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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un 16. 2023

마블링은 소고기 맛의 일부일 뿐이다

수소 사러 강을 건넜다. 수소 충전 말고 수컷 소를 사러 갔다. 수소 검색하면 수소 충전만 검색이 된다. 소 수컷의 존재감이 그만큼 없다는 반증이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정육점에 갔었다. 내가 사는 곳은 양천구, 굳이 강 건너 남가좌동의 정육점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요새 잘 키우지도 않는 ‘수소’를 파는 곳이라 부러 찾아갔었다. 황소 사러 강을 건넌 이유는 향을 찾기 위함이었다.

마블링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기름=마블링이 적으면 등급이 2~3 등급이 나온다.

며칠 전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정육점에 갔었다. 내가 사는 곳은 양천구, 굳이 강 건너 남가좌동의 정육점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요새 잘 키우지도 않는 ‘황소’를 파는 곳이라 부러 찾아갔었다. 황소는 수소를 의미한다. 암소의 털도 누렇지만, 황소라 부르지 않고 그냥 암소라 부른다. 이유는 모르겠다. 예전에 수소는 일을 했었다. 밭 갈고 논맸다. 경운기 등장으로 이들은 순식간에 백수, 밥벌레로 전락했다. 한동안은 암소를 열 마리 잡는다면 이 녀석은 예닐곱 마리 도축했었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황소가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그 자리에 불알을 깐 거세우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나마 존재 이유였던 종자 번식 일은 몸체 좋은 황소의 냉동 정자가 대신한다. 황소를 거세하는 이유는 암소 비슷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거세하면 성질이 있던 녀석들이 순해지고 살 속에 기름이 낀다. 본격 시작은 1994년 등급제 등장부터다. 2004년 투 뿔 등급이 추가되면서 한우=마블링 개념이 자리 잡았다. 성질 더럽고 마블링 형성이 잘 안 되는 황소는 1년에 만 마리 정도 황소를 도축한다. 2004년에 마블링이 자리 잡기 전에는 16만 마리 내외를 잡았다. 구하기 힘든 소고기이기에 일부러 멀리까지 간 이유다. 마블링이 없으면 질기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한다. 정육점을 찾아간 날에도 노년의 부부가 고기를 사고 있었다. 암소 등심을 사다가 쥔장이 황소를 권하자 대뜸 “질기지 않아?” 이들의 기억에는 예전 일하던 황소 고기 맛이 박혀 있다. 일했던 황소는 질겼다. 지금처럼 수준 높은 도축 기술도 없어 질긴 고기는 더 질겼다. 그런 기억에 마블링까지 더해지니 마블링 없는 황소는 당연히 질긴 고기였다.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다. 마블링이 전혀 없는 황소 고기, 등급은 보통 3등급이 나온다. 이런 것을 불판에 구우면 잠시 후 팬에 기름이 고인다. 근육에 숨어 있던 기름이 나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마블링은 드러난 기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고기에 기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살만 있는 엉덩이 살에도 100g당 4g의 지방이 있다. 물론 31g이 있는 등심에 비해서는 적게 들어 있다. 쥔장은 간단히 “고소합니다” 답을 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황소의 맛을 오롯이 함축하고 있다. 황소는 거세우나 암소보다 지방 함량이 적다. 그만큼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의미다. 볶은 콩은 날콩에 비해 고소하다. 불과 열기에 단백질이 변성하면서 생기는 맛과 향 때문이다. 고기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함량이 높은 것은 지방의 풍미가 좋다. 반면에 지방이 적은 것은 고소한 맛이 강하다. 마블링은 뭐가 좋다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다. 등급이 높으면 지방의 맛이, 낮으면 단백질의 맛이 더 특화되는 것이다.

칡소, 흑우, 황소가 한 자리에 있는 농장. 털의 색이 맛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거세를 했다면 말이다.

황소 등심을 보면 거세우나 암소 엉덩이 살처럼 기름기가 없다. 질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먹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잘 익혀서 소금만 찍어 먹으면 우선 고기 향이 나선다. 모름지기 향이 좋은 것 중에서 맛없는 음식은 드물다. 있으면 말해 달라. 그리고 고소한 맛이 혀를 감싼다. 씹을수록 그 맛이 강해진다. 반면에 마블링이 좋은 것은 씹을 게 별로 없다. 녹은 기름이 윤활유 역할을 하기에 씹는 둥 마는 둥 넘긴다. 혀와 입안에는 지방의 풍미가 가득하다. 몇 점 먹으면 입안에 기름기가 차고 넘친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는 말에 충실한 것이 황소다. 질겅질겅 씹히는 것이 아니다. 덩어리가 작은 덩어리로, 더 작은 덩어리로 잘린다. 그사이에 품고 있던 맛을 내준다. 소고기 선택에 있어 지방이 맛이 좋다면 등급이 높은 것, 아니라면 낮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남들이 다 그렇다고 해서 나와 맞는 것은 아니다. 소고기, 뭣이 중헌디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 합리적인 가격임에도 맛의 결이 다른 고기를 찾는다면 황소가 답이다.

마블링은 눈으로 먹고 황소는 코로 먹는다. 향이 먼저다. 마블링 없으면 질기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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