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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n 19. 2023

지극히 미적인 시장_의성

마늘 수확 시작

여주장에서 먹은 달기만 했던 국수

의성장으로 떠나기 며칠 전에 경기도 양평에서 일 보고는 여주장을 잠시 구경 갔었다. 갔다가 장터에서 열무국수를 먹다가 말았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김치 자체가 너무 달았다. 가격을 치르고 나오면서 의성장에 맛있는 열무가 있으면 사다가 김치를 담가야지 생각했었다. 장터 구경을 다니면서 맛있는 열무도 같이 찾았다. 몇 번을 왕복해도 딱히 마음에 드는 열무가 없었다. 열무 사는 것을 포기하고는 재래종 부추인 솔부추를 샀다. 고소한 맛이 좋은 녀석으로 전을 부치면 그만이다. 한 번만 더 보자 하고는 사람이 적은 시장통에서 드디어 찾던 열무를 만났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은 속이 차지 않은 비결구 배추인 조선배추까지 만났다. 얼갈이하고 모양새는 비슷하나 길이가 두 배 정도 길었다. 쌈으로, 겉절이로도 좋고 열무와 같이 김치를 담가도 좋다. 여름이 오면 배추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김치냉장고에 있는 김장배추라면 몰라도 새로 담근 여름 배추김치는 맛이 별로다. 누가 담그든, 어찌 담그든 재료인 배추 자체에 맛이라는 것이 없다.

열무와 조선배추를 사서 담근 김치. 


여름이 오면 김치를 가끔 담근다. 주로 담는 것은 열무와 오이김치다. 여름 김치 재료로 이만한 것이 없다. 맛도 있거니와 제철이기에 가격 또한 저렴하다. 파는 할머니 말로는 “기가 맥히게 꼬습워”였다. 집에 와서 맛을 보니 실제로 고소했다. 요즈음 통배추에서는 맛보기 힘든 맛이었다. 오일장터의 매력은 생각지 않은 식재료를 만난다는 것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형할인점과는 다른, 보물찾기 같은 잔재미가 오일장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조선배추, 열무 두 묶음 8000원 주고 사와서는 김치를 담갔다. 두어 시간 절이고는 새우젓, 소금, 고춧가루, 생강가루, 밀가루 풀을 넣고 버무렸다. 재료가 맛있으면 설탕은 필요 없거나 적은 양만 있어도 된다. 재료가 지닌 단맛을 믿으면 된다. 굳이 매실청이나 설탕이 필요 없다. 김치 담그기는 생각보다 쉽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해보고 해봐야 는다. 처음 하는 것은 생각이나 손길이 낯설어한다. 손에 익는 순간 맛이 나기 시작한다. 한 번 해봐서 맛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일본 만화 주인공밖에 없다. 두어 번 해보면 나만의 맛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전거 처음 탈 때 누군가 뒤를 잡아주다가 놓으면 넘어지거나 비틀거린다. 몇 번 타면 핸들 조종이 손에 익는다. 자전거 타는 경험이 쌓이면 종국에는 두 손 놓고 타는 경지까지 간다. 음식 만들기나 김치 담그기 또한 그렇다. 하다 보면 는다. 처음에 담근 열무김치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은 누가 달라고 하면 줄 수 있을 정도다.

열무국수 잘 만드는 법은 일단 열무가 맛있어야 한다. 설탕이 '일'도 들어가지 않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032/0003230352?type=series&cid=1086578


#열무국수 #의성 #조선배추 #사과 #마늘 #한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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