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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n 13. 2023

샐러드는 먹는 방식, 그보다는 맛있는 채소를 골라야

식이조절을 위해 먹는 샐러드. 채소마다 저만의 향과 맛이 있으나 요즈음 채소는 구별이 힘들다. 다 이유가 있다. 

샐러드 불신 지옥’이지 싶을까 할 정도로 샐러드와 관련한 상품과 메뉴가 차고 넘친다. 없어도 될 자리에 뜬금없이 끼여 있기도 한다. 식이조절 하는 이들은 제일 먼저 찾는 음식에서 샐러드는 빠지지 않는다. 다양한 채소에 아보카도, 닭가슴살, 연어, 소고기구이 등을 올린다. 드레싱 소스는 올리브오일, 요거트 등이 있어 다양한 조합을 할 수가 있다. 열광적인 샐러드 사랑에 전문점 또한 급격히 늘고 있다. 샐러드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고깃집이나 한정식(언제부터 한식 메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굳이 애써 찾지 않더라도 쉽게 만나는 메뉴가 되었다. 진짜로 샐러드 불신 지옥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이야기는 샐러드 이야기는 아니다. 샐러드에 사용하는 채소 이야기다. 어떻게 먹는다에 정보는 차고 넘치는데 정작 주인공인 채소에 대한 정보는 그리 관심이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점점 맛이 사라진다’라고 나는 주장한다. 채소의 향이나 맛 대신 오직 ‘신선함’면 그만인 판이 되었다. 소고기의 ‘마블링’처럼 말이다.  

채소를 아예 빼서 주문하기도 한다. 양상치의 아삭거림이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햄버거에 양상치가 빠지기 시작했다.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발생한 일인듯싶었다. 채소라는 것이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작물에 맞는 적당한 비와 온도가 필요하다. 조금 모자란 것은 괜찮지만 조금 더 많은 것이 채소 재배다. 작년에 양상치 때문에 고생했다. 자주 오는 비에 양상추가 썩어들어가거나 속이 차지 않았다. 계약한 밭의 수확을 포기하고 트랙터로 갈아 버렸다. 여름 배추도 마찬가지로 같은 지역임에도 조금 더 고지대에 있는 배추는 그나마 괜찮았으나 낮은 곳은 속이 썩었다. 이 또한 수확을 포기했다. 햄버거 속 양상치가 빠진 자리에는 로메인 상추가 대신했다. 양상치 대신한 것이 상추가 문제는 아니다. 기온이 낮아 양상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중국산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가격이 등락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널뛰기하는 것이 양상치. 프랜차이즈 메뉴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맛과 원가다. 수급이 원활할 때는 넣고 아니면 빼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수급이 어려울 때는 품질 상태 또한 사용하기 어렵다. 양상치가 잘 자라는 환경이 아니라서 그렇다. 대안으로 떠오른 그것이 하우스 재배, 방식은 양액 재배다. 그보다 몇 발 더 나간 것이 식물 공장이다. 기온과 수분 통제 가능하니 가공식품처럼 일정한 품질의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양배추나 배추처럼 무게가 나가는 작물은 아직 토양 재배를 한다. 대신 양상추를 대신할 수 있는 로메인 상추를 공장 생산 해서는 햄버거에 넣는다. 햄버거에 든 상추를 따로 씹어보면 별맛이 없다. 식감 자체가 아삭하게 부서진다는 느낌이 없다. 그저 잘린다는 느낌이다. 종잇장을 씹을 때 느낌과 얼추 비슷하다. 주문할 때 아예 상추 빼달라고 한다. 햄버거 맛에 ‘일’도 도움이 되지 않거니와 오히려 맛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 동네 고깃집에 딸아이와 간 적이 있다. 돼지갈비를 꽤 괜찮게 내든 집이기에 가끔 가든 곳이다. 상호가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면서 채소 또한 바뀌기 시작했다. 시장에 나오는 채소 재배 방식이 토경에서 양액으로 바뀌는 시기라 채소는 색은 진해졌고 식감은 질겨졌다. 비료의 양이 많아지면 채소 색이 진해진다. 질소, 인, 칼륨이 성장에 도움이 되나 과하게 될 경우 색이 진해지고 잎이 두꺼워진다. 딸아이는 다른 채소는 안 먹어도 상추는 먹는다. 이 집 상추는 한 번 맛보더니만 다시는 손을 대지 않았다. 우리만 그런가 다른 곳을 봤더니만 대부분 상추는 손에 대지 않고 있었다. 상추를 들어 흔들어봤다. 

