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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20. 2024

쑥국

주인공은 쑥이다

얼마 전 알고 지내는 세프가 유튜브 하나를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봄이니 도다리 쑥국이야기다. 유튜브 내용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문직 세프가 소개하는 내용치 고는 첫 시작이 그랬다. 소개글 첫머리만 보고는 내용이 뻔해 보지도 않았다. 

"1년을 기다렸다"

해쑥을 기다렸다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대상이 가자미라면 이건 세프라고 이야기하기 쪽팔린 내용이다. 그냥 요리 좀 하는 장사치일 뿐이다. 세프가 아닌 장사치라 주장하는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자미과 도다리는 이렇게 생겼다

하나,

일단 도다리라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 그런다는 것이다. 수산물은 동네마다 같은 어종을 달리 부르는 경우가 많다. 청엇과의 밴댕이를 멸칫과의 반지로 부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서 흔히 부르는 밴댕이는 실상은 '반지'라는 생선이다. 남해나 거제, 통영, 고성에 가면 흔히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 부른다. 동네에서 그냥 도다리라 불렀다. 동네에서 편히 부르는 이름이 미디어에 소개되면서 봄이 오면 의례 찾는 음식이 되었다. 사실 기사 검색을 해보면 언제부터 도다리 쑥국을 그리 봄마다 찾았는지 알 수가 있다. 

1990년대는 쑥국관련 기사가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검색이 되더라도 도다리 이야기는 없다.

1990년 1월부터 현재까지 나온 신문과 방송 일부를 검색할 수 있는 빅카인즈( https://www.bigkinds.or.kr/ )에서 도다리 쑥국을 검색하면 1990년대에는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2005년 이후부터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2015년이 113건으로 가장 많은 해로 보통 몇십 건 이상이 꾸준히 기사나 방송에 노출되었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2005년이 기점이었다. 통영-진주 간 고속도로 개통이 도다리 쑥국의 전국화의 도화선이 된 듯하다. 2005년 7건 이후로 매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 쉽게 추측 가능한 일이다. 일반인이나 돈하고 관련 있는 대상을 추취재하는 기자, 방송 작가는 진실보다는 현상을 그대로 옮긴다. 간혹 예전 기사를 보면 도다리라 하지 않고 문치가지미가 맞다는 기사도 있긴 있었다. 딱 한 번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라면 그리해서는 안 된다. 정보를 제대로 알려야 하는 것이 전문가 '일'이다. 알리는 일을 외면한다면 그냥 장사치일 뿐이다. 전문가는 무슨 전문가. 

배가 볼록한 문치가자미. 도다리 쑥국의 재료가 이 녀석이다. 실제 도다리와 무늬가 다르다.

둘, 

도다리로 부르든 가자미로 부르든 일단 봄의 잡히는 것은  맛없다. 왜냐고? 산란 직전이거나 산란을 끝낸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산란은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중요한 일이다. 지닌 에너지 모두를 산란을 위해 쓴다. 모든 신경은 산란과 관련한 일에 쏟는다. 암컷은 알에 신경을, 수컷은 경쟁 상대 수컷과 싸움을, 이겼다면 신방 차리는데 온 신경을 곤도 세운다. 알을 쏟아낸 암컷의 배는 홀쭉하다. 방사한 수컷 또한 매한가지다. 새살이 돋아나려면 부지런히 먹이를 먹어야 한다. 봄철에 산란한 알에서 치어가 태어나고 자라 먹잇감이 되는,  치어가 자랄 때쯤 먼바다에서 멸치가 들어와야 비로소 살이 찬다. 늦봄 지나면서 살이 차고 살에 기름기가 돈다. 일식이나 횟집 주방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봄철 가자미가 가장 맛없음을 말이다. 이런 사실은 살짝 숨기고 그저 봄의 별미라고 떠든다면 전문가가 아니다. 

