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우보농장
종자 F1, F는 자식의 세대를 의미하는 filial generation의 약자다. 우리가 먹고 있는 쌀을 비롯한 거의 모든 농산물, 축산물이 F1 종자다. 부모 세대의 장점을 모아서 자식 세대에 장점을 극대화한 품종이다. 병에 강해야 하고, 수확량도 많아야 한다. 그러면서 맛이 적당히 있으면 된다. 종자를 육성하는 목적은 생산성에 주로 맞춘다.
종자는 사야 한다. 실은 사야 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F1 종자가 없던 시절엔 모든 작물은 꽃을 피웠고 농부는 수확한 작물 중에서 일부는 내년을 위한 종자로 보관을 했다. 농업의 산업화 이후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F1을 심은 배추밭에선 배추꽃을 볼 수가 없다. 씨앗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처음 F1 종자를 심고는 씨앗을 얻을 수 있어 하던 대로 했다. 그러나 다음 해, 손주 세대인 F2는 F1과 전혀 다른 성질의 작물이 나왔다. 병에 강하면 쓰러지거나 반대로 쓰러짐에 강하면 바이러스에 약했다. 원하는 품질이 나오지 않았다. 원종 세대의 어느 한쪽의 성격이 도드라졌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농부는 씨받기의 권리를 포기하고는 종자 가게에 문을 두드렸다. 종자 회사가 정한 가격에 사기 위함이다. 한때 금보다 비쌌던 파프리카 씨앗은 원종이 아니라 F1 종자다. 우리가 먹고 있는 농산물 대부분이 다음 세대가 없는 F1이다. 씨앗을 사야만 한다.
종자를 사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종자가 특정 회사나 나라가 독점을 갖지 않던 이전의 종자는 사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그거를 토종이라 부른다. 토종닭, 토종쌀, 토종오이, 토종참외, 토종고추 등등 말이다. 시중에서 파는 토종닭은 종자 개념에서는 토종이 아니다.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다. 닭이나 돼지는 원종 개념에 순종 개념을 접목해야 한다. 순종 = F1이라 보면 된다. 암컷과 수컷 각각 F1이 존재한다. 두 F1 종의 교배로 탄생한 F2가 우리가 먹고 있는 토종닭이거나 흑돼지이다. 한우는 종이 하나다. 우성 선별을 통해 육종 하기에 닭과 돼지와는 다르다. 토종참외를 맛본 적이 있다. 사각사각한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7월이나 8월에 장터에 나가면 할머니들이 몇 개 가지고 나온 것을 볼 수가 있다. 껍질 색도 알록달록한 거부터 파란색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색 참외는 일본에서 개발한 F1 종자의 아류다. 고추 또한 토종고추를 맛보면 참으로 매력적이다. 맵긴 매운데 참으로 깔끔한 매운맛이다. 혀끝에서는 매운데 목을 넘길 즈음에서는 여린 단맛이 매운맛을 밀어낸다. 청양고추보다 맵다는 붕어초도 죽일 듯이 덤벼드는 청양고추와는 달리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매운맛은 잊힌다. 맛을 느끼는 입안에서만 주어진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 토종 종자는 F1 종자와 달리 맛에 있어 각각의 개성이 있다.
종자는 지역을 대표했다. 경기도 성환에는 개구리참외가 있다. 영양군 수비면에는 수비초(고추)가 있다. 토종 종자는 지역의 풍토를 따른다. 귤화위지(橘化为枳) 고사성어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중국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환경이 바뀌면 농산물의 성격이 바뀐다는 의미로 농산물과 환경의 인과관계를 사람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예전에는 지역마다 풍토에 맞는 종자가 자랐다. 참외가 그랬고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다는 고추가 그랬다. 우리는 쌀의 민족이라고 한다. 우리 스스로가 그런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참외나 고추가 지역의 맛을 품고 있다면 쌀은 어떨까? 쌀은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을까? 토종쌀을 복원에 일생을 바치는 이근이 농부는 “마을을 지나는 개천을 건너도, 고개 하나 넘어도 쌀의 품종이 바뀌었어요”라 이야기한다.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를 수탈하기 위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재배하던 종류가 무려 1451종이다. 북쪽에서 재배 가능한 품종부터 남쪽까지 다양한 쌀이 있었다. 우리가 먹던 쌀은 1451가지로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보다 46배나 많았다.
종자가 있다. 와인 용어 중에 ‘떼루아’가 있다. 지역의 풍토를 품은 맛을 의미한다. 떼루아를 품고 있는 것이 토종 종자이다. 지역 환경에 맞는 종자를 심으면 맛있는 농산물이 생산된다. 환경에 맞지 않으면 필요한 것은 비료와 농약이다. F1 종자는 홀로서기 힘들기에 비료와 농약을 동반한다. 토종쌀은 비료와 농약을 멀리한다. 그것들이 없던 시절의 종자인지라 그리 필요하지 않다. 땅의 힘을 살리고 햇빛의 도움을 받아 생산한다. 토종쌀 1,451가지 중에서 겨우 7가지만 맛봤다. 각각의 개성이 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맛은 글로 설명하기 힘들다. 직접 맛을 봐야 한다. 맛본 쌀 중에서 귀신도 반한다는 귀도 쌀이 좋았다. 개성 넘치는 멧돼지 차리나 볶음밥을 했을 때 맛났던 자강도는 최고였다. 쌀은 약간의 단백질과 지방에 대부분 탄수화물로 이뤄져 있다. 영양학적으로 그렇다. 의미를 강조하는 영양학적 숫자 외에 토종쌀에는 F1 종자에서는 맛보기 힘든 개성이 있었다. 향과 식감으로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지역주의를 멀리해야 한다. 쌀이나 종자에 있어서만큼은 아니다. 종자의 지역주의는 찬성이다. 토종의 강력한 지역주의를 지지한다.
#토종쌀 #우보농장 #f1종자 #농부의권리 #자가채종
1인분의 밥을 짓는데 드는 쌀의 무게는 대략 100g.
4kg 토종쌀의 가격은 48,000원. 한 공기의 밥의 가격은 쌀 가격만1200원이다.
보통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쌀의 가격은 200~400원 사이다.
집에서 어쩌다 먹는 한 끼. 나를 위해 1000원만 더 하면
개성 강한 토종쌀을 먹을 수가 있다.
더불어 농민에게는 자가채종의 권리도 줄 수 있고 쌀값에 대한 정당한 댓가와 이익 또한 줄 수 있다.
https://smartstore.naver.com/foodenjoy/products/8844170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