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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Sep 04. 2023

보리굴비는 없다

2015년에 찍은 사진이다. 이때는 제대로 말렸다.


#부세


작은 녀석은 참조기고

큰 녀석은 부세다. 


석 달 열흘을 말려야 이런 모습이 나온다. 100일의 시간 동안 단백질은 맛으로 분해된다. 지방은 향으로 숙성된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두 달 조금 넘게 말린다. 모양과 크기 때문이다. 예전에 말린 부세는 그냥 부세였다. 양식이기에 크기 구분이 의미가 없었다. 덜 말리면 크기는 조금이라도 클 것이고 수분이 덜 빠진 만큼 무게가 더 나간다. 지금은 특 S, S을 비롯해 별 크기 구분 지어 팔고 있다. 내가 봐서는 의미 없는 구분이다. 좋은 말로는 장사 기술이라 하겠다.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지만 참으련다.


굴비를 말렸던 이유는 하나다. 신선하게 팔고 남는 것을 보관할 수가 없기에 그렇게 했다. 4월에 말리기 시작해 6월 7월에 걷어 들였다. 한창 더울 때다. 그러니 자린고비의 굴비는 짰다. 짜지 않으면 더운 날씨에 부패했다. 


굴비와 보리는 조미김과 실리카겔의 관계와 같다. 실리카겔이 조미김의 맛을 더 좋게 하지 않듯 보리 또한 굴비의 맛을 좋게 하지 않는다. 명절 때가 되면 굴비 박스에 굴러다니는 보리 알갱이를 보면서 혼자 웃곤 한다. 과연 보리의 용도를 제대로 알고 그러는지 싶다. 식품을 하는 이라면 정확히 알아야 함에도 현상만 보고 따라간다.


17년 전 법성포 갔을 때 현지에서는 보리 굴비라는 용어 자체를 몰랐다. 아는 것은 마른 굴비였다. 그 당시 그 말을 처음 들었던 곳은 광주 상무지구의 한정식집이었다. 요식업자만 알던 용어가 보리굴비다. 어찌 아냐고? 먹은 다음날 보리 굴비 만들고자 법성포를 찾아갔기에 알고 있다. 영광에서 2대째 굴비 운영하는 양반이 보리 굴비 이야기하니 '뭥미?'의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보리굴비는 유통업자의 용어다. 


#굴비 #장사의기술 #부세 #영광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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