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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05. 2024

지극히 미적인 시장 AS_울진

돌김 원정대

한반도 해역에서 자라는 김의 종류는 대략 20가지라고 한다. 우리는 주로 양식에 적합한 방사무늬 돌김을 먹고있다. 

오로지 김만 바라보고 간 장터였다. 맛있는 곱창김을 팔기도 하지만, 파는 김보다 두서너 배는 더 맛있는 김을 이 시기만 살 수 있는 곳이 울진이다. 먼 거리 마다하지 않고 다녀만 왔다. 김은 종류가 많아 보여도 사실 몇 가지뿐이다. 주로 양식으로 키우는 것은 방사무늬돌김이고 나머지는 기타 등등이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곱창김은 돌김 종류의 하나다. 잇바디돌김 포자로 키운 것이 곱창김이다. 양식한 물김을 두툼하게 떠서 말리면 김밥김이 되고 얇게 뜨면 재래김이 된다. 

양식 방식에 따라 지주식과 수하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지주식은 얕은 바다에 나무를 막아 줄을 연결해서 김을 키우는 방식이고 부유식은 스티로폼 등 물 위에 뜰 수 있는 부력재를 연결해 항시 물속에 김이 있도록 해서 키우는 방식이다. 지주식은 향과 맛이 좋고 부유식은 생산성이 좋다. 지주식이든, 부유식이든 혹은 곱창김이든 이런 모든 것의 시작은 겨울철 바닷가 바위에서 자라던 김을 양식하는 것이다. 원조는 바닷가 바위에 붙어 있던 돌김이라는 사실. 돌김이라는 이름을 보면 그 시작점이 돌임을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김 종류가 스무 종류라고 한다. 어떤 특정 김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같이 포함 되어 있을 것이다. 동해안에는 강원도 고성부터 시작해 부산까지 12개의 시군이 있다. 모든 장터를 갔었지만 유일하게 돌에서 채취한 돌김을 만날 수 있는 장터가 울진장이었다. 

1년 전, 돌김을 샀던 자리에는 돌김이 없었다. 사진은 2023년 2월 2일

사람 많은 동해 오일장이나 울산 장터에서도 진짜 돌김은 만나지 못했었다. 2023년에 설날 끝내고 찾았던 울진장에서 김을 만났었다. 20장 1만 원이었나 2만 원이었나 하는 가격이었다. 분명 비싼 가격이었다. 비싼 김 한 장에 보통 300원꼴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만 원이라면 장당 500원이었고 2만 원이라면 1,000원이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맛을 봤을 때 땅을 치면 후회했었다. 이런 김을 맛본 것은 어릴 때 아버지가 사 온 김 이후로 두 번째였다. 아버지 고향(황해도 해주) 분이 주신 것이라는 것만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 있지만, 맛은 지금껏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었다. 울진장에서 산 김이 예전 아버지가 사 오신 김과 비슷한 맛과 비슷했다. 마지막 김을 먹으면서 다음에 간다면 장터에 있는 김을 모조리 사야지 하면서 1년을 기다렸다. 

명절을 앞두고 찾아간 울진. 봉화에서 태백산맥을 넘는 사이 전날부터 눈이 온 듯 주변이 온통 흰색으로 바뀌었다. 태백산맥을 내려오면 바로 울진 시내다. 잔뜩 찌푸린 날씨, 눈도 오락가락했다. 맛있는 김을 만난다는 기분에 우중충한 날씨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울진 바지게 장터(2, 7장)는 큰 장터는 아니다. 장을 보면서 한 바퀴 돌아도 십여 분이면 끝난다. 작은 장터라도 전문 장사꾼도 많지만, 봇짐만 들고나온 할매들도 많아 이래저래 구경하기는 좋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이웃한 삼척보다 여기가 낫다. 삼척장은 구경거리가 별로 없다. 장터 구경보다는 김이 먼저였다. 김을 찾아 한 바퀴 돌았다. 안 보인다. 못 봤나 싶어 다시 돌았다. 없다. 그제야 우중충한 하늘이 보였다. 날씨 탓인가 싶기도 하고 작년과 비교해 늦은 음력 탓을 해야 하나 싶었다. 양력으로는 작년 이맘 때였지만 음력으로는 설날(2023년 1월 23일) 이후였다. 양식이 아니기에 바다가 내줘야 하는 것이 자연산의 단점. 아마도 채취를 못 하지 않았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며 처음 보다. 파는 이도 늘고 활력이 넘치기에 두어 바퀴를 더 돌았다. 혹시나 하며 돌았지만 역시나 없었다. 울진 장터에는 달래와 냉이가 한창이었고 둘보다는 시금치가 가장 많았다. 멀리 남해에서 온 시금치부터 동네에서 재배한 시금치까지 다양했다. 육지에 시금치가 있다면 바다는 물미역이 한창이었다. 파는 이도 시금치 못지않게 가장 많았다. 단 미역이 나오는 시기 또한 지금이다. 생각해 보면 과메기의 제철은 지금이지 싶다. 과메기와 같이 먹는 물미역이 가장 맛있고 예전에는 김장김치와 먹기도 했으니 1월 말, 2월 초 김장김치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 항시 먹는 것이라도 가장 맛있는 제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르거나 아니면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나 같으면 물미역이 가장 맛있는 시기에 과메기 축제를 할 듯싶다. 

