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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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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Feb 14. 2016

화식우

여물 끓여 먹인 소

마블링과 상관없이 부드러운 한우가 있는 데 화식(火食)우다 . 새롭게 나온 한우는 아니다. 잠시 우리 곁에서 잊혀졌던 사육 방식으로 키운 한우다. 100% 수입 곡물로 만드는 배합 사료 대신 볏짚, 미강(쌀 도정할 때 나오는 가루), 콩깍지 등 국내 농산물을 잘게 썰고 끓여서 먹여서 키운다. 농가에서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아침저녁으로 여물을 쑤어 먹여 키우던 간혹 TV에서 봐왔던 방식이다. 몇 마리의 소는 가능한 일이지만 수 십 마리, 수 백 마리를 사육하기에는 불가능한 방식이어서 점차 포대만 뜯으면 먹이를 줄 수 있는 배합사료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점차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로  사육되면서 명백만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화식으로 사료를 주고 그에 더해 무항생제 한우로 키우고 있다. 무항생제로 키운다고 해서 항생제를 전혀 처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농민들이 자의적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의 정확한 처방에 의해 소가 병이 났을 때 치료할 때만 사용을 한다. 항생제의 오남용 걱정이 없는 축산물이 바로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축산물이다. 무항생제로 사육을 하는 축사는 악취가 없다. 소의 냄새는 나지만 코를 찌르는 악취는 없다. 건강하게 키우는 한우다.  

화식 우의 맛은 부드럽다. 특히 화식한우 영농조합에서는 미 경산(송아지를 낳지 않은) 암소를 19~24월 정도 사육을 하고 출하를 한다. 일부 지역에서도 화식우를 하고는 있지만 거세우나 송아지를 2~4번 정도 낳은 암소로 해서 고기 맛이 제천의 화식 우와는 구별이 된다. 거세우는 본디 황소였지만 부드러움을 얻기 위해 송아지 때 거세를 해 암소와 같은 고기 맛을 얻기 위해 키우는 소 사육방식이다. 즉 암소의 부드러운 맛을 흉내내기 위함이다.

화식우는 부드럽고 고소함이 가득이다. 마블링이 많지 않아도 본디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어 익숙하게 먹어 왔던 마블링으로 등급만 높았던 거세우와는 다른 맛을 낸다.

프라이팬에 등심과 안심을 구웠다.
마블링이 없어도 육즙이 가득이다. 기름에 의한 부드러움과는 결이 다르다. 10년 초록마을을 통해 유통시켰던 전북 고산의 화식 우하고도 다른 맛이다. 숯의 복사열로 구웠다면 맛은 더 깊어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링, 혹은 숙성육 하고는 또 다른 맛이다. 이 맛이 있으면 또 다른 맛이 있는 게 바로 '맛'이다. 최고의 맛이라 표현을 잘 안 쓴다. 이유는 또 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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