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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Sep 02. 2024

8월의 영월 오일장

발행한 날을 확인했어야 했다.

기사와 날짜를 확인해야겠다.” 영월을 다녀오면서 다짐했다. 그 외에도 식당의 영업 여부, 1인분 가능한지 등등 확인할 것 등 몇 가지 다짐이 더해졌다. 작은 것을 놓치면서 여행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래도 꼬일 때는 꼬이겠지만 적어도 확률은 낮출 수가 있다. 영월 오일장을 선택한 이유는 남작이다. 페이스북 친구의 글 중에서 영월 서부시장에서 남작을 샀다는 내용을 보고서 결정을 했다. 그러면서 몇 년 만에 찾아가는 영월에서 무엇을 먹을까 검색을 시작했다. 시장이야 두 번 정도 갔다 왔으니 분위기나 이런저런 것은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해서 시장 검색도 했다. 예전에 몰랐던 ‘새벽시장’이 뜬금없이 튀어나왔다. “어라 그때는 없었는데?????” 물음표가 수십 개 붙었다. 왜 몰랐을까? 의문이 들었을 때 조금 더 세심하게 봤었으면 낭패를 만나지도, 몸이 피곤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검색을 통해 새벽시장이 열린다는 기사를 여러 개를 봤다. 내용도 봤다. 그러나 중요함에도 계시한 날짜는 안 봤다. 보통 최근 것이 나온다는 무의식이 지배하기에 그런 듯싶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가장 최근 날짜가 2010년이었다. 과거의 기사를 보고 현재의 내가 간 것이다. 영월 새벽시장을 보기 위해 새벽 4시경 출발했다. 가는 도중 역시나 이상함을 느꼈다. 대도시도 아니고, 거주 인구와 젊은이가 줄어드는 시골에서 새벽시장? 약간, 아니 많이 이상했다. 어차피 출발한, 차도 안 막히니 그냥저냥 찝찝함을 가진 체 영월을 향해 갔다. 영월에 도착할 즈음이 되니 동이 트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영월로의 여행은 동쪽으로의 여행. 진행 방향으로 시나브로 빛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영월 서부시장에는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몇몇 청소하는 이들 빼고는 말이다. 과거의 기사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었다. 

영월에는 서부시장, 김삿갓 방랑시장, 중앙시장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일장 취재 다녔던 초창기에는 인구도 없는 도시에 시장이 두 개씩 있을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현대를 사는 나의 착각. 내가 있는 지역은 지금과 달리 사람이 복잡거리던 시내 중심에 시장이었음을 점차 알게 되었다. 시장 초보의 어리석음이었다. 군 소재지가 있는 곳은 시장이 두 개 이상 있는 곳이 꽤 된다. 사람 많이 살던 시절의 영화를 시장 숫자가 대신하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영월 오일장은 4, 9장이다. 보통의 오일장은 시장 주변에서 열리나 영월을 지나는 동강 둑 위에서 따로 열린다. 영월역 가는 방향의 영월교 왼쪽 둑길은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활용한다. 오일장이 열리면 주차를 금지하고 장이 선다. 영월 오일장에서 만나는 장사꾼은 이웃한 평창 올림픽 시장(0, 5)이나 제천역 앞 시장(3, 8)에서 만날 수가 있다. 이들은 장돌뱅이 루트로 연결되어 길과 오일장이 합쳐졌다. 시장에 오는 사람들은 길도 걷고 상품도 사도록 했다. 세 곳의 시장은 모두 가볍게 걷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영월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영월 사는 할매들이 적다는 것이다. 장사꾼 사이와 사이 중간에 몇몇이 모여 있는 정도. 다른 곳과 비교하면 아주 서운할 정도다. 하지만 현지여야 살 수 있는 것을, 현대의 마트나 인터넷쇼핑에서도 살 수 없는 것들을 몇 분이 있더라도 팔고 있는 재미가 있다. 하나는 지난번 원주에서 샀던 토종 오이. 몇 번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맛있다는 이야기. 

