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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Dec 05. 2023

친구들과 떠난 나고야 2

이어지는 두 번째 날.


아침 일찍, 그래봐야 8시다. 사케에 TV 타워 근처 도요타 렌터카에서 차를 빌렸다. 오늘 가는 곳이 전철로도 가능한 곳이긴 해도 갈아타고, 걸어 두 시간 정도 필요한 곳. 게다가 인원이 4명이니 차라리 교통비 비싼 일본에서 렌터카 빌리는 것이 낫다. 일본에서 운전은 세 번째다. 한 번은 오키나와에서 2박 3일, 두 번째는 삿포로에서 3박 4일 운전을 해봤다. 시내 운전은 삿포로 시내를 다녔기에 조금 자신이 있었다. 일본에서 운전은 별 거 없다. 그냥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하라는 거 하면 된다.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말 통하는 곳 하고 아닌 곳에서 운전은 천지차이다. 조심이 한다면 어렵지 않다. 게다가 우리네처럼 초보 괴롭히지 않는다. 깜빡이 넣으면 뒤차는 속도를 줄이며 들어올 틈을 준다. 우회전 타이밍 못 잡는다고 지랄도 없다. 법규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없다. 다만, 한 가지는 깜빡이 넣는다는 것이 두 번의 한 번쯤은 와이퍼가 움직인다는 게 흠이다. 안 고쳐진다. 하루를 운전하든 아니든 말이다. 

도요타 렌터카는 한글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일전에 빌린 니산은 영문까지만 있었다. 오늘 첫 목적지는 나고야 명물인 ‘모닝구’. 커피에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까지 포함해 약 500엔에 즐길 수 있는 나고야의 아침 음식 대표다. 수많은 카페에서 모닝구를 제공하는데 그중에서 토스트+ 팥을 처음으로 제공했다는 ‘킷사 마츠바’로 갔다. 커피와 다양한 음식을 주문. 폭신폭신한 그러면서 고소하게 구운 식빵에 팥을 발라 먹는 맛은 일품이다. 카페마다 여기에 잼이나 생크림을 더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도 한다. 팥 외에도 핫도그나 브런치 스타일 또는 핫케이크를 주문할 수 있다. 메뉴는 바뀌어도 가격은 500엔으로 동일하다. 환율 900원으로 계산하면 커피+아침식사가 4,500원이다. 나고야에선 굳이 호텔에서 아침 조식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고메다 커피에서 팥맛을 본 이라면 맛본 맛에 곱하기 5 하면 대충 맛이 그려질 것이다. 맛에 한 번 반하고 가격에 한 번 더 반하는 아침 메뉴다. 원두도 같이 판매한다. 가장 비싼, 100g 9000원짜리를 사 왔다. 커피를 내리면 국내에서 몇만 원하는 원두 뺨을 서너 대 갈길 정도의 퀄리티다. 

https://maps.app.goo.gl/ynTVpC5Uff2vx7hb6

식사를 했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카나와(kanawa)로 이동. 내비를 보니 대충 40분 정도 걸린다. 뒤에 찬 이들이 불안해한다. 운전석이 바뀜으로 해서 가장 힘든 것이 운전하는 내 왼쪽에 대한 공간 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조수석에 처음 탄다면 혀가 바짝 마를 것이다. 운전하면서 살피지 않으면 계속 왼쪽으로 붙기 때문에 옆차하고 부딪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해결 방법이 있다. 사이드 미러를 보면서 차선하고 내 차 간격 사이를 보면서 조정하면서 가면 얼추 해결이 된다. 삿포로에서는 3일 차가 되니 안 봐도 될 정도로 적응이 되었다. 식당에 도착하니 얼추 식사 시간.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구이가 나오는 식사 두 가지에 간, 심장 구이를 따로 주문. 코친으로 국물 낸 된장 우동(나고야 사람들 된장에 죽고 된장에 죽는 듯. 온갖 음식에 다 쓴다)와 달걀밥을 주문했다. 물론 날개와 봉구이 그리고 오늘의 진짜 목적인 종아리 꼬치구이도 주문했다. 

토종닭의 맛이야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짓. 특히 한 마리 당 두 개 나오는 닭 종아리 꼬치는 압권 중에 압권이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껍질이 닭의 맛 10냥 중에서 9냥이면 닭 종아리는 1냥 중에서 반절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처음 씹으면 단단한 식감, 이에 힘을 주면 살이 벌려지면서 육즙이 터지기 시작한다. 씹을수록 내주는 육즙의 향연! 적당한 짠맛은 살의 맛을 단맛으로 바꿔준다. 한정판이기에 간다면 무조건 주문해야 할 음식이다. 몇 곳의 나고야 음식점에서 코친을 먹었지만 여기 닭꼬치는 평생 잊지 못하는 맛이다.  

https://maps.app.goo.gl/NN1aaqtzK2VnprzcA

밥만 먹고 오기 서운해 갔던 곳이 이누야마다. 적당한 옛날거리와 일본에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다섯 개 성 가운데 하나가 이누야마 성이다. 점심 먹은 고마키에서 30분 남짓, 나고야에서 출발한다면 아마도 한 시간 정도 걸릴 듯싶다. 성 입구는 이누(개) 신사가 있다. 작은 신사로 슬쩍 구경하고 조금만 걸으면 바로 성이다. 성은 국보 지정인지라 나고야 성보다 입장료가 50엔 비쌌다. 그래봐야 550엔. 작은 규모의 성이지만 필히 올라가 봐야 한다. 줄 서서 계단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꼭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기다림은 길지 않으나 풍경의 여운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보고 내려오면 성 입구부터 몇 백 m 옛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거리만 옛 모습이고 파는 것은 현대적인 것들. 들리는 말이 우리말이면 전주 한옥마을이나 서울 익선동하고 구별하기 힘든 메뉴들이 많다. 특이하다면 은어 구이나 고구마 디저트 정도. 거리 구경은 ‘굳이’, 성에서 바라는 풍경은 ‘꼭’이다. 

https://maps.app.goo.gl/5djLouJdjyYKuJzN8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국도로 왔다. 시간 차이가 불과 몇 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일본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곳. 십여 분 운전하는 거리임에도 톨비가 만 원 조금 넘었다. 오는 중간에 메가 돈키호테, 시내에 있는 것보다 널찍한 매장을 메가라고 하는 듯한 곳에서 쇼핑까지 알차게 하고 왔다. 글렌피딕 15년 산(7,900엔)과 메이커스 마크 46(5,300엔)을 면세로 구입. 나중에 사카에 돈키호테 보니 조금 더 가격이 나갔다. 아마도 관광객 대상과 내국인 대상 점포의 가격 차이인 듯. 한 가지 나고야 공항에서는 양주 가격이 국내에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값 다 받는 듯싶었다. 다만 사케나 소주는 가격이 저렴했다. 닷사이 23이 4000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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