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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23. 2023

지극히 미적인 시장_청도

(feat. 허영만선생님)

청도는 미나리가 유명하다. 특히 화악산 물길 따라 펼쳐진 미나리꽝에서 생산하는 한재 미나리는 전국에 널리 알려진 브랜드다. 나라에서 특정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는 지리적 표시제로 엄격하게 보호를 하고 있다. 청도의 한재 미나리 또한 이런 법적인 제도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다. 

한재에 가보면 천혜의 미나리의 생산지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해발 900m 화악산을 타고 내려오는 한재천 따라 미나리를 키워내는 하우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산과 하우스뿐, 공장 등 오염원이 보이지 않는다. 미나리는 맑은 물이 키워내는 선물이다. 좋은 물이 있는 곳에 맛있는 미나리가 생산된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 시장에 가면 참외 보기가 힘들다. 미나리로 유명한 청도 시장에 가면 미나리 구경이 힘들다. 현지인들에게 쉽게 구할 수가 있으니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청도 시장에서 차로 15분 정도만 밀양 방향으로 잡으면 생산지가 나온다. 길 따라 올라가면 삼겹살과 미나리 파는 식당이 곳곳에 있다. 2월과 3월의 주말에는 차가 밀릴 정도로 성황이라고 한다. 그중 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삼겹살과 미나리를 주문했다. 소주 한 잔을 따르고 삼겹살이 익기를 기다렸다. 삼겹살이 익을 즈음 미나리를 올리고 안주를 준비했다. 소주 한 잔 들이켜고 잘 구운 삼겹살에 미나리를 싸서 먹었다. “그래 이 맛이야!” 대신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나리의 상큼한 향이 생각보다 약했다. 그렇게 먹다가 선생님을 알아본 주인장이 다가왔다. “원래 이렇게 향이 약한가요?” 서운한 마음에 선생님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게 사연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향 좋은 미나리 대신 연한 것만 찾아서요?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손님 입맛에 맞추고 있습니다.” “향 좋은 거 없나요?” “잠시만요.” 잠시 후 아까와 모양이 조금 다른 미나리가 나왔다.

막 가져온 미나리의 밑동이 아까와 달리 진했다. “한 번 맛보세요?” 가져온 미나리를 맛봤다. 미나리의 향이 입안을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삼겹살의 느끼함을 꾹꾹 눌렀다. 미나리는 향을 즐겨야 함에도 연한 미나리가 향기 좋은 미나리를 밀어내고 있었다. 생산지의 판매점도 향기 좋은 미나리와 연한 미나리를 같이 판매해야 함에도 손님 요구만 생각한 듯싶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다. 삼겹살에 미나리 먹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기 좋은 미나리에 삼겹살을 더 맛나게 먹는 게 중요함에도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쳤다. 다음날은 한재 꼭대기에 있는 유기농 미나리 생산지에 갔다. 하우스는 얼추 생산이 끝나고 노지 미나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밑동이 진한 보라색인 미나리를 맛봤다. 어제와 달리 단맛이 있었다. 

유기농은 더디 키우는 방법. 크기는 작아도 미나리의 단맛과 향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어제는 사지 않으셨던 선생님도 이것은 사실 정도로 향도, 맛도 좋았다. 골막 미나리 (054)372-124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18842?sid=103&fbclid=IwAR0inFIW61Wusn10xxvtdInJ5NVRDj4lIqjAyKDJvsS2P1L38_W07_N7-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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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맞은장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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