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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n 03. 2023

9,900원 치킨

feat. 토종닭

9,900원, 토종닭으로 치킨을 만들었다. 글을 자주 쓰는 식재료가 토종닭이다. 토종닭은 삶아 먹는다고 생각한다. 삶아서 맛있는 것은 구우면 더 맛있다는 게 내 주장이다. 물가가 올라 웬만한 밥 한 끼가 8~10,000원 사이거나 그 이상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은 만 원짜리 두 장은 있어야 주문할 수 있다. 시장표 통닭은 제외다. 이런 물가에서 치킨 한 마리 9,900원? 작은 광어 한 마리 9,900원과 같나? 하는 생각이 드는 가격이다. DIY라면 가능한 가격이다. 예전에 후라이드 혹은 양념 사이의 갈등은 짜장과 짬뽕의 갈등과 같았다. 단순했던 치킨 메뉴는 이제는 별의별 것이 나온다. 다양한 소스, 메뉴는 소스 하나당 순살과 뼈가 붙어 있는 거 두 개다. 그 덕에 간단했던 메뉴판은 복잡해졌고 선택은 더 힘들어졌다. 닭의 맛은 그대로, 다양한 소스를 런칭 때마다 신제품 가격을 슬쩍 올렸다. 오리지날의 가격은 그대로 두더라도 연예인을 앞세운 신제품 마케팅으로 주문을 끌어냈다.

토종닭 튀김도 맛있다. 다만 뒤처리가 귀찮을 뿐이다.

9,990원으로 치킨 한 마리를 구웠다. 그것도 토종닭으로 구웠다. 만일 육계로 했다면 5~6천 원이면 만들었을 것이다. 치킨 만들기가 복잡할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손쉽게 만들 수가 있다. 치킨도 굽는 것과 튀기는 것이 있다. 굽는 것보다는 튀기는 것이 20% 정도 더 맛있다. 다만 다 튀기고 나서 기름 처리가 귀찮다. 튀겨도 봤지만 20%의 맛을 포기하고 굽는다. 

토종닭으로 구우면 맛있다. 

수많은 치킨 브랜드는 저마다의 염지와 소스 비법을 자랑한다. 치즈 맛 치킨이라도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르다. 치즈 향이나 함량이 조금씩 다르기에 그렇다. 각각 고유의 염지 비법이 있다고 자랑한다. 염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면 사실 별거 아니다. 특수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소금, 설탕, MSG 등으로 맛을 더하는 작업이 염지다. 특수하다고 한들 치킨 브랜드 튀김 옷을 제거하고 먹어보면 도긴개긴이다. 열에 일곱 이상은 하림이고 아니면 마니커인 생닭이 염지가 달라진다고 고기 맛이 달라지진 않는다. 티코를 튜닝해도 티코일 뿐이다. 염지라는 것이 그렇다. 9,900원 토종닭 치킨은 어떻게 구울까? 생각보다 싶다. 우선 “토종닭은 구워야 맛있다!”를 세 번 외쳐보자. 속으로든 소리 내서든 외치고는 재료 준비를 시작하면 치킨의 반은 이미 완성이다. 쿠팡 기준으로 토종닭 토막 낸 것이 한 팩에 9,900원이다. 통닭은 14,000원 전후다. 저렴한 게 좋다. 같이 키워도 덩치 큰 녀석을 토막 낸 것을 담은 것이 닭도리탕용이다. 올리브유, 참기름, 후추, 시럽, 소금을 준비하면 재료 준비는 끝이다. 오일은 하나만 있어도 상관 없다. 다른 기름 사용해도 괜찮다. 맛있는 치킨 만드는데 아무런 영향 없다. 큰 볼에 닭고기와 재료를 때려 넣고는 10분 정도 조물조물 거리면 굽기 준비는 끝난다. 토종닭으로 치킨을 굽는다면 염지는 필요가 없다. 미원이나 다시다 같은 MSG도 필요 없다. 토종닭은 씹는 맛에, 씹을 때마다 고기 세포가 품고 있던 감칠맛을 내준다. 조미료를 넣어 양념하면 치킨의 겉 맛이 맛있다.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씹을 때마다 닭고기 특유의 감칠맛을 음미할 수 있다. 넣는다면 강력한 미원 맛에 그 맛을 감지하기 힘들다.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문제다. 재료가 가진 감칠맛의 은은함을 즐길 것인지 아니면 미원의 강렬한 맛을 줄긴 것인지는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오일과 시럽은 구운 치킨의 향을 더하면서 한 가지 큰 역할이 있다. 닭이 가지고 있는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지연시키는 일이다. 그냥 소금만 뿌리고 구우면 살이 생각보다 단단하고 질겨진다. 굽는 닭살 겉을 기름과 시럽으로 코팅한다 생각하면 된다. 

올리브오일과 저온압착 참기름, 소금, 후추, 시럽 조금으로 양념을 했다.

양념하는 사이 한 가지 해야 할 것이 있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기를 예열하는 것이다. 온도는 190도. 그 이상도 상관없다. 시간은 30분, 다리 살이나 살 많은 부분은 칼집을 내놓으면 더 좋다. 염지나 핏물 빼지 않으면 냄새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 우유에 담가 냄새까지 뺐다고 하는데 괜찮을지 의심이 들것이다. 괜찮다. 닭 잡을 때부터 오븐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시스템이 콜드 체인으로 움직인다. 고기나 생선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상하고 있다는 신호다. 요새 고기는 냉장고에 보관하기에 상할 틈이 없으니 냄새도 없다. 양념에서 굽기까지 40분이다. 이때 조금 더 맛나게 먹는 방법이 있다. 오븐 철판에 소금과 후추 간을 한 감자를 넣어 두면 맛있는 웻지감자가 된다. 에어프라이라면 통 아래에 두면 구워지면서 빠지는 닭기름으로 웻지감자를 구울 수가 있다. 딸내미를 위한 메뉴다. 원래 구운 치킨을 주문하면 껍질은 잘 안 먹었다. 토종닭으로 구운 것은 껍질 까지 먹었다. 일전에 쓴 글에 ‘닭의 맛이 열 냥이면 껍질이 아홉 냥’이라 했다. 그 말을 맛으로 느낀 것이다. 쫄깃한 맛을 말이다. 토종닭은 삶아 먹는 것보다는 굽는 것이 더 맛있다. 9,900원으로 치킨 한 마리를 구웠다. 주문해서 오는 치킨과 비슷한 40분이었다. 구운 토종닭은 맛있다.


#토종닭 #치킨 #굽는치킨 #오븐구이 #저온압착참기름 #올리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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