녔다. 아마쿠사 다이호는 6개월 키우면 1m, 9kg까지 자라는 대형 종이다. 나고야의 다른 토종닭과 견줄 수 없는 맛이 있다. 같이 세프가 국내에도 이런 닭이 있나 물었을 때 내 대답은 청리 토종닭? 귀국한 후 얼마 안 있다가 청리닭을 구웠다. 

청리닭

아마쿠사 찜쪄먹는 맛이었다. 아마쿠사를 만나지 않았으면 토종닭에 대한 항로가 이처럼 빠르게 진행하지 않았을 듯싶다. 


7.     기타 

여러 곳에서 먹은 토종닭의 종류를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마도 한협 3호? 아마도 우리맛닭일 거라는 애매한 답만 있었다. 국내에서 나는 토종닭은 세 가지다. 한협 3호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우리맛닭과 소래닭이다. 적어도 품종을 알고 팔았으면 한다. 


백숙이나 닭도리탕 하는 곳은 많다.

굽는 곳은 거의 없다할 정도로 적다.

찾지 않으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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