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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18. 2023

토종닭 구이.. 수인의 매력

수인, 인사동에 문을 연 최초의 토종닭 구이집이다. 여기서 최초는 구이를 처음 했다는 것은 아니다. 구례, 순천, 여수 등 여러 지역에서 토종닭 구이 파는 식당이 꽤 있다. 꽤 있지만 토종닭으로 하는 요리는 삶은 요리가 대부분. 닭도리탕이거나 백숙이 전부다. 오래전부터 ‘토종닭은 질기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지면과 방송에서 이야기했다. 댓글을 살펴보면 욕이 대부분이다.

2015년 중앙일보에 기고한 내용이다.

 “질긴 거 너나 쳐 드세요”, “지우개가 차라리 낫다.” 등등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먹고 다녔기에 이런 댓글을 달까 생각했었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떠오른 “아 씨암탉!”. 알을 낳다가 먹는 사료보다 효율이 나오지 않으면 암탉은 도계 된다. 흔히 폐계라 칭하는 닭이다. 보통의 닭이 한 달 남짓 사육한다. 씨암탉은 최소 1년 6개월을 사육한다. 흔히 먹는 닭보다 18배 오래 키운다. 6개월은 알을 낳기 위해 보내는 시간, 이후 1년 동안 알을 낳는다. 18배의 사육 기간은 한 달 남짓 육계보다 질겼다. 흔히 장터에서 보는 커다란 닭이 그런 닭이다. 조리만 상태에 맞게 요리하면 육계보다 더 맛난 게 씨암탉이다. 제대로 요리를 하지 않을 경우, 살이 부드러운 육계처럼 요리하면 질겨서 먹기 힘들다. 아마도 그런 닭은 먹은 이들이 저리 댓글을 달았을 듯싶었다.

씨암탉을 토종닭으로 먹는 이들은 토종닭이 질기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토종닭은 질기긴 질기다. 한 달 남짓 키운 육계보다 질긴 것은 맞지만 세상 씹기 힘들 정도로 질기지 않다. 

가고시마 중앙역의 토종닭 음식 전문점. 부위별로 나온다. 

이런 고민 하고 있다가 일본을 다녀왔다. 우리보다 토종닭 문화가 발달한 곳이 일본이다. 토종닭 문화도 일본 쫓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닭을 먹기 위한 여행을 네 번 다녀왔다. 처음이 2019년 봄과 여름의 나고야와 가고시마였다. 토종닭은 일상에 들어와 있었다. 날을 잡아먹어야 하는 우리네와 달랐다. 퇴근하는 길에 들린 선술집에서 토종닭 꼬치에 맥주 한 잔, 출출한 밤 든든하게 해주는 라멘에도 토종닭을 사용했다. 우리도 몇 년 뒤면 쫓아가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 바람을 글로, 방송에서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런 바람이 수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마리가 아닌 부분육으로 말이다. 

닭날개와 봉은 튀긴 것보다 낫다.

수인에서 닭으로 주문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닭 구이, 날개 부분, 특수 부위였다. 일본은 생고기를 구워 먹는 곳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굽기를 조절할 수는 장점이 좋았다. 특히 껍질은 닭 부위 중에서 최고다. 수인은 초벌한 닭이 나온다. 세프의 섬세한 손길로 구운 점이 좋았으나 스스로 구울 수 없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게다가 

구마모토에서 먹은 껍질.. 인생 음식이었다. 수인의 닭껍질과는 달랐다.

기대했던 껍질이 바삭한 상태로 나와 이 부분은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가격은 18,000원 동일. 세 가지를 모두 주문하면 5만 4천 원으로 토종닭 백숙, 닭도리탕 6~7만 원과 비교해 전혀 비싸지 않았다. 서넛이 가서 구이와 다른 메뉴를 주문하면 다양한 토종닭의 맛을 즐길 수가 있다. 

토종닭은 좋은 식재료다. 지금까지는 우리 스스로가 가둔 ‘토종닭은 질기다’라는 명제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토종닭은 육계보다 한 달 조금 더 키운다. 한 달 사이에 질겨져봤자 거기서 거기다. 토종닭이 질기다는 생각은 이제 잊어야 한다. 토종닭을 구워서 팔기도 했지만 ‘토종닭 = 한 마리’ 주문 방식도 문제였다. 이 부분을 명쾌하게, 맛나게 깬 곳이 수인이다. 토종닭을 부위로 주문할 수 있는 최초의 식당이다. 구운 토종닭은 맛있다. 맛있는 것은 굽든, 찌든 맛있다. 구워서 먹는 삼겹살이 맛있으면 수육한 삼겹살 또한 맛있다. 백숙으로 한 토종닭이 맛있으면 구운 토종닭도 맛있다. 지난 십 년간 토종닭은 구워야 맛있다는 주장을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걸 증명하는 곳이 수인이다. 구이가 나왔으니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음식에서 토종닭을 자주 봤으면 한다. 이렇게 되려면 토종닭 부분육이 나와야 한다. 하림이든 어디든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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