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Aug 04. 2023

여름 사과는 푸른 사과가 아니다.

사진은 아오모리현 사과연구소 홈페이지에 있는 아오리 모습이다. 우리가 알던 아오리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과 #아오리 #썸머킹


시장을 다니다 보면 빨간 사과가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6월 말 7월 초 사이다. 그즈음에서 파란색 사과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은 잘 못 만들어진 관행이다. 파란 사과는 익지 않은 사과일 뿐이고 익지 않은 사과를 사고팔 뿐이다.


익지 않은 파란 사과를 왜 먹게 되었을까? 답은 빨간 사과가 없기 때문이다. 저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은 지금보다도 빨간 사과가 재고가 일찍 떨어졌다. 사과 재고가 떨어지니 사과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던 이들이 파란 사과를 여름 사과로 팔기 시작했다. 풋내와 여린 단맛이 신맛에 치이는 그런 여름 사과를 원래 그렇다는 이야기로 포장을 했다. 원래의 맛을 모르는 이는 여름 사과는 의례 그런 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사과를 주면서 상인한테 들은 이야기를,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달했다. Ctrl-C(복사)와 Ctrl-V(붙이기)의 무한 반복, 여름 사과는 파랗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우린 그렇게 세뇌 아닌 세뇌가 되었다. 


과일은 익기 전에 파랗다. 파란색을 띠는 이유는 정확히는 모른다. 아마도 생존의 색이 아닐까 싶다. 품고 있던 씨앗이 덜 여물었으니 먹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아닐까 추측만 조심스레 해볼 뿐이다. 씨앗이 여물면 과일은 노란색(감귤, 감, 바나나, 빨간색(사과 토마토), 줄무늬(망고), 진한 보라색(포도), 연녹색(청포도, 샤인머스켓) 등 각각의 색으로 변한다. 익었으니 먹으라는 알림이다. 파란색을 띠는 덜 익은 과일은 먹기 불편하다. 신맛이 도드라지거나 떫고 혹은 먹으면 배탈이 난다. 그런 맛이 있음을 알기에 익지 않은 과일을 경험으로 멀리한다. 그런데도 파란 사과를 사고파는 이유는 그나마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과일처럼 아예 먹지 못하지 않고 떫고 풋내가 나더라도 여린 단맛으로 먹을 수 있기에 그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아오리 사과는 빨간색이다. 익는 시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사과보다 빠르다. 8월 말에서 9월 초가 제철이다. 이런 사과가 7월 중순이면 시장에 나온다.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 빨리 나온다. 풋사과라는 이야기다. 나라에서 아오리 사과를 대신하기 위해 여러 품종을 육종하고 보급하고 있다. 썸머킹, 썸머프린스 등이 있다. 이들은 아오리보다 조금 더 빨리 나온다. 이 외에도 시나노 레드, 산사 등이 빨리 나오는 품종이다. 빨리 나오는 속도 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품종이다. 세상은 받는 것이 있으면 내줘야 한다. 법칙처럼 움직인다. 빨리 커지고 빨리 익어야 하기에 세포가 단단하지 못하다. 게다가 익은 여름 사과는 나무에서 쉽게 떨어진다. 과일이 익었으니 나무에서 떨궈서 씨앗을 퍼뜨리는 본능적 행동이다. 덜 여문 사과를 수확해서 파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수확한 사과는 단단하더라도 며칠 지나면 푸석해진다. 늦가을 부사가 수확하고 나서 몇 달 동안 저장할 수 있는 저장성이 여름 사과에는 없다. 맛이 든 익은 시기에 따면 사나흘 사이에 빨리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삭함이 바로 사라지고 푸석푸석함만 남는다. 이런 상황을 아는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파란 사과를 유통했다. 그래야 그나마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지 않은 사과를 원래 그렇다고 하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덧붙여서 말이다. 원래의 맛은 알지 못한 채 여름 사과는 맛없는 사과가 되었다. 


귤은 익으면 노랗다. 푸른빛만 가득하던 멜론은 그물망이 생긴다. 사과는 푸른빛은 사그라들고 빨갛게 변한다. 익었다는 신호를 색의 변화로 알린다. 푸른 사과는 덜 여문 사과다. 유통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시장에 나와 있을 뿐이다. 여름 과일은 보존성이 가을것과 달리 기간이 짧다. 상자째 사는 것보다 조금씩 사는 게 훨씬 낫다. 푸른색의 여름 사과는 유통업자가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제대로 익은 사과를 찾아야 한다. 유통업자의 맛이 아닌 소비자의 맛으로 유통되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블링은 소고기의 맛을 대표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