끄트머리 색이 진하고 뻣뻣한 상추. 

부채질 가능할 정도로 뻣뻣했다. 재배 목적은 잘 빠진 모양만 중요할 뿐 맛은 생각하지 않는다. 근래에 갔던 고깃집의 상추 대부분이 그랬다. 품질이 일정하게 나오니 샐러드용 채소 대부분을 양액 재배한 것이다. 소스 없이 샐러드를 씹어보면 입안에서 별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 채소는 맞긴 하는데 로메인이나 근대나 비슷한 맛이 난다. 다른 것도 비슷하다. 토경 재배한 것보다 잎이 두껍고 색은 좋은데 정작 맛은 잘 나지 않는다. 작물이 자라는 내내 비료 물에 뿌리를 박고 자라기 때문이다. 햇빛이라도 받으면 좋겠지만 공장은 태양 빛을 흉내 낸 LED 등이 대신한다. 맛보다는 성장과 시장에 내는 것만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서 맛이 끼어들 틈이 없다. 지불하는 돈은 비슷해도 점점 더 맛없는 채소를 사 먹고 있다. 가성비가 매일 떨어진다. 

양액과 인공 등으로 재배한 고추냉이 잎.

농산물 인증 중에서 무농약 인증이 있다. 화학 농약은 금지이고 비료는 일반 시비량 기준으로 1/3일만 줄 수 있다. 양액 재배한 딸기를 비롯한 채소가 무농약 인증을 받고 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비료 물이 온종일 뿌리를 지나는 것이 양액 재배다. 권장량의 1/3일은 예외 규정으로 안드로메다로 보냈다. 뿌리 아래를 흐르는 양액은 재활용해야 함에도 그냥 흘려보내는 곳이 많다. 시비량이나 재활용 규정에도 받지 않음에도 예외 규정을 만들어 인증을 준다. 힘들게 규정을 준수하며 키운 토경 재배와 같이 인증을 받는다. 무농약 인증을 위한 인증을 내주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떠나서 양액 재배와 토경 재배 구분을 했으면 한다. 로컬푸드 매장에 가끔 간다. 채소를 고르면서 보는 것이 농장 사진이다. 대부분 매장 매대 앞에 농장 사진이 있는 경우가 많다. 양액 재배면 패스, 토경이면 구매한다. 같은 가격이라면 맛이 좋은 것을 고른다. 이도 저도 구분이 안 된다면 유기농을 고른다. 그나마 다행인 게 양액 재배는 비료로 키우는 것이라 유기인증을 받을 수가 없다. 식재료에는 나름의 향이 있다. 양액 재배는 그 향이 잘 나지 않는다. 형태는 상추지만 맛이 상추 맛이나 향이 아니다. 보기에만 좋은 재배 방식이 아닌 맛을 우선하는 것에 대해 드라마 대사처럼 ‘추앙’이 필요하다. 

자연재배한 채소를 씹으면 고소함과 씁쓸한, 단맛에 채소 특유의 향까지 더해져 맛있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애써 노력한 것에 대한 확실한 보상 만이 작물의 특성 있는 맛을 다시 찾는 길이라 생각한다. 채소를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먹는 채소가 겉보기만 좋은 것이(좋은 것도 아니지만) 아니라 맛있는 채소가 중요한 것이다. 세상에 레시피를 전달하는 모든 이는 샐러드 소스 만드는 법이 중요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맛있는 채소를 찾아야 하고 그에 맞는 가격을 치러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을 생각해보면 딱 맞아 떨어진다. 


#자연재배 #샐러드 #유기농 #양액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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