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고
백진주 품종을 알게 된 것은 2005년도였다. 거대배아미를 개발하신 분이 소개를 해주어 충남 서천의 RPC를 방문해 상담을 하고 초록마을에 백진주를 공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백진주 샘플을 얻어 와서 처음 밥을 했을 때 당황스러운 상황과 마주했다. 밥이 질었다. 물을 일반 쌀과 달리 조금만 넣으라는 주의사항을 잊고 평소대로 물의 양을 맞추어 밥을 했던 거였다. 백진주는 아밀로오스 함량이 낮아 일반 쌀처럼 물을 넣으면 진 밥이 된다. 첫 식감은 내 실수로 밥맛이 별로 였다.
밥을 제대로 하니 이런 밥맛이 있었나 할 정도로 좋았다. 입점 절차를 밟아 전국 초록마을 매장에 공급을 했다. 가격은 추청 보다 1.5배 비싸 초기 판매는 부진했다. 구매한 손님들이 재구매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계약했던 물량을 소진했다. 밥맛이 가격의 벽을 무너뜨렸다. 백진주 등 아밀로오스 함량이 10% 내외의 쌀을 ‘반찹쌀계’, ‘저 아밀로오스 쌀”이라 한다. 백진주, 밀키퀸, 진상미 등의 품종이 있었고 그중 밀키퀸을 쌀 주 거래 산지인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재배를 제안했다. 모든 상황에서 그렇듯 제안자와 제안을 받는 사람 사이에서는 항상 반신반의가 일의 진행을 방해한다. 나의 제안 또한 그 녀석의 방해가 있었지만 백진주의 가격이나 판매 속도는 그 방해를 가뿐히 넘었다. 또한 유기농 쌀의 생산이 확대되고 있는 터라 유기 인증 하나 만으로 다른 곳(생산지, 판매 점포) 과의 차별화가 없어지고 있었고 그 지점을 공략한 제안도 한몫을 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안정되게 생산 판매되고 있다. 반찹쌀계 쌀과 인연은 어느 날 들어온 제안을 받아들이고 서천으로 떠나던 그 길 위에서 시작되었다.
품종 이야기를 풀어 낸 이유는 단 하나다.
밥의 맛이 더 이상 밥상 위에서 '찬밥' 신세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http://news.joins.com/article/19566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