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질 감자는 맛있다.
감자조림
감자조림을 만드는 것은 복잡하지 않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반찬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감자조림 레시피는 거의 비슷하다. 감자를 썰고, 볶고 자작하게 조린다는 기본 틀이 비슷하다. 기본 재료, 감자, 양파에 양념은 고춧가루를 넣어 빨갛게 하는 방법 혹은 간장으로만 하는 것과 다른 부 재료를 넣은 거 외에는 차이가 없다. 많은 레시피가 있는 데 정작 중요한 정보는 빠져 있다. 맛있는 감자에 대한 정보는 없다.
맛있는 감자와 맛없는 감자의 차이는 분질 감자와 점질 감자의 차이다. 우리나라 감자 생산량의 80%는 감자칩으로 유명한 ‘수미’ 품종이다. 나머지 20%는‘대서’라는 가공용 감자가 대부분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대지마’라는 품종 외에 30여 종이 넘는 품종이 있지만 우리가 시장이든 마트든 구입하는 대부분의 감자는 ‘수미’다. 수미는 미국에서 70년대 후반에 도입된 감자로 뜨거울 때는 분질, 식을 때는 점질의 성질을 낸다. 익혔을 때 하얗게 분이 나와서 분질 감자라 한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남작, 하령, 두백 등이 있다. 오리온 감자칩은 두 백으로 생산을 한다.
어제 남대문 막내 횟집에서 맛있는 감자를 만났다. 생각 없이 젓가락을 가져갔는데 젓가락질에 감자가 부드럽게 잘렸다. 오호!. 분질 감자다. 감자조림을 입에 가져가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혀와 입천장만으로도 감자가 뭉개졌다. 아니 녹았다. 감자가 뭉개 지면서 표현하기 어려운 특유의 향과 함께 분질 감자의 특성이 포도당 함량이 높기에 단맛이 툭 치고 나왔다. 포도당이 많다는 것은 튀김을 했을 때 갈변이 일어나 색깔이 좋지 않다. 그래서 가공용으로 쓰질 못한다. 그러나 요리에는 그 단맛이 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분질 감자로 요리를 하면 부드러우면서 설탕 없이도 단맛이 돈다.
횟집에서 회는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회 보다는 오로지 감자조림과 소주를 마셨다. 회와 초장이 주는 맛보다는 분질 감자가 주는 단맛이 소주와 더 어울렸다. 감자라도 맛있는 거라면 광어회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 가을 내내 먹었던 ‘두백’보다 더 부드럽고 단맛이 도드라졌댜. ‘남작’이나 ‘하령’ 품종이었을 듯. 식당 사장님이 알고 구입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밑반찬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몇 알 얻어 오고 싶었다. 시중에서 만나기 어려운 맛있는 감자였다. 저 감자로 카레나 닭볶음탕 하면 참으로 맛나겠다는 생각에 입맛만 다시고 감자조림을 리필하고는 마음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