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지방 또한 삼겹살의 한 부분이다.
지난 주말에 집 근처로 온 버크셔K 팀장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삼겹살 떡지방 이야기가 나왔다. 매년, 삼겹살데이 때나 아니면 물량 부족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삼겹살의 떡지방이다. 떡지방은 삼겹살의 어디쯤 일까? 모든 언론이 호들갑 떨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 떡지방은 맛이 없을까? 알아보자
떡지방은 어딜까? 삼겹살 사진을 보자. 자르기 전 삼겹살 원판 모양이다. 사진의 숫자는 등뼈와 연결된 가슴뼈 번호다. 1번부터 4번은 없다. 4번까지는 돼지갈비로 판다. 돼지갈비나 삼겹 부위나 거기서 거기다. 삼겹 원판의 5, 6, 7, 8, 9번은 흔히 꽃삼겹이라 부르기도 한다. 선호하는 부위로 기름과 살 비중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8번을 지나면서 두꺼웠던 지방 사이의 살은 사라진다. 있다고 한들 비계 사이에 실 같은 살만 조금 보일 정도다. 10~13번 사이에서 떡지방 삼겹살이 나온다. 13번 아래는 비계만 있는, 삼겹이기보다는 이겹살에 가까운 미추리다. 평소에는 떡지방 클레임이 없다가 가격 행사가 크게 있으면 종종 나오는 이유는 작업할 때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유도 없었겠지만 원가 부분도 한몫했을 것이다. 가격 행사한다고 유통업체에서 마진 조정해 주는 것도 아니니 최대한 로스를 줄이려고도 했을 것이다. 매년 큰 가격 행사를 하는 3월이 오면 불거지는 이유다. 떡지방이 많은 삼겹살 부위는 맛이 없을까?
내 대답은 ‘No’다. 삼겹살을 다른 돼지 부위보다 유독 좋아하는 이유도 살과 함께 먹는 지방의 맛이 좋기 때문이며, 삼겹살에서도 살이 더 많은 미추리 부분을 가장 맛없는 부위로 친다. 다만 비계도 적당히(?) 있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음을 앞서 이야기했다. 꽃삼겹이라 부르는 흉추 8번이나 떡지방이 있는 13번이나 같은 개체의 돼지인지라 지방의 맛은 차이가 없다.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다. 사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떡지방은 10~13번 삼겹살의 떡지방 부분만 모아 사진 찍었다(나중에 더 자세히 다를 예정임). 떡지방이 없는 부분은 사라지고 말이다. 버크셔K에 따로 떡지방이 있는 삼겹살을 요청했다. 받은 삼겹살을 보니 떡지방의 끄트머리를 잘랐다. 평소라면 다들 이렇게 작업을 했을 것이다. 삼겹살은 보통은 굽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돈테키’로 구웠다. 일본에서 자주 먹는 요리로 굽는 법도 유튜브에서 슬쩍 보고 배울 정도로 쉽다. 일부러 지방 많은 삼겹살을 준비했다. 방송에서는 주로 목살을 사용한다. 목살이 가능하다면 삼겹살도 가능할 것이고 지방의 맛이 더 농후한 삼겹살이 더 맛있을 듯싶었고, 떡지방 부위라면 더 좋을 거 같았다.
1.준비한 삼겹살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좋은 후추를 사용할수록 향미가 깊어진다. 향신료는 맛을 가리는 용도가 아니라 향을 더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요리의 맛이 한층 깊어진다.
2.밀가루에 골고루 묻힌다.
3.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는다. 앞뒤로 2분씩 굽고 팬 뚜껑을 3~4분 정도 덮는다. 불 크기는 가장 작게 해야 한다.
4.알맞은 크기로 썬다.
생각보다 쉽다. 2번 작업에서 달걀옷과 튀김가루를 입혀 튀기면 돈가스다. 필자는 달걀옷까지 입힌 다음에 굽는다. 달걀의 고소함이 맛을 풍부하게 한다. 버크셔뿐만 아니라 전에 두록이나 일반 돼지로도 했을 때도 맛있었다. 돈가스가 맛있는 이유가 튀김옷을 묻혀 튀기기에 육즙 손실이 적어 촉촉한 식감이 유지하기 때문이다. 두록 또한 지방의 맛이 좋기로 소문난 품종이다. 그보다 버크셔K로 요리한 돈테키가 더 맛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계가 다른 돼지보다 맛있기 때문이다. 흑돼지가 맛있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비계가 맛있다는 것이 한몫한다. 버크셔K를 예로 들면, 일반 돼지보다 비계의 수분이 10% 적다. 비계가 물컹한 일반 돼지와는 다르다. 보통은 비계를 덜 익히면 물렁하다. 비계를 바싹 익히면 먹을 만한데 고기가 오버 쿡 되어 과자와 호형호제할 정도의 식감이 된다. 쫄깃함과 맛있는 맛의 중간이 없다. 그게 가능한 것이 버크셔K다. 버크셔K 비계는 살짝 익혀도 수분이 적기에 씹는 맛이 좋다.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과 글루탐산도 많거니와 불포화지방산이 오리고기보다 많아 씹을 때마다 맛있는 육즙을 내준다. 그냥 불판에 굽는 것도 좋지만, 돈테키로 한번 해보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떡지방이든 아니든 돼지 비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제주에 가면 재래돼지를 먹곤 한다. 관광지의 전문식당이 아닌 재래돼지를 전문으로 키우는 농장 식당에서만 먹는다. 주문은 삼겹살, 목살, 앞다릿살 세 가지가 골고루 나온다. 여느 식당처럼 목살 1인분, 삼겹살 1인분으로 팔지 않는다. 여기 삼겹살을 보면 삼겹살데이의 떡지방이 떡지방으로 보이지 않는다. 꽃삼겹? 그런 거 아예 없다. 13~18개월 키우기에 삼겹은 이겹이 된다. 뱃살 부위라는 것만 같지 거의 비계다. 아마도 삼겹살을 살맛이라 여기는 이들은 기절하고도 남을 곳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 비계가 살보다 맛있는 곳 또한 여기다. 백돼지(삼원교배종)의 비계만 먹어서 쌓인 경험인 비계는 말랑하다는 선입견을 깬다. 비계의 쫄깃함과 농후함이 예술의 경지다. 돼지 비계는 맛있다. 지방의 맛이 농후할수록 더 맛있다. 재래돼지는 생산량이 극히 적다. 현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유색 순종 돼지들이다. 두록이라든지 아니면 버크셔K가 그 주인공이다. 랜드레이스나 두록을 재래돼지와 흑돈으로 개량한 돼지들도 주로 먹는 백돼지보다 괜찮다. 맛있는 돼지고기 먹을 때는 비계부터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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