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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May 15. 2023

음식이 달다 국물이 달아지고 있다

간이 맞는 단맛이.....

사 먹는 음식은 단 것이 많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 집에서 해 먹는 음식에 설탕을 사용한다. 적당히 조금, 따로 미원이나 다시다를 넣지 않는다. 된장, 고추장, 간장이나 표고버섯, 다시마 정도다. 부족할 듯하지만 가공품에 이미 들어가 있기에 따로 넣지 않는다. 결혼 생활 23년 차, 집에서 이렇게 해 먹다 보니 바깥 음식을 먹으면 단맛과 느글거림을 쉽게 느낀다. 

짜장은 달아야 한다. 그게 맞는 음식이다. 그러함에도 적당한 단맛이 있어야 조화가 맞는다. 근래에 먹은 짜장에서 인상 깊었던 순창군의 순창식당 간짜장. 

외식할 때는 집과 달리 잘 마시지 않는 물도 자주 마신다. 짠맛과 단맛이 집과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에 그랬구나! 혹은 그랬나?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20년째 딸에게 밥을 차려 준다. 내가 해주는 음식은 대부분 잘 먹는다. 유독 안 먹는 것이 짜장이다. 카레는 내가 해준 것을 좋아해도 짜장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맛과 미원 부족이다. 중국집 짜장처럼 확 치고 나오는 맛이 없는 아빠 짜장은 심심할 뿐이다. 춘장에 이미 MSG가 충분히 들어가 있음에도 따로 넣지 않는 마지막 한 국자 미원만큼 심심할 것이다. 설탕 또한 많이 사용하지 않기에 더 그럴 것이다. 짜장도 단맛이 점점 강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단맛은 맛의 일부분이다. 짜장처럼 갈수록 음식을 사 먹을 때마다 단맛 외에는 다른 맛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를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난다. 

깍두기도 순댓국도 달았던 

한 번은 서울 시내에 일이 있어 나간 적이 있다. 일을 얼추 보니 식사 때, 근처에 꽤 이름난 순댓집이 있었다. 순댓국을 주문하니 이내 나왔다. 순댓국이 나오면 이거저거 넣기 전에 간을 먼저 본다. 그다음이 새우젓, 새우젓 그릇에 물이 흥건하면 건너뛴다. 수입 새우젓에 물과 MSG, 소금 넣고 양을 늘린 것이다. 순대 만들 때, 고기 삶을 때, 육수 뽑을 때, 끓일 때 이미 각각의 공정에서 미원과 설탕을 넣는다. 굳이 나 스스로 맛을 위해 따로 넣지 않는다. 처음 맛본 국물은 단맛이 훅 치고 나왔다. 다져진 공깃밥을 말았다. 뭉친 밥이 그제야 풀렸다. 밥을 먹고 깍두기를 먹었다. 양념에서 단맛이 났다. 겨울이었기에 무는 맛없는 걸 사도 기본 단맛이 있다. 무의 단맛을 양념의 단맛이 누르고 있었다. 국물이 달고 깍두기마저 다니 먹을 염두가 생기지 않았다. 몇 숟가락 뜨다가 이내 나왔다. 우리말에 ‘적당히’라는 애매해도 쓰기 적절한 단어가 있다. 웬만한 상황 어디에서 써도 대충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이 집 순댓국은 ‘적당함’이 뭔지 모르는 곳이었다. 얼마 전 나주로 오일장 취재를 다녀왔다. 나주 하면 곰탕이 유명하다. 

필자 또한 2000년 초반부터 다녔다. 나주 생산자와 연이 끊기고 나서는 거의 십 년 만에 곰탕을 먹었다. 유명한 곳에 맛을 봤다. 앞서 이야기한 순댓국집과 마찬가지로 국물도, 깍두기도 달았다. 배추김치는 젓갈 냄새가 심했다. 출장을 매주, 매달 다닌다. 전라도는 안 가본 곳 없을 정도로 다녔기에 전라도 김치에 대한 저항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잘 익어 양념과 잘 어울리는 젓갈의 향을 좋아한다. 이건 젓갈 향이 김치 향을 지배했다. 국물 맛을 망치고 있었다. 반 정도 남았을 때 두고 나왔다. 나와서는 로컬푸드 매장 구경도 하면서 시내를 걸어 다녔다. 그러다 든 생각, 예전에 함안에서 소고기국밥을 연달아 맛본 적이 있다. 다시 국밥 거리로 돌아가 다른 집에서도 국밥을 주문했다. 앞서 먹은 집과 국물의 색이나 맛이 아주 조금 차이가 날 뿐 똑같은 맛이었다. 깍두기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맛이 ‘단맛’이 도드라졌다. 여기 또한 반도 못 먹고 나왔다. 두 집에서 각 한 그릇씩 두 그릇을 주문했지만 실상 먹은 양은 한 그릇 남짓. 다른 집도 먹을까 하다가 말았다. 다른 곳 또한 도긴 개진일 듯싶었다. 

단맛은 좋다. 나도 좋아한다. 좋아해도 ‘적당히’가 필요하다.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감칠맛 우리가 느끼는 다섯 가지 맛 중에서 하나라도 도드라지면 그 음식은 맛없는 음식이 된다. 콩국수 먹을 때 소금을 친다. 소금 치다가 뚜껑이 열려 소금이 쏟아지면 그 음식은 짜서 못 먹는다. 소금을 걷어내도 음식은 간이 맞지 않는다. 단맛은 그 한계가 점점 강도가 올라가고 있다. 짜서 못 먹어도 단것은 그나마 먹을 수 있기에 음식이 달아지고 있다. 익숙해진 맛은 어제보다 센 단맛을 원한다. 적당해야 함에도 달아야 맛있다고 하는 생각이 음식을 지배한다. 적당한 단맛을 넣어선 음식은 소금 쏟아진 콩국수처럼 맛의 조화가 깨진 음식이다. 단맛은 맛의 일부분이다. 도드라짐 대신 조화가 필요하다. 맛 뭣이 중헌디 알아야 한다. 디저트는 눈 확 뜨이게 달아야 한다. 짜장은 달곰해야 한다. 국밥은 구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음식에 맞는 맛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순댓국 #순대 #서울 #나주 #나주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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