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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y 08. 2023

지극히 미적인 시장_거창

봄을 보내며

서울에서 거창을 가는 방법은 고속도로에서 거창 나들목으로 나가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는 무주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덕유산을 넘는 방법도 있다. 고속도로보다 살짝 늦지만 주로 이 길로 다닌다. 덕유산을 넘는 동안 벚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버찌를 먹은 새들이 날아다니며 싸지른 흔적이다. 무주와 거창의 경계, 빼재터널을 나오면 거창이다. 길을 내려오면 반기는 것은 하얀색 사과꽃, 꽃향기가 진할 거 같지만 코를 갖다대야 겨우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여리다. 50년 된 고목에서 나는 사과가 있는 농원이 터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사과를 사러간 건 아니다. ‘사이다’를 사러간 자리에 사과 판매 문구를 봤을 뿐이다.


사이다는 우리가 아는, 찐 달걀과 환상의 궁합인 그 음료가 아니다. 사과를 발효해서 만든 술을 말한다. 일본에서 잘못 부르던 것을 우리가 따라 하고 있을 뿐이다. 사과 발효주 사이다는 맥주처럼 탄산이 강하다. 

세 가지 맛이 있다. 달콤한 ‘스위트’는 알코올 함량이 3%, ‘스탠더드’는 4.5% 그리고 단맛이 적은 6%의 ‘드라이’가 있다. 스탠더드를 숙소에서 차갑게 해서 마셔봤다. 맥주 홉의 쌉싸름함을 뺀 맛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싶다. 포도로 만든 샴페인과는 다른 풍미가 제법 매력적이다. 가볍게 한잔할 때 딱 좋은 술이다. 농원은 술 작업장 외에도 사과나무 주위에 잔디를 깔아 산책하기 좋게 만들었다. 식사와 차도 판매를 한다. 사과를 넣고 만든 피자라든지 카레가 있다. 몇 가지 안 되는 메뉴 중에서 사과를 넣고 만든 새콤달콤한 소스가 좋은 햄버그스테이크를 선택했다. 햄버그스테이크는 다른 곳의 달달한 소스와 달리 새콤한 사과 맛이 좋다. 햄버그스테이크를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괜찮다. 느끼한 맛을 사과의 신맛이 딱 잡아준다. 

식사에는 디저트가 포함되어 있다. 커피보다는 사과로 만든 소르베를 선택했다. 깔끔한 맛이 식사 후 딱 맞았다. 거창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 또한 좋다. 또 다른 사과 제품은 거창 나들목을 나오면 바로 우측에 로컬푸드 매장과 사과를 테마로 만든 빵집 겸 카페에서 볼 수 있다. 사과주스나 사과젤리, 빵 등을 판다. 여기서의 선택은 사과파이, 거창 사과로 만든 파이가 있다. 일전에 사과 산지에서 이런 제품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들 모양만 본뜬 식상한 빵만 만드는 현실에 아쉬움을 담아 사과파이를 이야기했었다. 거창은 사과를 제대로 가공해서 팔고 있다. 사과파이에 있는 조린 사과가 약간 흠이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예전에 먹어본 파이가 생각났다. 단단한 사과인 홍옥이나 황옥 품종으로 한 것으로 파이를 만들어도 신맛과 단맛에 식감이 좋았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거창의 사과와 딸기로 만든 팝시클과 로컬 재료를 사용한 젤라토 또한 괜찮다. 다른 것은 맛을 보지 못하고 사과와 딸기가 60% 들어간 팝시클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맛이다. 거창에 간다면 필히 맛보면 좋다. 관과 민이 합쳐서 다양한 사과 가공품을 내는 곳이 내 경험으로는 거창이 유일한 곳이 아닌가 한다.


사과 구경을 얼추 했으니 장터 구경이다. 전날에 도착해 거창 시장을 둘러봤다. 상설시장에 점포가 여럿 열려 있어도 지나는 이가 드물다. 전형적인 시골 장터 모습이다. 내일 21일(1, 6장)은 오늘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거창은 사실 다음주인 26일로 일정을 잡았다가 날짜를 당겼다. 갑작스레 일본 출장이 잡힌 탓이다.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를 돌면서 토종닭 요리를 둘러보는 출장이다. 4월이 지나면 봄나물도 얼추 들어갈 듯싶기도 해서 다녀왔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21774?sid=103&fbclid=IwAR1nfD--Uk3U3D-4LUW85oSTFqBAxfDwltx_iO_bUyZOBDbMf0Bi_fkLh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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