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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12. 2024

지극히 미적인 시장_AS_속초

관광의 도시 속초

속초 중앙시장. 중앙시장 중간에 위치한 닭강정이 유명하다

바다와 산 거기에 호수까지 관광자원이 차고 넘치는 동네가 있다. 관광지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제주는 산과 바다는 있어도 호수는 없다. 청초호, 영랑호! 두 호수를 품고 있는 도시, 속초 시장을 다녀왔다. 관광 자원이 많은 도시의 특징은 먹을 게 많은 듯싶어도 실상 먹으려고 하려면 별로 먹을 게 없다는 거다. 바다이니, 동해이니 바닷가 주변의 식당은 대부분 물회, 회, 게 요리 등 몇 가지로 크게 압축이 된다. 또는 표준명 미거지지만 지역명인 물곰탕으로 불리는 것, 

아바이 마을 순댓국은 가격은 관광지의 가격과 건더기는 프랜차이즈의 허접합이 담겨 있다.

아니면 방송에 자주 노출된 청호동 아바이 마을의 순대나 건너편 생선구이가 있다. 동해의 시군 어디나, 동해가 아니더라도 바닷가 어디를 가든 먹을 수 있은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관광지의 가격 DNA를 지니고 있어 만만치가 않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실상은 허례허식이 많은 상차림 또한 가격 상승에 한몫한다. 상차림은 많은데 젓가락 갈 곳은 많지 않은, 그 덕에 메인 요리는 부실해지거나 가격은 비싸진다. 속초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두어 가지와 시장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한다.

관광객은 중앙시장으로 현지인은 바로 옆 관광수산시장으로. 관광이 붙어 있어 웬지 비쌀 듯싶지만 아니다. 

속초는 오일장이 없다. 강릉 시내도 없지만 동해와 가까운 옥계에 장이 선다. 강릉 주문진처럼 큰 수산물 시장은 없어도 작은 항구마다 횟거리를 살 수 있는 시장은 있다. 주문진은 횟거리와 반찬거리를 살 수 있는 시장이다. 속초는 관광수산시장이 대신한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중앙시장과 맞붙어 있다. 기다란 길 두 개의 골목을 중간에 건어물 가게와 지하 회센터가 있다. 중앙시장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리는 곳, 닭강정이나 튀김, 술빵을 맛보는 곳이고 중앙시장 옆에는 여느 시장처럼 순댓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기서 닭강정을 사본 기억이 거의 18년 전 즈음일 듯싶다. 그때 이후로 사본 적이 없다. 인천 출신인 내가 신포시장 가더라도 닭강정은 안 산다. 특별한 맛이 있다는 것을 두 곳 시장의 닭강정에서 느낀 적이 없다. 닭강정은 먹고 싶을 때 편하게 사 먹는 음식이지 기다리며 먹을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기나 신포시장이나 닭강정으로 유명하나 유명함이 맛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림 등 국내산 닭을 튀기고 물엿 잔뜩 넣고 양념에 버무린 것이 닭강정이다. 스물한 살 된 딸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먹고 싶을 때 편하게 주문해서 먹는 음식이라 여긴다. 관광객을 유혹하는 음식만 바라보니 옆 골목의 수산물 시장은 그냥 슬쩍 지난다. 두 골목 입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관광객은 중앙시장으로, 속초 시민은 수산시장행이다. 

겨울 해장국 3대장, 고무꺽정이, 털수배기, 삼식이... 동해안에서 유명한 물곰 따위가 범접하기 힘든 시원함이 있다.

수산시장 구경에 나섰다. 크지 않는 시장이지만 제철이라 여기는 생선이 꽤 있다. 도치, 미거지, 현지에서는 망치라 부르는 고무꺽정이를 비롯해 다양한 겨울 수산물 구경이 재밌다. 미거지는 물곰탕의 재료가 되는 녀석이다. 고무꺽정이와 시원함을 비교한다면 내 입맛에는 고무꺽정이가 한 수 위다. 살맛도 좋거니와 시원함이 남다르다. 생긴 건 대가리 작은 아귀처럼 생겼어도 살맛은 좋다. 게다가 손질해서 파는 가격도 저렴하다. 막 잡은 임연수가 한 쟁반에 만 원이다. 골뱅이도 그렇다. 바닷가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가격이다. 생선 구경을 하다가 몇 년 만에 보는 귀오징어를 만났다. 한반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두족류는 대략 20종, 주로 보는 것들이 살오징어, 갑오징어, 한치(꼴뚜기류)와 문어류인 대문어(동해안 피문어), 문어(남해, 서해의 돌문어), 낚지, 주꾸미 정도다. 조금 더 있다면 무늬오징어라 부르는 흰꼴뚜기 정도다. 총알 오징어라 하는 것은 별도 품종이 아니라 포획 금지인 오징어 새끼를 그리 부른다. 새끼 오징어라 부르지 못하니 총알 오징어로 부르면서 판매를 하는 것이다. 총알 오징어는 사지도, 먹지도 말아야 한다. 귀오징어는 현지에는 귀문어, 통영에서 처음 봤을 때는 병정문어로 불렀다. 몸통이 영국 근위병 모자처럼 생겨서 그리 부르는 듯싶었다. 문어와 오징어는 같은 두족류이지만 문어는 다리가 8개, 오징어류는 8개의 다리에 두 개의 촉수를 더해 10개다. 촉수가 항시 다리와 같이 나와 있으면 오징어, 숨겼다가 먹이 활동할 때 나오는 종은 갑오징어다. 눈에 꺼풀이 있으면 꼴뚜기, 없으면 오징어다. 분류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맛으로는 오징어보다는 꼴뚜기가 한 수 위다. 동해에서 잡히는 한치는 화살꼴뚜기로 제주에서 잡히는 창꼴뚜기와는 종 자체가 다르다. 창이든 화살이든 꼴뚜기의 살 맛은 오징어보다 부드럽고 달다. 

