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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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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28. 2016

순두부 찌개

“순두부 좀 끓여 줘”

윤희가 아닌 마누라의 오더다. 얼큰하게 끓인 순두부가 먹고 싶었던 지 어제 퇴근길에 순두부를 사다 냉장고에 넣어 놨다. 마트에서 파는 대기업 상품 중 하나다. 속으로 “참 심심한 순두 찌개가 되것다” 웅얼거렸다. 대형 마트가 들어오고, 언제부터인가 1+1이 일상화되면서 두부를 멀리했다. 다른 건 없다. 맛없기 때문이다. 콩, 응고제, 물 이 세 가지 재료가 있으면 두부가 된다 하지만 어찌 된 것이 대기업 마크만 달면 맛이 그렇게 되는지. 맛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는 것이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콩물을 끓이다 간수를 넣으면 물속에 녹아 있던 콩 단백질이 몽글몽글 뭉친다. 이것을 틀에 넣고 굳혀 간수와 수분을 빼내면 두부가 된다. 전에 먹으면 순두부다. 달착지근한 찹쌀떡을 한 입에 먹어야 앙금과 떡 맛의 균형이 맞듯 순두부 또한 조금 먹는 것 보다는 한 입 가득 먹어야 심심함 속에 숨어 있던 고소함이 합심을 하여 맛을 낸다. 하지만 어찌 먹던 슈퍼에서 파는 것들은 그 맛이 안 난다. 신기한 일이다. 두부 제조 기술은 수율 상승을 목표로 한다. 맛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맛없는 것을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업이다. 재료가 있나? 없다. 시원한 맛을 낼 것이 있나?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만들면 된다. 조개는 없어도 먹다 남은 오징어 다리는 있다. 구우면 딱딱하고 질겨 잘 안 먹는 오징어 다리는 육수 내는데 가장 좋은 재료다. 씹어 먹던 육수를 내 먹던 역할을 다 함은 같다. 뚝배기에 들기름과 고추, 대파 다진 것을 넣고 기름을 냈다. 고소함이 없으니 기름이 보충을 하면 된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고 고춧가루가 타지 않도록 불을 끊다. 뚝배기에 남아 있던 잔열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 얼추 기름이 되었다 싶을 때 물과 오징어 다리를 넣고 육수를 낸다. 다시마 조각 몇 개를 넣어 감칠맛을 준다. 계란을 넣을까 하다 그냥 대파만 넣고 마무리를 한다.

국물이 좋다. 하지만 흰 덩어리는 덩어리일 뿐 여전히 별 맛이 없다. 입맛은 간사하다. 맛있는 경험을 하면 그것을 오롯이 혀에 기억을 시켜 놓는다. 맛있게 먹었던 순두부가 있기에 내 입맛에는 슈퍼에서 파는 순두부가 무(無) 맛이다. 맛있는 순두부에 기억이 없다면 마트 냉장고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이 기준이 될 것이다. A 브랜드보다는 B 브랜드가 낫다는 식으로 말이다. 거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할인율이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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