오일장은 만남의 광장이다.

사려고 했던 김은 못 사고 대신 달래 한 봉 샀다. 봇짐이 거의 없는 할매와 눈이 마주쳤다. 마침 냉장고에 든 두부 반 모 넣고 끓인 된장찌개를 끓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던 차였다. 꿩 대신 닭이라고 김 대신 말린 홍게살 사러 영덕과 거의 붙어 있는 울진 후포항을 찾았다. 거기 로컬푸드 매장의 수산물이 꽤 괜찮다. 게다가 2, 7장인 울진장 다음날이 후포장이다. 1박 2일 간다면 두 장을 같이 보는 것도 좋다. 후포항은 울진장보다 작은 장이지만 수산물 종류나 양이 많다. 꿩 대신 사려고 했던 홍게살 말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작년보다 휑한 냉장고 모습이 로컬푸드 매장의 현재 상황인 듯했다. 사람이 없어도 로컬매장은 일단 크게 매장을 만들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큰 배후 도시가 없는 로컬푸드 매장 대부분이 같은 모습이다. 오는 길에 잠시 들린 봉화(인구수 3만)의 로컬푸드 매장은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웃한 인구 10만의 영주시 덕이 아닐까 한다. 로컬푸드 매장에서 나오면서 장치 말린 것(1만 원), 피데기(반건 오징어 5마리, 2만 원), 말린 홍새우(1만 원)를 샀다. 특히 장치 말린 것은 장터에서 산다면 족히 2~3만 원 줘야 할 정도의 크기였다. 말 그대로 ‘득템’이었다. 예전에 여기서 말린 멸치를 산 적이 있다. 멸치는 삶고 말린다. 여기 멸치는 그대로 말린 것이다. 국물을 내면 깔끔한 맛이 아주 좋다. 홍새우도 마찬가지다. 

후포 오일장은 수산물 종류와 양이 많다.

그대로 말린 것이다. 후포항을 갔다가 나올 때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조개다. 동해의 바지락인 민들조개는 꼭 사야 한다. 보통 째복이라고 한다. 이날 시세는 kg에 7,000원이었다. 동해의 푸르름을 품고 있기에 시원한 맛이 아주 좋다. 피데기 다리 살, 홍새우, 민들조개를 넣고 라면을 끓였다. 시원함이 남달랐다. 울진 바다가 내주는 시원함이다.

홍게 맛이 안 나는 홍게 짬뽕과 홍게 볶음밥

울진은 홍게가 많이 난다. 대게도 있지만, 가공품이나 게를 이용한 메뉴는 대부분 홍게를 사용한다. 홍게를 사용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상하리만큼 홍게 맛을 느끼지 못한다. 볶음밥을 만들든 짬뽕을 내든 아무 맛도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방식으로 요리를 다 만든 다음에 그 위에 홍게살 조금 올린다고 해서 홍게 맛이 나지는 않는다. 가격만 오르고 상대적으로 가성비는 떨어진다. 관광 상품의 흔한 실수다. 무엇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맛있게 내는 것을 잊는다. 0.1% 넣은 대게 빵이나 황태 빵이 그렇다. 지금보다 더 맛나게 내려는 노력이 없다면 여전히 가성비가 극히 나쁜 음식으로 남을 것이다. 홍게 조금 넣고 짬뽕 2만 원 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다 볶은 다음에 홍게살 뿌리는 것 또한 홍게살 음식이라 하기 민망하다. 향이 없는 음식은 음식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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