귀오징어는 한치와 오징어를 합친 맛이다.

귀오징어가 한치와 비슷한 식감과 단맛이다. 오징어나 갑오징어에서 맛볼 수 없는 부드러움이 있다. 가격을 물으니 한 쟁반에 13,000원. 안 사면 바보다. 집에 와서 손질하면서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마침 두께가 얇은 돼지고기가 있기에 오삼불고기의 원래 버전인 삼겹살 대신 앞다릿살로 오돼불고기를 만들었다. 식감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부드럽다. 오징어 불고기가 쫄깃한 식감이라면 부드러운 식감이 쫄깃한 돼지고기와 잘 어울렸다. 산지 시장 아니면 구경하기 힘들다. 속초에 간다면 속초관광수산시장에 꼭 들려야 하는 이유다. 속초 시민들의 애용하는 장터라 가격이 꽤 매력적이다. 

에전에 맛본 속초 천하갈비

앞서 이야기했듯이 바닷가 식당은 고속버스 터미널의 식당처럼 메뉴가 많고 엇비슷하다. 속초 또한 비슷하다. 지역 색이 드러나는 것이 거의 없다. 방송에 나온 생선은 철과 상관없이 가격이 비싸다. 겨울 제철이라고 하는 대부분은 산란기 생선이다. 산란기 생선은 1년 중 가장 맛이 없을 때다. 모든 에너지가 알이나 정소에 있다. 살맛이 푸석하다는 의미다. 식당의 메뉴 구성도 물곰탕, 물회, 회, 게 요리 네 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항구의 이름과 식당 이름은 달라도 메뉴는 비슷하다. 강원도 고성이나 경북 울진이나 메뉴가 대동소이 하다. 예전에 속초에서 맛나게 먹었던 것은 돼지갈비였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이름만 갈비인 양념 돼지고기가 아닌 진짜 돼지갈비가 나오는 곳이 강릉을 비롯한 이 동네의 특징이다. 굳이 바닷가까지 가서 돼지고기를 먹어야 하는가 싶지만 돼지갈비를 가성비 있게, 맛있게 내니 메뉴 선택이나 식당 선택에 있어 고민스럽다면 또 다른 선택지가 될 것이다. 꽤 맛있다. 이번에는 혼자 출장인지라 다른 선택을 했다. 원래 계획했던 청어김밥은 더 하지 않아 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돌아다니다 느낌이 꽂히는 곳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눈에 띈 ‘속초. 국밥’. 생긴 지 얼마 안 된 듯한 식당으로 보였다. 가서 보니 맑은 돼지국밥을 낸다. 

맑은 돼지국밥

같은 국물에 밥 또는 우동 선택할 수 있다. 국밥을 주문하고 앉았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순댓국, 돼지국밥, 족발 등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곳에서 처음 가는 곳에 맛을 가늠하려면 새우젓부터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밥이다. 일단 밥은 퍼서 나온다. 기본은 한다는 이야기다. 나온 국밥을 맛봤다. 딱히 따로 간이 필요 없을 듯싶어 아예 새우젓을 넣지도 않았다. 따로 얇게 저민 돼지 수육을 양파와 겨자 소스와 함께 맛보기로 나온다. 고기가 꽤 실하게 들어 있다. 밥이 맛있으니 국이 맛없을 수가 없다. 탕의 고기를 오징어 젓갈과 같이하라고 하는 딱히 그럴 이유가 없을 듯싶다. 양념 젓갈과 돼지고기 궁합이 맞지 않았다. 아마도 속초라는 지역적 배경을 더하려는 것 빼고는 ‘맛’적으로는 맞지 않았다. 오히려 식해에 든 조밥과 궁합을 맞추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국내산 돼지고기와 수입 뽈살이 섞여 있다.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니 속초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해장국의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사실 물곰탕 1인분, 2만 원은 해장으로도 식사로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작은 국수 가게에서 먹는 골뱅이 비빔국수도 추천이다. 

무침 골뱅이와 먹는 김밥이 더 맛있었다.

김밥 하나 청해서 같이 먹으면 맛있다. 여기 김밥 잘 한다. 비빔 오징어 김밥과 비빔국수를 주문한 것이 실수였다. 양념이 같다. 오징어를 주문했으면 일반 국수를, 골뱅이 비빔국수를 주문했으면 일반 김밥을 주문하면 딱 맞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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