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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ug 21. 2023

고생 많으십니다.

없는 잡내 잡느랴 고생이십니다.


1969년 1월 24일 매일신문 기사를 보자.

 ‘ 또 유통 근대화의 첨담이라 할 수 있는 <콜드 체인 시스템>이 수산물에 있어 일부 이루어졌다. 수협중앙회는 대일 청구권 자금에 의해 냉동차 90여대를 도입, 양육지(생산지인듯)와 소비자를 연결시켰다’라는 기사가 있다. 유통의 체인화와 콜드 체인 도입에 대한 기사다. 같은 기사 내에 마장동 도매시장에 냉동・냉장 시설이 갖추었다는 내용도 있지만 수산물처럼 냉장차가 있다는 것은 없었다. 그 시기에 나온 기사를 살펴봐도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과 물류 관련한 기사만 검색이 되었다. 게다가 소금물 먹인 소 기사 또한 많았다. 도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혈과 도축한 몸체(도체)를 빠르게 냉각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고기의 품질과 이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처럼 거꾸로 걸어 완벽하게 피를 빼지 않으면 남아 있던 피가 상하면서 이취가 나기 쉬웠다. 국이나 탕을 끓이려면 덜 빠진 핏물을 빼야 했었다. 콜드체인로 보관과 이동도 하지 않아 더욱 냄새는 더 가중 되었을 것이다. 고기에서 냄새를 제거하는 필요했던 시기다. 후추를 비롯해 향신료로 냄새를 가려야 했다. 따비 출판사에서 나온 스파이스 책 서문에 서양에서 스파이스 찾아 헤맨 이유가 고기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는 내용이 있을 정도다.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음식들 대부분 따듯한 기후에 있음을 상기시켜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또한 향신료 대부분이 따듯한 기후에서 난다. 

끓는 물에 소고기를 그냥 넣고 끓인다. 잡내? 흥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냉장차가 들어오고 판매장에도 냉장고가 들어왔다. 집마다 냉장고가 생겨도 여전히 <고기 잡내>가 난다고 한다. 고기 잡내가 나니 제거해야 한다고 한다. 무엇을 더 넣어 고기 잡내를 잡았다는 상품이 21세기 TV 홈쇼핑에서 여전히 호들갑 속에서 팔리고 있다. 잡내가 없는 고기를 사용함에도 잡내가 난다고 떠드는 꼴이 우습다. 인터넷에 도는 레시피, 블로그든 전문 사이트든 여전히 고기 잡내 잡는 비법으로 커피 한 스푼을 추천하고 소주를 추천한다. 잡내 없는 고기 사용함에도 나지 않는 냄새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싶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해보면 굽는 것과 삶는 고기를 보자. 같은 도체에서 나온 등심과 양지가 있다. 굽는 것은 바로 굽는다. 굽는 것은 핏물을 빼지 않는다. 어떠한 잡내도 없다고 생각한다. 등심이니 그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등심 잘 먹고나서 양지를 사서 국을 끓이면 물에 담가 핏물부터 뺀다. 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리 배웠다. 환경은 변했는데 인식은 여전히 50년 전 20세기에 머물고 있다. 1970년대까지는 고기 잡내를 지워야 했다. 선생님(부모)의 선생님(부모)은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했다. 선생님의 시대와 후학의 시대는 달라졌음에도 선생님의 말씀을 금과옥조처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레시피 또한 바뀌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대로다. 향신료의 사용에 대해 목적이 달랐졌음을 이해 해야 한다. 50년 이전의 향신료 사용 목적은 ‘가리는’ 것이다. 홈쇼핑의 멘트처럼 ‘잡는’ 것이 아니다. 냄새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는 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냄새 나는 부분을 도려내고 냄새보다 더 센 향을 써서 가렸다. 이제는 다르다. 가리는 것이 아니라 더하는 것이다. 

김이 올라오는 찜기에 돼지갈비를 올리고 소금만 뿌리면 맛있는 돼지갈비찜 완성이다. 소금과 고기의 진정한 콜라보를 느낄 수가 있다.

도축기술은 피를 예전보다 완벽하게 뺀다. 상온에서 이동하던 고기는 콜드체인으로 변질 없이 고기를 제공한다. 수준 높은 요리 기술과 그에 걸맞은 도구들까지 더해진 현대의 주방은 향신료의 역할을 바꿨다. 고기에 향을 더하는 것으로 말이다. 돼지고기 갈비찜을 해보자. 핏물을 몇 시간 빼고 한소끔 끓인 다음 물을 버리고 삶기 시작한다. 냄새 제거한다고 소주, 월계수 잎, 커피, 후추, 마늘 등을 넣는다. 삶은 다음 양념한다. 번잡하다. 내가 하는 방식은 이렇다. 찜기를 준비해 물을 끓인다. 김이 올라오면 한 번 씻은 갈비를 올린다. 소금 적당히 뿌리고는 50분간 찐다. 그리고는 먹는다. 간단하다. 시대가 바뀌면 레시피 또한 바뀌어야 한다. 향신료는 풍미를 더하는 존재이지 지우는 존재가 아니다.   

#잡내 #향신료 #수소 #돼지 #버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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