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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10. 2023

지극히 미적인 시장 _울진

100번째

#100회

#지극히미적인시장_울진

#제철맞은장날입니다

#가는날이제철입니다

#오는날이장날입니다


울진에서 반한 것은 배오징어도, 다리 떨어진 대게도 아니었다.

바로 김.

돌김 포자를 뿌려서 수확한 김이 아닌

돌에 붙어 있던 것을 말린 김이었다.


살짝 구워 맛을 봤다.

곱창김이 '따위'가 됐다.

김이 이렇게 달달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


구경하며 시장을 다니는데 김이 눈에 띄었다. 보통의 예쁘장하게 포장한 김이 아닌 기다란 모양새다. 바닷가 바위에서 자생하는 김을 뜯어 말린 것이다. 가격이 제법이었다. 한 장이 1000원 남짓. 김 100장에 2만~3만원 하는 것에 비해 서너 배 비쌌다. 열 장 단위로 판매했다. 가격을 묻고는 ‘떨이로 가져가라’는 할머니의 강권에 그냥 스무 장을 샀다. 김을 살짝 뜯어 먹었다. 곱창김이나 다른 김에서 느낄 수 없는 날것의 맛이 났다. 단맛이 있으면서 바닷물의 쓴맛도 있었다. 향은 여리면서 길게 났다. 동해안의 여러 장터를 다녔다. 저 위의 강원도 고성부터 부산의 기장까지 장터를 다녔어도 돌에서 붙어 자란 돌김은 울진장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돌김은 돌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돌김 포자를 뿌려서 수확한 것이다. 장에서 산 김은 돌에서 채취한 이름 모를 김이다. 다른 짓 하지 말고 불에 살짝 구워 먹으라는 이야기를 해주며 할머니는 매가리(전갱이)로 담근 젓갈 두 통뿐인 봇짐을 쌌다.



구경 삼아 후포항을 거닐었다.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 구경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점심처럼 한 식당에 꽂혔다. 울진 여행에서처럼 계획대로 뭘 먹지를 못하고는 우연히 마주친 식당에서 해결했다. 이번에는 문구가 아니라 식당 앞 메주를 보고 80% 선택을 했다. 

웬만한 식당에서는 메주로 된장을 담그지 않는다. 오일장에서도 나물 다음으로 관심을 끌던 것이 바로 메주, 정월 대보름 전후로 장을 담그기에 그렇다. 메주를 식당 앞에 꺼내 놓고 있다는 것은 곧 장을 담근다는 의미다. 게다가 식당 입구에 붙여놓은 여러 내용 중에서 식해 주문받는다는 문구에 나머지 20%를 채웠다. 식해라는 것은 생선에 찐 곡식,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린 다음 숙성한 것이다.


이 집은 가자미와 횟대, 두 종류의 식해를 팔고 있었다. 아니 선택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듯싶었다. 버섯찌개는 다음으로 미루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선택은 탁월했다. 횟대로 식해를 담그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자미조림을 선택했다.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가자미가 기름가자미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니 이내 상이 차려진다. 식해 주문받는 곳이니 식해가 찬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횟대와 가자미로 만든 식해가 나왔다. 가자미조림보다 식해를 먼저 맛봤다. 살짝 나는 젓갈 냄새 다음에 매운맛 조금과 감칠맛이 쏟아졌다. 대게와 홍게 고장에서 맛보는 제대로의 바다 것이었다. 기름가자미 조림도 맛났지만, 식해나 같이 나온 깻잎지가 훨씬 맛있었다. 조림이 아닌 식해를 주문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파도식당 (054)783-812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04246?sid=103

울진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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