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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24. 2023

지극히 미적인 시장 100회 특집

경향신문 두 면에 걸쳐 실리다.

2019년 1월24일 첫 원고가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다. 4년이 지난 2023년 2월, ‘1’에서 출발한 시장은 어느덧 100이 되었고 세 권의 책으로 묶였다. 다닌 시장에서 사고 먹은 것 모두가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산다)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식당이 300개 정도. 먹고 나서는 원고 쓰기를 포기한 식당도 제법 된다. 4년 동안 먹고 즐긴 것에서 계절별로 3개씩, 12개를 선택했다. 재료에 계절을 더해 맛이 가장 빛날 때를 선정했다.


오일장은 물건은 사고파는 것도 있지만 5일에 한 번 나들이의 시간이다. 우리가 주말에 물건 사러 마트 가는 것처럼 말이다. 



▶봄 3~5월


하루가 다르게 바람에 온기가 묻어나는 봄은 나물이다. 식당에 가면 햇나물 두어 가지는 꼭 나오는 때다. 양양의 산나물 부침개, 강릉 새벽시장의 각종 새순 나물, 할매들 옹기종기 모여 나물을 팔던 경남 고성의 오일장이 대표적이다. 

양양의 봄나물 부침개, 강릉 새벽시장
경남 고성장

산청에서 지리산이 내준 나물 비빔밥과 여수 밤바다를 내려다보며 굽는 토종닭의 매력 넘치던 맛. 부여에서 원목 재배해 향기로운 버섯구이를 봄의 대표로 꼽았다.



구이는 말 그대로 버섯을 기름에 구워내고는 소금 솔솔 뿌린다. 먹으면 버섯 향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덮밥은 표고버섯과 다른 버섯을 넣고 볶았다. 거기에 달걀프라이 하나 얹었을 뿐이다. 먹으면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난다. 같이 내는 반찬도 맛있다. 특히 표고버섯 넣고 만든 묵은 압권이다. 묵밥을 만들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묵은 따로 판매도 한다. 안 사면 후회할 아이템이다. 식당을 나와 천년 고찰 무량사를 한 바퀴 돌아도 좋다. 다른 사찰들은 산 중턱에 있어 등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여기는 산문과 극락전 사이가 가깝다.

표고 덮밥 지리산의 산나물
여수 닭구이


덮밥이 2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는 점, 구이가 둘이 먹기에는 좀 많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구이가 절반만 되는 메뉴가 있으면 좋을 듯싶다. 광명식당 (041)836-5176


여수에서 토종닭 구이를 먹고는 지인들에게 추천을 많이 했다. 열에 아홉은 만족. 유일하게 만족이 아니라 하신 분이 여수가 고향인 허영만 선생님이셨다. 구례나 순천의 구워서 나오는 곳이 더 낫다는 판단이셨다. 선생님이 <식객>에서 말씀하신 대로 세상의 어머니 숫자만큼 다양한 맛의 기준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맛있어도 맛이 안 맞을 수가 있다. 이 닭집에서는 닭똥집, 날개, 가슴살, 다리 그리고 손질한 껍질을 알아서 구워 먹는다. 예전에는 똥집과 가슴살을 회로 냈다고 한다. 법이 바뀌면서 손질을 더해 구이로 내는데 회보다 맛이 더 좋다. 얇게 저민 가슴살을 샤부샤부처럼 불판에 살짝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몇 가지 부위 중에서 압권은 껍질. 칼로 속 기름을 깔끔히 제거해 노릇하게 구우면 씹어 넘길 때까지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예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 이렇게 썼었다. “닭의 맛이 열 냥이면 껍질이 아홉 냥”이라고 말이다. 토종닭 구이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껍질이다. 나머지는 도긴개긴이다. 그렇다고 맛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껍질 맛이 뛰어나다. 다시 여수를 간다고 해도 고민 없이 선택할 메뉴다. 약수닭집 (061)642-8500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밥 때문이었다. 여느 식당처럼 미리 담아둔 공깃밥이 아닌 즉석에서 밥을 퍼주는 곳이었다. 게다가 산나물 몇 가지가 찬으로도 나온다. 봄을 즐기기에 딱 맞는 곳이었다. 두부며 전이 나오고 찬이 차려진다. 밥과 시락국이 나왔다. “우리 집은 시락국이 맛있어요.” 주인장의 이야기. 맞았다. 다른 음식 또한 훌륭했어도 시락국에 미치지 못했다. 여러 가지 나물을 넣고 밥을 비볐다. 담근 고추장을 내주면서 1.8ℓ 병을 내민다. 참기름병이다. 어제 짠 건데 손이 바빠 미처 나누지 못했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참기름 조금에 온갖 나물 넣고 비볐다. 산나물 비빔밥이라는 게 보통은 묵나물로 많이 한다. 여기도 묵나물이 나왔지만 찬으로 나온 두릅이며, 엄나무를 넣고 비볐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안에 넣었다. 봄을 넣었다. 벚꽃은 지고 배나무는 꽃을 피웠다. 꽃이 바뀌면서 또 하나의 봄은 가고 있었다. 지리황식당 (055)973-639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07217?sid=103


새로나온 신간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6287664&tab=introduction&DA=LB2&q=%EC%A0%9C%EC%B2%A0%EB%A7%9E%EC%9D%80%EC%9E%A5%EB%82%A0%EC%9E%85%EB%8B%88%EB%8B%A4

#지극히미적인시장

#가는날이제철입니다

#오는날이장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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