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Aug 18. 2023

전어의 가을은 아직이다.

바다의 계절은 육지와 달리 간다. 달리 가는 것과 달리 우리는 육지와 같을 거라 미리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상식을 아는 이는 잠시 잊었던 기억을 되살릴 것이다. ‘물은 공기보다 온도 변화가 느리다’ “아~ 그랬지!” 하는 이들이 눈에 보인다.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에 잊고 사는 상식이다. 하지만 맛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다. 육지에서 오리털 파카를 꺼낼 즈음이면 바다는 그제야 가을이다. 육지는 계절에 따라 온도 변화가 심하다. 겨울에 영하를 기록하던 온도가 봄을 거쳐 여름이면 40도 가까이 된다. 최저와 최대의 온도 차가 50도다. 바다는 어떤가? 육지에 비해 온도 변화가 느리다. 이미 말한 상식대로 육지의 공기에 비해 온도 변화가 적다. 바다가 어는 온도는 -2도부터라고 한다. 우리나라 바다가 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아무리 추워도 0도 언저리일 것이다. 바다의 온도 변화는 대략 30도 이하이지 않을까 한다. 강원도의 해수욕장은 8월 중순이 지나면 사람들이 빠진다. 물에 들어갈 생각이 잦아든다. 사실 이때의 강원도 바다는 가장 뜨겁다. 여름 동안 햇빛에 데워진 바다가 제대로 열 받는 시기가 8월 중순 이후부터 9월까지다. 이는 오랫동안 강원도 고성에서 조개 유통하는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1년 중 조개 폐사가 가장 많이 나는 달이 9월입니다. 아무리 냉각기를 돌려도 물이 뜨거우니 조개가 많이 죽어요” 육지에서 9월이면 추석을, 가을을 이야기할 때 바다는 여름인 것이다. 

시장을 한 달에 두 번 다닌다. 이번에는 의령장을 다녀왔다. 바닷가와 떨어진 의령장의 횟집 수족관에서는 전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전어 개시라는 푯말도 붙어 있었다. 의령장을 다녀오고 며칠 있다가 고창군 다녀오는 길에 서천 특화시장에 잠시 들렸다. 수산시장 점포마다 다른 횟감보다 전어가 많았다. 전어의 계절은 아직이지만 양식은 계절은 타지 않는다. 비슷한 크기의 전어가 수족관에서 같은 가격에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 없이 잡힌다. 사계절 잡혀도 유독 가을에만 사람들이 찾는다. ‘가을 전어’에 홀려서 말이다.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가을이면 모든 매체와 미디어에서 한 번 이상 언급하는 속담이다. 마치 전어를 먹어야 가을을 잘 보낸다는 호들갑과 함께 말이다. 실제로 저런 속담이 있을까? 저 속담이 맞을까? 비슷한 속담은 있긴 있다. ‘집 나가던 며느리가 돌아선다’는 속담은 있다. 비슷한데? 아니다 전혀 다르다. 앞선 속담은 며느리를 패륜 며느리로 만들었다. 뜻을 강하게 전달하려다가 패륜 며느리를 만들었다. 집 나간 적이 없는 며느리를 집 나간 며느리로 만든 것이다. ‘나가던’ 즉, 진행형 며느리를 ‘나간’ 과거형으로 만든 것이다. 전어와 며느리 두 단어로 검색하면 1990년대 초반에 기사가 나올 뿐이다. 그 어디에도 집 나간 며느리의 흔적이 없다. 전어 관련한 속담 하나가 더 있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 이 속담도 패륜 며느리와 함께 쌍으로 움직이는 속담이다. 여기서 가을은 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다의 가을을 이야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육지의 가을이 아닌 바다의 가을 말이다. 9월이면 육지는 가을로 접어든다. 바다는 10월이 돼야 가을 시작이다. 게다가 전어는 여름철 산란이다. 산란 전후의 생선은 가장 맛없다. 양식은 상관 없다. 자연산 기준이다. 여름을 보내며 전어는 알 낳는 데 사용한 에너지를 채운다. 그리고 가을로 들어서면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살을 찌운다. 

가을 전어에서 우린 계절을 읽어야 한다. 가을도 초가을과 늦가을이 다르듯 전어가 제대로 맛이 드는 시기는 늦가을부터다. 몇 년 전에 남해에 간 적이 있다. 한겨울인 1월쯤, 육지는 겨울이 한창이었고 바다는 겨울 초입이었다. 소주 한잔하는데 전어 조금이 서비스로 나왔다. 살면서 그리 맛난 전어는 처음 먹었다. 그때 머리속을 지나는 생각을 잡았다 “가을 전어가 깨가 서 말이면 겨울 전어는 한 섬이다” 서늘한 바람이 차가운 바람이 불 때 전어 계절의 시작이다. 시작은 맛이 들기 시작한다는 것이지 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바다의 계절을 알면 제맛이 보인다. 설레발은 인스타에 적합할 뿐이다.


#가을전어 #전어 #겨울전어 #패륜며느리 #가을바다 #겨울바다 

매거진의 이전글 껍질째 먹는 배는 향기롭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