쑥과 조개의 궁합은 최고다

쑥이  주인공이다. 쑥국이 처음 등장하는 1991년 기사에도 쑥국만 언급하고 있지 도다리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그 해 전체 기사 중 쑥국 언급은 딱 하나였다. 누군가가 도다리쑥국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냥 Ctrl-C, Ctrl-V 한 것이 조금씩 과장이 보태지며 봄의 대명사가 되었고, 종국에는 전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만드는 방법이 대중화된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나쁜 것은 올바른 정보가 아닌 것을 올바르다고 하는 것이다. 맛없는 산란기 생선이 맛있다는 것과 잘 못 부르는 명칭을 그대로 부르는 것, 두 가지는 고쳐야 한다. 도다리 쑥국에서 주인공은 '쑥'이다. 하우스 농사가 국내에 도입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겨울에 채소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되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쉬운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돈이 없으니 하우스 농사를 해도 팔로가 많지 않았다.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C를 보충할 수 있는 것은 김장김치가 유일했다. 배추, 쪽파, 미역 삼합으로 먹는 과메기 또한 80년대 중반 이후에나 가능했다. 채소가 없었다. 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김치는 쉬어 터졌다. 땅속에 묻어도 기온이 올라가면서 하얀 골거지가 피었다. 더는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끓이고, 볶고, 만두 하면서 소비를 했다. 50대인 필자 집에 냉장고가 초등학교 때인 80년대 초반에 들어왔던 기억이다. 지금이야 집마다 김치냉장고, 일반 냉장고를 두고 있지만 말이다. 김장김치를 거의 다 먹을 즈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쑥이었다. 그 시절에 구할 수 있는 채소였다. 국이든 찌개든 된장 넣고 끓이거나 쌀을 빻아 떡을 하면 훌륭한 반찬이 되고 간식거리가 되었다. 

생선은 산란을 얕은 바다에 한다. 손쉽게 그리고 많이 잡힌다. 봄이 오면 바닷가 언덕에 솟아난 쑥을 뜯는다. 산란하러 얕은 바다로 들어온 가자미가 많이 잡힌다.  된장 넣고 끓이다가 포구에 널리 가마미 송송 썰어 넣는다. 쑥만 넣고 끓인 것보다는 낫을 것이다. 그게 쑥국이다. 가자미를 맛나게 먹기보다는 쑥국을 더 맛나게 먹기 위함이었다. 쑥을 넣고 끓일 때 무엇이든 넣어도 된다. 한 번은 쏨뱅이를 넣어 봤고, 한 번은 동해 특산물인 민들조개(째복)를 넣고 끓여봤다. 제철인 갈치를 넣고 끓여도 맛있을 것이다. 쏨뱅이든 조개든 살 무른 가자미 넣고 끓인 것보다 맛있었다. 우리는 보통, 미디어에서 떠들면 그게 맞는 줄 안다. 실상은 방송을 만드는 이나 소비자나 비슷한 지식수준이다. 누군가가 소개하지 않았던 아이템을 소개하고 반응이 좋으면 비슷한 내용으로 무한반복한다. 거의 모르던 레시피를 만나면 할 수 있는 것이 고개 끄덕이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가? 도다리 쑥국만 보더라도 도다리든 가자미의 생태를 아는 이는 정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자미보다는 도다리가 더 있어 보이는 이름이다. 동네에서 그리 부르기도 하니 그대로 진행했을 것이다. 방송용으로 딱 좋으니 이보다 좋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도다리라 부르든 가자미나 부르든 실상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바로 맛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길게 쓰는 이유가 맛없는 생선을 봄의 별미라 부르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봄의 제철인 다른 것이 충분히 있음에도 굳이 잘 못된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다. 산란기 생선은 맛없지만 유독 도다리쑥국은 맛있다고 한다. 살이 무르든 말든 그냥 맛있다고 한다. 쑥의 향긋함이 맛을 느끼게 해 주지만, 쑥이 메인이 되어야 할 요리에서 객이 된다. 맛이 빠진 가자미가 주인공인 음식이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를 빼고 지금이 딱 제철인 조개를 더하면 거짓말 안 보태고 320배 더 맛있다. 조개의 산란은 늦봄에 한다. 산란을 준비하는 지금이 딱 맛으로 빛나는 때다. 쑥 하고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쏨뱅이로 국물을 낸 다음 쑥은 뜨거운 국물에 데치는 수준으로 끓였다. 별미도 이런 별미가 없었다.

바야흐로 쑥이 제철이다. 쑥국에 무엇을 넣든 상관없지만 제철을 넣는다면 당신이 끓인 국은 최고의 만찬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봄에 쑥국을 먹자. 도다리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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