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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15. 2023

제철맞은 장날입니다

출간

#에필로그


#제철맞은장날입니다


“고객님 당황하셔써요?” 몇 해 전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황해에서 유행한 말을 혼자 중얼거릴 때가 있다. 4년 동안 시장을 다니며 시장 구경을 했다. 오일장 전날에 내려가 취재를 했다. 밥도 먹고 저녁에 가능하다면 소주 한잔과 함께 계절이나 산지 제철에 맞는 안주를 선택했다. 다음날 시장 취재를 끝내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보통의 흐름이다. 그걸 방해하는 것 대부분이 날씨다. 코로나와 지방소멸 또한 한몫을 하기도 했다. 전날까지 날이 좋다가 한겨울임에도 다음날 천둥·번개에 비가 쏟아진(거제시), 눈 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줄 알았던 곳에서의 폭설(장흥), 다른 곳은 정상적으로 시장이 섰으나 코로나 2단계로 오일장 자체가 열리지 않은(남해), 사람이 사라지니 오일장 또한 명백만 겨우 유지하는(인제) 곳이 있었다. 먹거리는 얼추 취재해도 오일장 자체가 없으니 없는 장터라도 몇 바퀴 돌고 돌았던 기억이 난다. 가장 최근인 목포 취재에서 전라남도에 내린 대설주의보로 시장이 서지 않았다. 다른 시장 두어 곳 돌다가 겨우 겨울 광어를 사면서 지면을 채울 수가 있었다. 


날씨는 운이다. 날씨로 인해 가는 날이 장날이면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하지만 다음이 힘든 경우가 바로 지방소멸이다. 사람이 없으니 파는 사람 또한 적어진다. 사는 이, 파는 이 모두 나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주변에 대도시라도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시장을 알리는 조형물만 반기는 경우도, 그렇게 돼가는 곳도 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작하는 고향세가 고맙다. 금액을 지정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금 혜택과 함께 고향 특산물을 받을 수가 있다. 다닌 97개 지역을 따져 봤다. 어디가 좋을까? 받을 수 있는 특산물로 할까 하다가 두 군데 지자체를 선택했다. 경북 영양과 전북 장수다. 동네가 사그라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없으니 불빛이 적었다. 어디 높은 곳에 가지 않더라도 은하수 찍기 참으로 편했다. 고향세가 소멸을 막을 수는 없어도 지연을 조금이라도 할 것이다. 그사이 좋은 대책이 나와 다 같이 잘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걱정도 조금 있다. 고향세 대해 지역 유지들만의 쌈짓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공무원의 ‘선정 했으면 된 거다’ 식의 일처리 등등 말이다. 보다 신중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이제 겨우 오일장의 반을 넘겼다. 세 번째 책이 나왔다. 오일장 책은 여기 까지다. 출판은 아니더라도 지면을 통해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아직 가지 않은 시장 또한 부지런히 다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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