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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02. 2016

오천항

관자와 갑오징어가 들어간 짬뽕

오천항...

차로 3분이면 항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충남 보령의 작은 항구다. 서해안고속도로 광천 IC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천수만과 안면도 주변의 섬으로 나가는 낚시꾼들이 자주 찾지만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오천항은 작은 항구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키조개의 60% 이상을 경매하고 유통한다. 금어기인 6~7월을 제외하고는 물때가 맞는 낮에 항구에 가면 머구리(산소 호스를 의지해 바닷속에서 작업하는 잠수부)가 수심 20~40m에서 채취한 키조개를 관자와 나머지 부위로 작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업장에서 막 작업한 거나 냉동한 것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도 할 수 있다. 키조개는 다른 조개와 달리 껍질이 얇다. 껍질이 단단한 다른 조개들처럼 바닥을 긁어서 하는 조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잠수부가 바닷속 깊숙이 박혀 있는 키조개를 하나하나 채취해야 한다.   

 오천항은 천수만의 가장 남쪽 항구다.  천수만의 서쪽(동쪽은 안면도 해안)은 궁리포구로 시작해 남당항을 거쳐 오천항을 끼고돌면서 끝난다. 오천항 옆 보령화력발전소를 지나면 대천이다. 봄이 되면 새조개와 주꾸미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남당항이나 영목항과 같은 바다에서 조업을 한다.  즉 남당리에 새조개, 주꾸미 축제를 할 때 마찬가지로 오천항도 같은 재료를 낸다. 같은 바다에서 조업을 하기 때문에 어디 가 더 좋다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사람이 많고 적음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오천항은 개인적으로 가을이 되면 몇 번 가던 항구다.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는 늦가을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잡기 위해 갔었다. 바다 위에서 낚시를 끝내고 가던 중국집이 있다. 낚시를 하기 위해 새벽에 도착해 백반으로 아침을 먹고 선상에서 끓여 주는 라면 한 그릇 먹고 낚시 끝내면 얼큰한 국물이 간절해진다. 그 간절함을 해소해 주던 중국집이다.

잘게 다진 야채에 새조개 풍작 여부에 따라 양은 달라지지만 관자와 갑오징어(중국집 해물짬뽕의 작은 갑오징어 치어는 아닌)와 함께 볶아 얇은 면관 함께 낸다. 짬뽕 맛의 기준이 되는 불맛 따 따위는 없다. 잘 볶은 아삭한 야채에 관자와 갑오징어가 내는 국물이 시원하다. 국물과 잘 어울리는 얇은 면과의 조화가 좋다. 가격도 오천 원이다.  오천항이라서 오천 원은 아니겠지만 조금 더 받고 관자와 갑오징어를 더 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의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관자와 갑오징어의 맛을 더 즐길 수 있으면 좋을 듯싶다.  산지를 다니다 보면 전국 몇 대 짬뽕집이라는 문구가 참 덧없어 보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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