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함: 말할 수 없는무언가1
지금은 게임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아직도 게임하니?”, “그런 거 왜 하니?” 같은 반응들이 많았다. 더구나 콘솔 게임 같은 것들은 더욱 그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분명 몇십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관련 유통산업도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어릴 때 게임을 많이 해보지 못했다. 싫어해서라기보다는 게임을 많이 할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휘황찬란한 콘솔게임들은 게임기와 각 게임 타이틀의 구매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부터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같은 게임에 소액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즐기기 시작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비용이 부담 가능한 시점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적극적으로 게임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래도 내가 하고픈 게임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수준이 되기는 했지만, 그러기 전에는 유튜브를 통해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거나, 게임 시네마틱을 여러 번 돌려보기도 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 영상과 시네마틱을 찾아보던 것은 내가 여전히 게임을 멀리하기보다는 가깝게 여기고 옆에 붙여 놓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특히 내가 게임을 지금도 좋아할 수 있는 것은 게임 시네마틱 때문이었다. 스토리와 영상미가 보는 사람 입장에서,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그 게임의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 영상들을 찾아볼 때가 있는데, 그때 잠시 본 조회수는 몇 십만 명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지금도 여전히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하고 즐거움을 누리게 만들어준다. 어느 정도라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시네마틱을 위해 게임 확장팩 출시 시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게임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말인데, 게임의 스토리들은(모바일 게임이 아닌, 콘솔 게임 기준) 영화보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끊임없이 게임의 영화화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물론 그동안 나온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얻지는 못했다(대표적으로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가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나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함께 깊고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게임 팬들은 영화화되기를 기다린다.
2021년에 정말 최고라고 생각이 들었던 게임은 ‘리틀 나이트메어 2’였다. 이 게임 자체가 스토리를 플레이어들이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지 않아서 스토리가 좋다고 말하기가 무언가 애매하지만, 전체적인 시작과 결말은 분명하고 그 사이사이의 내용들을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잘 추론할 수 있도록 여러 아키텍처를 세계관 안에 잘 배치를 해뒀기 때문에 좋은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엄지를 척하고 올리는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의 경우 2편이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지만, 1편의 경우에는 좀비화를 시키는 포자가 지구를 점령한 디스토피아의 세계와 캐릭터 묘사들에서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라스트 오브 어스의 영화화가 확정이 되어 영화화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저건 뭐야?”라는 반응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게임이라는 것이 특정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하는 문화가 아니고, 고급적인 문화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을 내가 갖게 한 건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게임음악들을 듣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다. 게임 스토리와 플레이 영상을 찾아보다 보면,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들이 계속 반복해서 생각나게 될 때가 많았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영화음악을 찾아서 듣게 되는 것처럼,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플레이 영상을 보다가 좋았던 부분들을 추가적으로 찾게 되었다. 나도 게임음악을 좋아하게 된 이전까지는 가사가 있는 한국 케이팝 가수들의 음악 위주로 들었다. 그러다 한 때 ‘문명 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낸 ‘문명 4’의 바바 예투를 들으면서 게임음악이 그저 게임의 한 요소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완성도를 가진 음악이 될 수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바바 예투를 문명이라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에게 들려준다 해도 게임음악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다. 그래서 '바바 예투'라는 음악의 가사가 아프리카 대륙의 언어로 '주기도문'이라 교회의 특송으로 채택되기도 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있는데,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오리와 도깨비 숲’의 메인 테마,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ost, 동물의 숲의 각 시간 별 테마곡이 그것들이다. 각 음악들은 우리가 즐겨 듣는 노래들처럼 제목들이 있다. 그 노래의 제목들은 게임의 제목과도 같거나, 아니면, 제목 없이 그냥 ‘메인 테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하고, 상황 자체가 제목이기도 음악만으로도 게임의 진행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영화음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역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게임음악은 게임과 상관없이 따로 들어도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슬픈 상황에서는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작곡이 되고, 급박한 상황, 웅장한 상황에서는 거기에 맞는 악기들과 선율을 사용한다.
그래서 일을 하거나 글을 적을 때, 독서를 할 때는 가사가 있는 케이팝 음악을 듣기보다는 이러한 음악들을 유튜브에서 찾아 들으며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넘어서 다양한 것들을 찾고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한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최고고 내가 모르면서 내가 관심 없고, 내가 생각하기에 저것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분야에 대해서 낮게 평가하던 시기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부생 시절까지다. 시간으로 따지면 3년 전일 정도로 오래 전의 일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이 분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폄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부터 먼저 다른 분야,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낮게 평가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겸손함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아무리 내가 좋아하고 높게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과의 대화와 사귐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게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게임에 대해 게임은 ‘나쁜 것’ ,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ost 연주회가 있었는데, 좌석이 모두 매진되었다고 했다. 그만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혹여 게임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게임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게임의 부수적인 요소들부터 친해지는 것은 어떨까?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 스토리 영상을 보면서 마치 영화를 보듯이 즐겨볼 수도 있고, 클래식을 듣는 것처럼 게임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혹자들은 게임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게임은 게임이지 왜 종합예술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게임을 자세히 보니 게임을 만드는 것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 작가가, 음악을 통해 더욱 풍성한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작곡가와 연주가들이 필요하다. 각 예술적 요소와 기술이 결합한 것이 바로 게임이기에 '종합예술' 이란 말이 결코 어울리지 않는 말이 아님을 알게 됐다.
내가 즐겨 듣고 좋아하는 게임 ost 목록을 적어본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찾아서 들어보는 것을 적극 권유한다. 기존의 취미와 취향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할 거라 조심히 장담해 본다.
<추천 게임 ost 목록>
1. 문명 4 ost - 바바 예투
2. 문명 6 ost – The Drem of Flight
3. 파인딩 파라다이스 ost - Wish My Life Away
4.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ost - 메인 테마
5. 테일즈위버 ost – reminiscence
6.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판다리아의 안개 ost – The Wandering Isle
2021. 04. 04