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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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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23. 2016

건대구 떡국

새벽녘에 잠이 들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딱히 주말이라서가 아니라 밥 달라는  지청구하는 윤희가 없기 때문이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밥때다. 이놈의 밥때는 쉼 없이 온다. 밥하기 싫다. 혼자 먹는 밥, 반찬 하기도 귀찮다. 냉장고에 쌀떡이 있다. 떡국이나 끓이자. 무를 나박 썰었다. 취사병 하면서 배웠던 칼질은 20년이 지나도 손목에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다. 왼손 검지와 중지를 세우고 손목의 스냅으로 무를 썬다. '다다다닥, 다다다'. 몇 번의 칼질로 무 써는 것을 끝낸다. 모양은 예쁘지 않다. 군대 취사병이 모양낼 시간은 없다. 무조건 속도다. 고참이라면 15kg 무 한 망을 20분 안에 채 썰어야 한다. 그 시간에 끝내고 일어나며 칼을 멋지게 도마에 던져 꼽고서 뒤돌아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했다. 시간이 지났어도 무 한 토막 나박 썰기는 식은 죽 먹기다. 물이 끓을 즈음 건대구(타임라인 보면 지겹다 하실 건데.. 사실 두 마리 먹는 거 지겹다. 한 마리 사 올걸)를 넣고 육수를 낸다. 시간이 지나 발효취가 더 난다. 생강즙으로 냄새를 다스린다. 소고기 조금 넣고 지방의 맛을 더 한다. 육수에는 역시 고기가 들어가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한다. 물이  끓어오른다. 간장을 넣고 떡을 넣는다. 떡이 풀어진다. 불을 끄기 전 소금을 툭툭 넣는다. 마늘까지 넣고 불을 끊다. 뚜껑을 닫고 잠시 뜸을 들였다. 
신 김장김치를 반찬으로 꺼낸다.
떡국에 김치 하나면 된다.
국물을 먼저 맛본다. 간이 딱 맞는다. 무와 건대구가 주는 시원함을 소고기가 내는 육수가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칼국수를 끓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거지는 잠시 뒤에 하련다. 귀찮다. 커피를 내린다. 콜롬비아 타타마다. 얼음을 꺼내 아이스로 한잔 만들고 쓰던  보고서마저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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