토종 오이는 수백 번 강조해도 그 맛에 관해 설명해도 부족하다. 한 바구니 5천 원. 오이 사고 뒤돌아서니 그루팥 팻말이 보인다. 재팥이 원이름이지만 별칭이 많은 것이 토종 팥의 특징이다. 이름에서 상상할 수 있는 팥의 색깔, 검은색 바탕의 회색이 이 팥의 특징이다. 구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작년에 샀던 예팥과 같은 토종 팥의 일종이다. 토종 팥은 알이 작지만 그 안에 고소함을 잔뜩 품고 있다. 개량한 팥과는 맛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팥소를 만들어 여름 한 철을 잘 보냈다. 장터에 있으면 조금만 사야지 했었는데 예팥은 없고 그루팥만 있었다. 설탕으로 조려서 팥소를 만들어 놓으면 잼 대신 먹으면 별미다. 장을 다 봤다면 둑을 내려오면 아기자기한 카페가 기다리고 있다. 카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파는 빵들이 특징이 있다. 영월앤빵, 여기는 영월산 토종 팥과 재료를 이용해 빵을 만든다. 서리태나 다른 작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국내산 팥소를 이용하는 곳이 많은데 직접 만드는 곳은 드물다. 국내산을 사용하는 곳은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타피오카 전분을 섞은 것이 많다. 전분을 섞은 것은 고소한 맛은 적고 단맛만 잔뜩, 식감은 진득거린다. 매장에서 직접 하는 것은 그런 맛 대신에 고소한 맛이 있다. 

영월앤빵이 그런 맛이다. 걸어서 1~2분 거리에는 이달엔 영월과 별앤별빵 1984등도 있다. 빵에 진심인, 그것도 팥빵에 진심이라면 빵 찾아 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좋을 것이다. 여기 외에도 영월 곳곳에 팥에 진심인 곳이 꽤 있다. 

오일장 취재를 끝내고 다시 서부시장을 찾았다. 서부시장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원래 영월 목적인 남작 감자를 찾으러 다녔다. 왜 남작, 남작 하는지는 먹어 본 이들은 알 것이고 못 먹은 이들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같은 분이 나는 감자라도 남작의 맛이 100이라면 두백은 50 정도다. 수미는 한 25점 될까 싶다. 맛은 있지만 모양이 좋지 않은 것이 남작의 특징. 동글동글한 모양의 감자가 아닌 맘대로 생긴 것이 남작의 특징. 가공 적성이 좋지 않아 대량 생산하는 곳에서 더는 찾지 않으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감자 삶은 것이나 아니면 감자 샐러드가 좋은 이들은 남작을 한 번 찾아서 먹어보면 매년 여름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시장을 다니면서 감자 박스만 보면 물었다. 우리나라 감자 박스에는 무게나 특, 왕특, 대 등의 크기와 무게만 있다. 품종은 없다. 물어보고 다니기를 하다 보니 마지막 집. 감자 박스가 여러 개 있다. 혹시나 하고 물었다. “남작 있나요?” “아. .있어요” “오 진짜 있어요” “한 박스 35,000원, 만 원 단위로도 팔아요” “만 원어치만 주세요” 한 손 가득 덤 포함 남작 감자를 샀다. 

오일장에서 산 토종 오이와 그루팥(재팥), 서부시장에서는 남작을 샀다. 영월장은 재미없는 장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했던 말을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아는 만큼 맛이 보인다는 말 말이다. 7월에는 남작 감자를 사러 와야 하고 10월에는 버섯과 토종 팥 사기에는 영월이 제격이다. 그 시기에는 별 따러 오기도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좋은점

별을 볼 수 있는, 맛있는 감자가 있는 영월은 별이 빛나듯 맛이 빛나는 여름이었다.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드는 빵은 개성이 넘쳤다. 모양만 그럴싸한 다른 지역의 빵과 차별점이 분명했다. 조금 더 지원이 되면 좋을 듯.


안 좋은점

1인분이 안 되는 초계 막국수는 좀 그랬다. 쫓아내듯 손님 대하는 것은…..

서부순대의 공깃밥은 국밥의 밥으로서는 최악이었다. 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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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publish/book/5634https://youtu.be/NY4egcmpTpM?si=Vrw3x1z7zXcHczaA

8월에 꼭 사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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