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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l 02. 2023

지극히 미적인 시장_전주

#지극히미적인시장_전주


#함씨네 #토종콩두부


#인연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 하면 비빔밥, 콩나물 해장국, 피순대 등을 떠올리곤 한다. 필자는 전주 음식 하면 우선 두부부터 떠올린다.



오래전, 22년 전이었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aT센터에서 열린 식품박람회를 갔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두부 코너에 시선이 꽂혔다. 그때는 진짜로 드물었던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였다. 하던 일이 국내산과 친환경 상품을 구하는 일인지라 다가가서 시식용 두부를 맛봤다. “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두부 가격 4500원, “오…으억!” 자동 반사로 터져 나왔다. 지금이야 국내산을 쓰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격이다. 20년 전에 대기업에서 나온 국내산 두부가 2000원 후반대였다. 다른 국내산 두부보다 두 배가량 비쌌다. 명함을 주고받고는 연락을 기다렸다. 가격을 떠나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먼저 연락을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추석을 앞둔 여름 끄트머리에 함정희 사장님과 딸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두부를 여러 곳에 입점하기 위해 소개했다고 했다. 다들 맛은 좋으나 가격을 듣고는 거절했다고 한다. 농담 삼아 여기서도 거절하면 한강에 갈 생각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찾고 있던 상품이 저절로 찾아왔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매장에 발주 요청을 했다. 처음에는 가격을 보고 놀라던 점주들이 하나씩 팔리는 것을 보고는 주문하기 시작했다. 먹어 본 손님은 그다음부터는 이 상품만 찾기 시작하면서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함씨네 성공 이후 수많은 지역에서 우리콩으로 만드는 진한 두유의 두부 공장이 생겼다.



그렇게 20년이 지나는 사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내가 최고의 맛으로 기억하는 전주 함씨네 두부가 최근 문을 닫았다. 두부와 청국장 맛을 본 손님들이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의기투합했다. 함씨네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함씨네가 운영했던 한옥마을 한벽당의 뷔페는 지금도 가끔 생각날 정도로 맛이 뛰어났다. 밥이 맛있었고 두부가 전국에서 가장 맛있던 곳이다. 그런 곳이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은 덕분에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런 인연이 있기에 전주하면 무조건 팔복동에 있던 두부 공장부터 떠올린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33235?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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